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도 없다, 물건 집고 나오면 끝… 스마트 이마트24 가보니
성유진 기자
입력 2021.09.07 14:09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안 이마트24 스마트매장에서 직원이 QR코드를 찍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지난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이마트24’ 편의점.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차단기가 눈에 들어왔다. 44㎡(13.2평) 규모 매장 안에는 일반 편의점처럼 삼각김밥부터 음료, 과자 등 700여종 상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매장 어디에도 계산대와 계산원은 보이지 않았다. 상품을 들고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스마트 매장이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신세계아이앤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손잡고 코엑스몰에 ‘완전 스마트 매장’을 8일부터 연다고 밝혔다. 이마트24는 “편의점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국산 표준 기술을 이번 매장에서 구현하겠다”고 했다.
◇물건 집고 나오면 끝… 손님 응대는 AI가 한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두 대가 놓여 있었다. 이 키오스크에 신용카드를 인식시키니 카카오톡으로 QR코드가 날아왔다. SSG(쓱)페이나 이마트24앱으로는 앱 자체에서 입장 QR코드를 받을 수 있다. 한 번 받은 QR코드는 일주일 동안 사용 가능하다.
QR코드를 차단기에 찍고 들어간 후, 매장 안을 둘러보며 물건을 골랐다. 투플러스원(2+1) 행사를 하는 캔디 3개와 삼각김밥 참치마요맛, 하루견과를 들고 나왔다. 차단기를 통과하자 핸드폰으로 바로 영수증이 날아왔다. ‘하루 견과 1000원, 참치마요 1200원… 합계 7200원’.
매장 안에 설치된 스크린 앞에 서면 AI 점원 스파로스를 불러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다(왼쪽). 매장 차단기를 나서면 자동으로 결제되고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이 도착한다(오른쪽). /박상훈 기자
기본적인 손님 응대는 매장 안 스크린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점원이 했다. “스파로스, 에이스 과자 어딨어?”라고 물어보면 스크린 위에 위치 지도를 띄운다. 결제나 할인 방법 등도 안내한다.
한 QR코드로 4명까지 입장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고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QR코드를 받은 손님의 카드로 4명이 집은 물건이 모두 계산된다. 또 이마트24앱에 통신사를 등록해 놓으면 결제 때 통신사 할인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스마트 선반으로 구입 물품 분석… 무인 환불은 불가
이 편의점 매장 천장에는 인공지능(AI) 카메라와 라이다 총 27대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움직임과 위치, 상품의 이미지 등을 수집한다. 모든 상품은 무게·압력을 감지하는 스마트 선반 위에 놓여있다. 무게를 감지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몇 개 잡았는지 체중계 방식으로 알려준다. 이런 정보를 모두 종합하면 고객이 고른 상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마트24 스마트매장 모습. 계산대나 계산원이 따로 없다. /박상훈 기자
고객 입장에선 계산대에 줄을 서거나 바코드를 따로 찍지 않아도 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점주 입장에선 손님이 물건을 집고 나가는 순간 자동 결제되는만큼 일반 무인 매장보다 도난 위험이 덜한 게 장점이다.
다만 완벽한 무인 가게는 아니다. 진열대에 상품이 거의 떨어지면 직원이 와서 채워넣는다. ‘무인 환불’도 불가능하다. 직원이 있을 때만 환불받을 수 있다. 담배와 주류 등 성인인증이 필요한 상품도 팔지 않는다. 담배는 11월부터 도입할 예정이고, 맥주 등 주류 판매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무인 주류 판매 규제가 일부 풀린만큼 주류 판매대 설치가 법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지만 당분간은 매장 운영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년만에 1000개 훌쩍, 빨라진 무인화
편의점 업계는 그동안 점포 무인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인건비 상승과 기술 발달이 맞물리며 편의점 주요 4사의 무인·하이브리드 매장(밤에만 무인 영업)은 지난달 기준 1500개를 넘어섰다. 작년보다 1000개 이상 늘었다.
대부분 무인 점포는 손님이 스스로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는 ‘셀프 계산대’ 방식이다. 자동 결제 방식의 스마트 매장은 아직 테스트 단계로 각 사마다 1~2개 정도만 운영되고 있다. 장소도 아직까진 기업 사옥, 대학교, 호텔·리조트 등 밤에 유동인구가 급격히 떨어지는 곳 위주다. 드나드는 사람이 한정돼 있는만큼 도난 위험도 덜하다.
앞으로 무인 매장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미 편의점들은 심야 영업(0~6시)을 줄여 나가는 추세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매장 15~20%가 심야 미영업 점포다. 비용 대비 수익이 크게 떨어져서다 .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야간 무인 운영을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점주가 늘고 있다”며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만큼 매장 무인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