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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맛기쉼터 스크랩 여러분의 의견? 새벽, 며느리 집으로 출근하는 파출부 시아버지
용두산 추천 0 조회 300 16.02.09 07:28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어둠이 가시지 않은 컴컴한 새벽 5시입니다.동네 어귀를 돌아 나오는 마을버스의 불빛이 보입니다. 새벽 첫 버스입니다. 나는 이 버스를 타고 분당 행 지하철역까지 갑니다. 그리고 1시간 30분여를 지하철을 타고가다 6시 30분쯤 분당에 도착합니다.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아들과 며느리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합니다. 지금 7시이니까 장장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벌써 2년째 똑같은 행동을 토, 일요일만 빼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나는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듣는 사람들이 오히려 무안해하더군요. “며느리 집으로 파출부를 하기위해 출근하는 길입니다”아니? 시아버지가 며느리 집으로 파출부를 나가다니요? 거 보세요? 이상스러운가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아들과 며느리는 두 사람 모두 중학교 교사입니다. 며느리는 손녀를 낳고 몇 년 쉬었다가 작년에 복직을 했습니다.그 바람에 아들집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침 7시 반쯤이면 두 사람 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학교로 출근을 해야 합니다. 혼자 남은 손녀는 9시에 학교로 가야합니다. 엄마, 아빠가 출근해버리면 손녀가 혼자서 집에 있다가 학교를 가야하는데 돌 볼 사람이 없어 내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손녀가 오후 1시쯤 학교 끝나면 몇 군데 학원을 다녀야하는데 그것도 돌봐주어야 합니다. 거기에다 아침 먹던 설거지며 집 청소, 빨래 등등으로 하루가 바쁩니다. 오후 6시에야 비로소 퇴근해서 들어오는 아들내외랑 교대합니다. 나는 다시 아침에 왔던 역순서대로 부지런히 집으로 갑니다. 아내가 며느리 집에 가서 봐주면 좋겠지만 그 사람은 몇 십년동안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느라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회사 정년퇴직하고 집에 있는 나 밖에 할 사람이 없습니다. 직업적인 파출부를 고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이기에는 좀 껄끄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종일 근무하는 파출부의 월급이 거의 1백50만원 가까이 되니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민하고 있는 아들내외에게 내가 자원을 했습니다.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이 아들집에 가서 손녀딸 학교, 학원 뒤처리를 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요. 손녀딸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 벌써 2년째 되는군요. 이젠 내 일에 이력이 생겨서 파출부 도사(?)가 되었습니다. 간단한 반찬도 내가 직접 만듭니다. 어제는 며느리에게 부탁해서 사가지 온 잔 멸치에 풋고추를 넣어서 손녀와 며느리가 잘 먹는 멸치볶음도 만들었습니다. 보수는 얼마나 받느냐구요? 헤헤헤.. 쑥스럽게.... 며느리가 한 달에 50만원씩을 꼭꼭 시어머니 통장으로 입금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웃기는 얘기지만 아내가 억척이라 하루만 입금날짜를 어겨도 며느리에게 전화를 합니다. “얘야! 시아버지 월급이 입금이 안 되었다. 잊어버린 것은 아니지?” 자식지간인데도 무섭습니다. 내가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몸이 건강해야 손녀도 계속 돌볼 수 있잖아요. 다행히 지금까지 결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내가 이일을 마다 않는 것은 내 피붙이들이니까 조금 힘들어도 아이들만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남이 들으면 전후 사정도 모르고 좋게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 우리 딸헌티서 들은 야그요.딸과 그 집 며느리랑은 같은 핵교 학부모지간이라 친한가보요. 지들 둘이서 몰래 한 야그를 언젠가 울 딸이 나헌티 합디다.참 좋은 시아부지를 두었다고요. 근디 나도 야그 듣고 참 놀라뻔졋어라.요사 저런 시아부지가 어디 있겟어라? 시상 살아가능게 참 여러 가지요.집집마다 다 사정이 있능기라 함부로 숭보아뿔면 안되지라. 우찌대뜬 그집 아들과 메누리는 참말로 좋으신 부모님들 때문에 엄청 복 받았소.안그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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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2.10 13:55

    첫댓글 부모는마지막까지자식을위하는모습이네요~^^
    불과얼마후우리들모습이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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