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음을 응원으로 바꾼 ‘수적천석’의 힘
[인터뷰] 日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1인 시위하는 해안 스님
해양생물 생존 위협하는 오염수
인간 기준 ‘안전’에 의문 들어
위기의식으로 시작한 1인 시위
폭우·폭염 속에도 계속 이어가
고래 그림 나누며 문제의식 공유
48일째 시위에 주위 호응도 커져
해안 스님 “더 강한 목소리 내야”
7월 19일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해안 스님. 이날로 시위 48일째를 맞은 스님은 당초 계획인 7월 말을 넘어 8월에도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일본과 IAEA는 방사능 테러범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 또는 환경단체 집회에서나 볼 것 같은 꽤나 자극적인 문구. 이런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는 건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스님이었다. 특정 시민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닌, 그동안 별다른 환경운동에도 참여한 적 없는 비구니 해안 스님. 출가수행자로서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광화문 인근 일본대사관 앞에 서는 연유가 궁금했다. 그 배경은 7월 19일 시위 현장에서 스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들을 수 있었다.
낮 최고기온 33℃, 해가 가장 뜨거운 오후 1시에 만난 해안 스님은 찜통더위 탓에 얼굴이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 시위를 시작한지 어느덧 48일차. 얼마 전 기록적 폭우가 우리의 삶을 할퀸 날에도, 장마 이후 다시 찾아온 불볕더위에도 스님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나 혼자서 (방류를) 막을 순 없겠지만 나라도 거리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방관하는 제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어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도량에서 부처님 가르침 따라 정진하던 스님이 종로 한복판에 나서게 된 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오래 전,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돌봤던 해안 스님. 염색체 변이로 생긴 질환과 그에 따른 고통을 눈앞에서 바라봐야 했던 스님에게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바다에 방류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지와 고래 그림.
그동안 정부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스님이지만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만큼 시민들이 앞장서서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왠지 시민들은 지치고 위축된 것 같았다. 이러다간 오염수 방류가 그대로 진행될 것만 같았다. 1인 시위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던 스님은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거리로 나왔다.
“지구에 인간이 몇 명인지는 우리가 셀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해양생물은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도 해당될까요? 바다에 사는 수많은 생명이 어떤 고통을 받을지, 먹이사슬이 바뀌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린 알지 못합니다.”
나지막한 스님의 목소리에서 굳은 심지가 엿보였다.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자타불이 정신. 스님에겐 바닷속 플랑크톤이나 땅 위의 인간이나 똑같이 동등한 생명이다. 살아가기 위해 인류가 어업을 하고 해산물을 먹지만, 그렇다고 더 뛰어난 생명이 될 순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염수 방류를 그저 먹거리 문제로만 받아들이는 현실도 안타까웠다.
해안 스님이 고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가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이든 음악을 하는 분이든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겁니다. 그런 소중한 자연이 파괴된다는 건 자연의 감성이 파괴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색연필로 고래 그림을 그려가며 말을 이어간 해안 스님. 스님은 본래 탱화를 그리는 불모(佛母)다. 시위에 나서기 전까지도 탱화 조성에 전념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작업을 중단했다. 그림 그리는 일보다 잘 살아가는 것, 조금이나마 나은 미래를 후손에게 전해주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단순한 1인 시위가 아닌 개인의 능력을 살려 사람들에게 그림을 나눠주면 좋겠다는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시위 현장에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고래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동물이자 지능이 높고 교감 능력도 뛰어난 생명체. 스님이 나눠준 손바닥만한 그림은 벌써 천 개가 넘었다.
1인 시위 초기, 직장인이 대다수인 광화문에서 스님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발표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 스님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님 덕분에 오염수 문제를 알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도반스님들은 그림을 그리는 해안 스님 옆에서 오카리나 연주와 명상음악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인사동에서 공연을 곁들여 오염수 문제를 알렸을 땐 하루에만 350명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한번은 곱게 생긴 어르신이 서명에 동참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자신은 아들 둘을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아왔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삶을 잘못 산 것 같아 후회했다면서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슬퍼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셨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시위를 이어가면서 때로는 피곤함에 지치기도 하지만 점차 커져가는 시민들의 호응에 힘을 얻는다는 해안 스님. 그런 스님이 바라는 건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일이다. 다만 개개인이 나서는 것을 넘어 환경운동가들이 보다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힘써주길 기대하는 스님이다.
“보통 환경단체나 활동가들이 일회성 시위나 기자회견으로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알리는데, 더 세게 움직여야 합니다. 결과가 다 나오고 오염수가 방류된 뒤에 목소리 높여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시민에게 그림을 선물하는 해안 스님.
해안 스님은 1인 시위 47일째가 되던 어제, 시위 현장 앞을 오가던 다른 스님에게 처음으로 ‘언제까지 하는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힘들다고 해서 물러서면 겨우 피워낸 불씨가 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켜온 신념이 빛을 발한 셈이다. 당초 이달 말까지 두 달간의 1인 시위를 계획했던 스님은 그렇게 8월에도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인터뷰 도중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에 동참한 한 시민은 해안 스님의 활동을 ‘침묵의 순례길’이라고 표현했다. 마이크나 커다란 스피커를 쓰지 않으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뜻이었다. 이 시민은 “오히려 시끄러운 시위보다 묵직한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제3자의 입장에서 이분들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기를 오는 8월로 계획하고 있는 일본 정부. 이제는 오염수 방류 문제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바다의 눈’ 해안(海眼)은 오늘도 내일도 같은 자리에서 정진에 나선다.
윤호섭 기자(현대불교신문)
첫댓글 佛法僧 三寶님께 歸依합니다.
거룩하시고 慈悲하신 부처님의 加被와 慈悲光明이 비춰주시길 至極한 마음으로 祈禱드립니다. 感謝합니다.
成佛하십시요.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I return to Buddha, Law, and Seung Sambo.
I pray with utmost heart that the holy and holy Buddha's robe and mercy light will shine on it. Thank you.
Holy Father.
Avalokitesvara Bodhisattva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하시는 해안스님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폭염이 극성인 요즘 체감온도 35도를 넘어가니 건강 생각하시고 방학기간을 좀 가지시면 좋겠다는 저의 생각을 올립니다. _()_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