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순천신대로 영화를 보러가는 길을 서두른다.
제사 후 아침 설겆이로 바쁜 바보를 보채 조성에 누님을 모셔 드린다.
벌교터미널에서 한강이가 타고 나가 주차해 둔 차에서 열쇠를 챙긴다.
차 바꿀 여유도 없어 바보의 차를 끌고 순천만IC로 들어선다.
막 10시가 되어 갈 무렵 해룡을 지나는데 신대가 안보여 더 가다보니 율촌으로 빠진다.
되돌아와 주차하고 올라 어둔 극장을 더듬어 마블 스튜디오의 '이터널스'를 본다.
서두르다가 오히려 늦는다.
영화는 7,000살을 먹은 우주 능력자들이 지구를 도운다는 이야기다.
시간을 왔다갔다 하며 '괴물?'로부터 인간을 돕는데,
그들의 관계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마드랜드'라는 영화를 만든 중국계 여성 감독의 영화라기에
조금 끌리기도 했는데 난 꼰대 세대인지 이해 안가는 부분도 많다.
그래도 세계의 풍경이나 현대 사회의 모습들을 끼워넣어 유머도 보인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시간 아까운 후회를 하면서도 세상을 알아야 한다고 보는 내가 조금 우습다.
신대 지구의 식당은 모르겠고 알만한 오천지구로 운전한다.
동주 생각이 나지만 늦었다.
바보가 매콤한 걸 먹고 싶다해 중국집을 찾았는데 일요일은 안한다.
옆집의 갈비탕 고기집에 가 난 갈비탕을 바보는 비냉을 시킨다.
바보는 고기에 냉면을 둘러 먹는다.
내가 산을 가고자 하니 바보는 마지못해 오는 듯하다.
한옥마을 옆 주차장에 차들이 여럿이다가 막 빠져 나간다.
배낭의 스틱을 꺼내지 않고 철망 뒤에 선 나무 지팡이를 서로 들고 오른다.
바람은 불어도 날이 포근하다.
정상의 산불감시초소 남자가 반바지를 입고 나와
다음 주엔 추워지니 오늘 잘 올라왔다고 한다.
며칠 전 내려간 길을 따라 작은 첨산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