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란 고난과 고통이 철들게하여 계절은 아름답다
새봄에 틔울 마음의 맹아
조금 더 자애로운 마음, 평온하고 순결하고 넓은 마음, 용기와 인내 등이었다.
자애롭고 평온하고 순결하고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도 좋을 것이요,
‘태양의 리듬’과‘달의 박동’두 개의 말을 내면의 갈피에 넣고 살아도 좋을 테다.
남쪽에서 순하고 따슨 바람이 분다
봄의 전령사 얼름꽃 복수초가 노란꽃을 피운다
남쪽에 동백 꽃 소식이 전해지니
매화도 방긋방긋 웃으며
화사한 꽃을 피우고 향기를날린다
새해를 두 번 맞이으니
계절도 철이 들어 봄 향기 말린다
개울에 얼음이 놓고
졸졸졸 봄 노래한다
만물이 놀라 겨울 잠을 깬다
노란 생강꽃이 피고
벌둘이 붕붕거리며 일을 한다
냇가에 물오리들이 자맥질하면
개나리도 놀라 눈을 뜬다
만물이 소생하는 부활의 계절
봄 시샘하는 눈보라와 겨울 배웅하는 홍벚꽃
봄처럼 온화했던 날씨가 급변하여 눈과 비가 변덕스럽게 번갈아 내린다
광화문삼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눈보라를 맞으며 이동하고 있다.
같은 날 포근한 봄 날씨를 보인 제주에서는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인근에 홍벚꽃이 활짝 피어 새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놈의 봄바람이 시샘하는
꽃샘의 시샘
꽃샘 추위가 일찍 깨어난 놈들을 발발 떨게 해야
직성이 풀려야
철이들게 해야
따뜻하고 순한 바람이 철이 들어
온 땅을 화사하게 만든다
집 화단에 수선화가 벌써 손가락 마디 정도로 자란 보인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첫 선수의 입장이다.
수선화를 시작으로 튤립의 싹이 올라올 것이고,
그 사이 우리 집 앞 신천 길엔 수백그루의 벚꽃이 팝콘처럼 하얀 꽃을 피워줄 것이다.
그때 쯤 우리 마을 소나무 숲에선 뻐꾸기가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울어대고,
화단엔 화초와 잡초가 뒤섞여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이 예측된 모든 일이 만약 오지 않는다면?
봄이 와주지 않고, 태양이 맑은 햇살을 보여주지 않고,
바람이 불어오지 않고, 식물이 피어나지 않는다면?
이 모든 두려움의 상상이 요즘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주제라는 걸 잘 안다.
지난해 자연생태복원기사 시험을 치렀다.
정원 일을 통해 터득한 자연의 이치를 정원디자인에 접목해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때 피터는
‘자연의 복원력(Resilience)’이란 단어를 수도 없이 강조했다.
자연은 ‘원래의 생태계로 돌아가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연의 복원력도 한계가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자연의 한계점이 12시라면 우린 이미 11시 55분을 넘어섰다고도 표현한다.
며칠 전에 갑자기 뜨거워진 기온 탓에 차 안이 더워져 문을 열어 놓고 달렸는데,
그 날밤 폭설이 내리는 신기한 날씨 쇼도 경험했다.
우수와 경칩을 지나는 환절기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환절기도 몇 번은 더 나를 들었다 놨다 괴롭히겠지만 올해는 그리 싫지가 않다.
환절기는 아직은 자연이 돌아와 준다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나의 정원에 봄꽃을 심을 수 있는 예약 티켓이라는 것도 안다.
식물 시장으로 달려가 봄꽃을 잔뜩 사들였다.
호주매화에 백묘국, 아네모네, 방울철쭉나무까지.
아직은 이 봄이 이렇게 나를 어김없이 찾아와 주니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자연을 위해 뭐든 하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