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절친이 경남 진주에 산다.
대학 절친도 경남 진주에 산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다.
두 친구들이 멋지고 젠틀한 사람들이라 꼭 소개를 시켜주고 싶었다.
셋이서 술 한 잔 하고 싶었다.
상호간에 인사도 나누고, 남강 트레킹도 야무지게 해보고 싶었다.
금요일날 일을 끝내고 서둘러 집으로 가서 양복을 벗고 배낭을 멨다.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진주로 갔다.
금요일 저녁에 모 음식점에서 세 사람이 만났다.
반갑고 살가운 시간이었다.
진주에 사는 두 사람은 금세 친구가 되었다.
밤늦도록 얘기꽃을 피우며 정담을 나눴다.
대학친구집에서 하룻밤을 잤다.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친구였다.
오랜만에 그 친구집에서 마음 편하게 하룻밤을 유하고 아침을 맞았다.
그야말로 찬란한 주말 아침이었다.
천지신명의 축복이 물씬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주말 아침.
트레킹을 위해 약속장소로 나갔다.
어젯밤에 같이 만났던 고교 절친이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둘만 트레킹을 하는 건 아니었다.
전국에서 친구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수원에서, 전주에서, 지리산에서, 울산에서, 대전에서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우리는 금방 9명이 되었다.
1박2일간, 고딩 친구들이 본격적으로 남강 트레킹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주말의 메인 테마였다.
나는 그동안 진주에 꽤 여러번 방문했었다.
하지만 온전하게 트레킹만을 위해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고등학교 친구들 9명이 함께 했다.
남강 고수부지를 따라 참 많이 걸었다.
아름답고 시원했다.
경치도 좋았고 우리들의 우정도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밝게 빛났다.
해가 질 때까지 힘차게 걸었다.
하루 여정을 끝내고 시원한 막걸리에 진주 특식으로 푸짐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정말 꿀맛이었다.
사전에 예약해 둔 숙소에서 모두가 숙면을 취했다.
다음날 아침 해장국으로 식사를 한 다음 또 걸었다.
둘째날은 진주성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트레킹이었다.
진주성과 촉석루 그리고 역사 박물관에서 이 고장에 얽힌 충절과 역사의 면면들을 다시금 곱씹었다.
이틀간 장거리 트레킹으로 운동도 많이 했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소중한 배움의 기회였다.
우리 친구들은 모두가 56세다.
그야말로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이다.
그러다보니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건강, 노후준비, 자녀들 결혼, 인생2막의 멋진 스토리텔링 등이었다.
자고로 '三人行이면 必有我師'라했다.
친구들에게서 배울 점도 많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나도 느끼는 바가 적잖았다.
진주에 사는 친구를 제외하고 모두 갈 길이 멀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다음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나는 일부러 초저녁 시간의 KTX를 예약해 둔 상태라 다시 혼자서 남강변으로 나왔다.
파워워킹으로 '진양호'까지 걸어갔다.
진주까지 어려운 시간을 할애해 온 이상 '남강댐'과 드넓은 '진양호'를 안 보고 갈 순 없었다.
나는 단체로 트레킹을 하거나 산행을 할 땐 맨 뒤에 선다.
꼭 그렇게 한다.
나의 철직이다.
주로 사진을 찍어주며 때때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곤 한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체크하고, 대오의 속도와 체력안배 그리고 트레킹의 완급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혼자서 길 때면 정말 빠르고, 강력하게 간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파워워킹'이다.
일반일들의 1.5배 이상 속도로 간다.
걸어보니 식당에서 남강댐까지눈 6킬로 정도였다.
그런 거리도 내겐 잠간이었다.
'진양호'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아, 얼마만에 다시 조우하는 '진양호'던가"
깊고 넓고 깨끗했다.
진양호에서 돌아오는 길에 잘 아는 형네 집까지 다시 걸어갔다.
형, 형수와 함께 시원한 차를 한 잔 나누고 진주역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4-5월의 신록이 6월이 되자 어느새 짙은 담록으로 변해 있었다.
정말 싱그럽고 아름다운 산천이었다.
그저 감사가 흐를 뿐이었다.
7명의 친구들은 1박2일 동안, 나와 진주 친구는 2박3일 동안, 상호간의 진한 우정과 사랑을 가감없이 교류했다.
많이 웃고 떠들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운 친구들을 보기 위해,
멋진 남강에서 장거리 트레킹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와 준 9명의 고교 친구들에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건강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고 소중한 우정과 신뢰가 있어 고맙다.
글은 이만 줄이고 남강 트레킹의 소중한 시간들과 추억들을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인생, 자연, 우정, 신뢰.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던가.
더 이상의 바람이 있다면 죄가 될 테지.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