기타연주
어딘지 처연하고 고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 보컬의 노래가 흐드러지는 들꽃처럼 안방에 울려퍼졌는데 이 노래가 러시아 민요 'Viyhazhu Adna Iya Na Darogu였고,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여성 스베뜰라나가 부른 노래다.
러시아의 '부조리한 현실을 부정하고 꿈결처럼 아름다운 전원생활만을 그리워하다가 짧은 삶을 마감한 위대한 서정시인' 레르몬또프(Lermontov)의 시에 곡조를 붙인 노래다.
스베뜰라나의 음반은 타이틀도 프랑스어이고, 러시아어 발음도 어딘지 불어 발음과 노어의 경계에 걸친 듯하게 들린다. 이는 소녀 시절에 프랑스로 이주한 러시아인인 그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베뜰라나(Svetlana)가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라도 예전 'MBC 드라마의 오프닝에 사용되었던 노래'라고 하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안재욱과 김희선이 나와서 신분 상승을 노리는 청년과 시한부 여주인공의 사랑을 '통속적으로' 그린 '안녕 내 사랑'이란 드라마 말이다. 어딘지 처연하고 고답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 보컬의 노래가 흐드러지는 들꽃처럼 안방에 울려퍼졌는데, 그 때 각종 일간지에서는 그게 '파두(Fado)'라면서 '포르투갈의 전통 음악이니 어쩌니...' 떠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파두는 얼어죽을 파두냐, 러시아 민요지. (황색 언론이 사라질 날은 언제인가!) '그' 노래 제목은 'Viyhazhu Adna Iya Na Darogu(야매 번역 : 나 홀로 길에 나섰습니다)'였고,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여성 스베뜰라나가 부른 노래다.
이게 러시아의 서정 시인 레르몬또프(Lermontov)의 시에 곡조를 붙인 것이란 설명까지 곁들이면 좀 흥미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레르몬또프는 또 누군데?"라고 한다면 '부조리한 현실을 부정하고 꿈결처럼 아름다운 전원생활만을 그리워하다가 짧은 삶을 마감한 위대한 서정 시인'이라고 쓰여진, 음반 수입상의 딱지 내용을 그대로 읊어주면 될 듯하다. 어쨌든 한가지는 분명해진다. 이 음반의 노래들이 러시아 시인들의 오래된 서정시에 곡조를 붙인 '민요'라는 사실. 그리고 좀 더 크레딧에 오른 시인들에 대해 파헤쳐보면 몇가지 사실을 더 발견할 수 있다.
음반에 등장하는 띠모피예프나 레르몬또프, 니꼴라이예프 등에 대해 조사해보니 이들의 시는 '여자 차버리고 떠나는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시의 내용은 대개 이렇다. 주인공은 순진무구한 시골처녀이고, 그녀는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Sertze Maio - 오, 나의 사랑) 그런데 그 '어떤 남자'는 직업도 없고 이리저리 떠돌며 여자들 마음을 후벼파고 다니는 '나쁜 남자'다. (Ni Brazitz - 방황하지 말아요) 그래서 처녀는 혼자 길로 나서서 (Viyhazhu Adna Iya Na Darogu) 수양버들을 바라보며 신세한탄을 하다가(Les Saules Pleureurs Revent - 수양버들은 졸고), 창 밑에 흔들리는 벚꽃에도 슬픔을 느끼고(Pad Aknum Tcheriomkuha Kaliyshetya) 급기야는 눈 덮인 러시아 전체에 대한 비감(Russie la Neige Ta Recouverte)으로 개인적 슬픔을 발전시킨다.
이는 아코디언, 기타, 발랄라이까(만돌린 비슷한 악기)의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반주(주로 트레몰로 주법으로 몽롱한 감각을 전달하는) 위에서 때로는 청승맞은 비가(悲歌)로, 때로는 사랑에 빠진 여성의 기쁨을 표현하는 경쾌한 춤곡으로(I Kto Evo Znaet), 때로는 남성과의 이중창이나 중창으로 표현된다.
수양버들, 벚꽃, 단풍잎, 오이 까마귀밥나무 꽃, 버드나무 등에 '물아일체'하는 노랫말을 두고 '자연 친화적인 러시아 민요의 특징이 잘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은 리뷰쓰는 입장에서 빠뜨리면 안 될 것이다. 헌데 스베뜰라나의 음반은 타이틀도 프랑스어이고, 러시아어 발음도 어딘지 불어 발음과 노어의 경계에 걸친 듯하게 들린다. 이는 소녀 시절에 프랑스로 이주한 러시아인인 그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이미지가 '공산국가의 보스였다가 폭삭 망한 거지 나라'에 불과하고, 보는 것도 온통 러시아 직업여성 이미지 뿐인 한국에 사는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못 사는 나라에서는 도망나왔지만 고국에 대한 향수는 갖고 있군"이라든가 "외국에서가 아니면 이런 음반도 나올 일이 없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주위를 돌아보면 주제넘은 짓이다. 차라리 "오래된 서정시와 민요, 전통 악기를 오늘날에까지도 옛 모습 거의 그대로 전달한 모습이 부럽다"고 하는 게 낫겠다. 헌데 옛 러시아를 경험해보지 않은 나에게조차도 묘한 감각과 '데자부 비스무리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건, 러시아 영화를 많이 본 탓일까 토스또예프스키를 많이 읽은 탓일까.
"서우석 교수의 러시아 민요" 사이트에서 펌.
Dmitri Hvorostovsky 의 노래가 가장 감동적인데 음원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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