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전통 문양을 수놓은 깃발
남한산성은 시대의 아픔이 깃든 수호 산성이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키던 민족의 혼이 녹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산성 전통무예는 호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무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았다. 훈련장에 들어서면 사극에서나 볼 법한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보기만 해도 위압적인 병장기들은 열을 맞춰 정돈되어 있다. “합!” 커다란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면 도복을 입은 무사를 따라 학생들이 무예 동작을 취한다. 세월을 거슬러 역사 속 한 장면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진지한 모습으로 수련에 임하고 있는 체험객들
전통무예의 매력에 빠지다
김동희 대표는 한 평생 무도의 길을 걸어온 무도가였다. 고등학생 시절 이미 태권도 7단, 검도 7단 도합 14단 유단자였고,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체육관을 운영하며 태권도 시범단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인생을 바꾼 터닝포인트는 전통무예와의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옛 무복을 입은 채 잘 벼려진 무기로 수련하는 무예인들을 보며 명맥을 함께 잇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고, 전통무예 부흥이라는 꿈을 안게 되었다.
국궁과 병장기들
본국검, 택견, 국궁……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전통무예들은 점차 대중에게서 잊혀가며 고유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전통무예를 한 곳에서 배우고 시연하며 전통무예의 가치를 보존하고 계승하고자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열거나, 일일 체험객을 모집하여 전통무예를 널리 알리는 식이다.
남한산성 전통무예 무예도보통지 홍보 뮤직비디오(사진제공: 남한산성 전통무예)
김 대표가 전파하는 전통무예는 조선 정조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를 기반으로 삼는다. 무예도보통지는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전해져온 한반도의 무예를 병사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진 훈련 지도서다. 김 대표는 이것이 전통무예의 표준서라고 표현했다. 동작을 그림으로 도해해 섬세하게 그려놓았기 때문에 왜곡 없이 정확한 전통무예를 배울 수 있다. 남한산성 전통무예가 남한산성 근처에 터를 잡은 이유도 무예도보통지에서 얻은 가르침 때문이다. 책을 편찬한 정조는 남한산성의 활성화에 힘을 쏟은 왕이었다. 문·무과 시험도 남한산성의 연병관에서 치르는가 하면, 궁에서 멀리 떨어진 남한산성에 직접 방문하여 제반 정비와 수리를 지시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남한산성이야말로 김 대표가 꿈을 실현하기에 알맞은 장소였다는 것이다.
남한산성 수어장대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 남한산성 전통무예)
누구나 무사가 될 수 있다
대나무 베기 시범을 보이는 김동희 대표
단번에 대나무 베기를 성공한 학생
무예도보통지에는 기록된 24가지 무예 기록을 짧은 체험으로 모두 배우기에는 무리가 있어 체험은 무예의 기본기인 활쏘기와 검술을 주로 진행한다. 남한산성 전통무예는 일반적인 전통무예 체험과 달리, 실전성을 살린 전통무예를 가르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활을 쏠 때는 과녁에 명중할 때까지 수십 발을 쏴보며 가르침을 받을 수 있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실전 궁술도 체험할 수 있다. 검법 같은 경우 기초 자세를 배우고 난 뒤에는 한 명씩 나와서 진검으로 대나무 베기를 체험한다. 단순 체험보다는 실제 무예를 배우고, 전통무예의 진정한 힘을 느끼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옛 무관의 무복을 입고 국궁을 쏘고 검을 휘두르며 사극의 주인공이 된 듯 몰입할 수 있다.
의복 체험용 의상들
다양한 의상이 준비되어 있다
무관 복장을 입고 활쏘기를 해본다.
남한산성 전통무예는 특히 학생들의 체험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원한다면 어디든 장비를 들고 찾아간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가리지 않고 체험 신청이 들어온다. 김 대표가 유독 학생들의 수학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체험을 통해 전통무예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이 먼 훗날 김 대표처럼 전통무예의 전승에 함께할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웬만한 노력으로 따라 하기 힘든 열정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위해 무예 체험을 포함한 여행코스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전통무예를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고 돌아가는 아이들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를 아이콘으로
“우리나라의 무사도 일본의 닌자나 사무라이처럼 세계적인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일 좋아하는 무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김동희 대표
김 대표는 전통무예를 널리 알리고 ‘진짜 무사’를 모으는 것이 꿈이다. 다른 나라에서 전통무예를 익힌 무예가들이 그것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듯, ‘무사’가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년에는 무사단의 단원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로 ‘전국 무예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조선 시대의 무과시험을 계승하여 대회를 열고, 무사를 모아 단체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모인 무사단이 각종 행사를 열고 홍보에 힘쓰면 세계적으로 상품성이 있는 한류 집단이 될 것이라 기대 중이다.
기념사진을 위한 멋진 연출
K-콘텐츠가 각광받는 지금,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무사들은 더 이상 대중들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자주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남한산성 전통무예처럼 민족의 정신과 얼이 녹아 있는 전통무예의 명맥을 잇고자 고군분투 중인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김 대표의 꿈과 같이 우리의 전통무예가 태권도나 검도처럼 대중적인 무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남한산성 전통무예단 구성원들
여행정보
- 장소 :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로 240-28
- 문의 : 031-735-1136, 010-7249-1136
- 이용시간 : 화~일 09:00~17:00, 매주 월요일 휴무
- 이용요금 : 단체 20인 이상 인당 20,000원, 그 외 전화 문의
숙박정보
- 곤지암리조트 콘도미니엄 :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 / 1661-8787 / www.konjiamresort.co.kr
- 정온펜션 :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갈올길11번길 38 / 031-768-3917 / jo-pension.co.kr
- 제이알랜드 :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독고개길302번길 15-6 / 031-797-3330 / www.jrland.co.kr
식당정보
- 우해정 : 한우 꽃등심 /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천로 248 / 031-798-6688
- 캠핑7 : 바비큐 / 경기도 광주시 매자리길 120-37 / 010-5925-7277
- 포사이 : 쌀국수 / 경기도 광주시 정영로 574 / 031-767-9251
(글) 변정택 여행작가
(사진) 서승희 사진작가
※위 정보는 2022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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