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곽노현 공보물 누락’ 왜 보도안하나
잇따른 ‘여당 편들기’ 행태로 ‘신(新)관권선거’라는 비판을 받아 온 선관위가 이번에는 서울교육감 곽노현 후보의 공보물을 대량으로 누락 발송해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곽 후보 측은 관악구 은천동 2400여 가구에 공보물이 누락 발송됐다는 사실을 밝히고, 진상조사와 언론매체를 통한 공식사과 등을 요구했다. 곽 후보 측은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동·강서·서대문구 등에서도 곽 후보의 공보물만 빠져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혀 곽 후보의 공보물 누락이 한 곳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은천동의 주민센터 공보물 담당 발송자가 공보물 삽지 과정에서 곽 후보의 공보물 4000여부가 부족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선관위 공보발송 실무자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선관위 담당 실무자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진행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관위가 고의적으로 곽 후보의 공보물을 누락했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가 많고, 교육감 후보자 소개 및 교육정책에 대한 언론 보도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공보물을 통한 후보자 알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곽 후보는 사실상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는 이원희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진보단일후보’, ‘MB교육 심판’을 내건 곽노현 후보의 공보물이 대거 누락되었고, 선관위 담당자가 이를 알고도 넘어갔다면 선관위의 ‘관권선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공보물 누락으로 파문이 일자 선관위 측은 뒤늦게 곽 후보의 공보물을 발송했다고 하지만 주말을 끼고 있어 곽 후보의 공보물은 선거 직전에 도착하거나 어쩌면 선거 이후에 도착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심각한 문제를 방송3사는 29일과 30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MBC는 30일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보도를 했지만 파문의 핵심은 슬쩍 비껴갔다.
MBC는 <공보물 누락 논란>(조의명 기자)에서 곽 후보가 ‘MB교육 심판’을 내건 ‘민주진보단일후보’라는 점, 선관위의 의도적인 관권선거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주민센터에서 곽 후보의 공보물 수천부가 모자라자, 다른 후보들 것만 먼저 보낸 것”,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선관위가 어제 공보물을 재발송했지만, 곽 후보는 의도적 누락이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리고는 “이처럼 대량은 아니지만, 한 두 후보의 공보물이 누락된 곳은 또 있다”며 다른 지역의 공보물 누락 사실을 덧붙이며 선관위의 ‘미숙한 일처리’ 정도로 접근하는 데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의 ‘관권선거’ 행태는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선관위는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4대강 반대운동, 무상급식 캠페인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몰아 유권자운동을 탄압하면서 정부의 4대강 사업 홍보는 눈을 감았다. 또 사실상 유시민 후보를 겨냥해 ‘야권 단일후보가 단일화에 참여한 다른 야당 소속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선거법에 어긋난다’는 해괴한 해석을 내려 야당 후보들의 발목을 잡았다. 젊은 층의 투표참여를 위해 발 벗고 뛰어도 부족할 판에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요건을 까다롭게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도 방송3사는 선관위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들을 제대로 감시, 비판하지 않았다. 심지어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선관위가 정부와 유권자운동을 ‘공정하게’ 규제하는 듯이 호도하는 보도까지 내놨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에서 벗어난 선관위는 공정선거 관리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양 행세했고, 곽노현 후보의 공보물이 대량 누락 발송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KBS와 SBS는 또 한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관위의 의도적 누락 여부를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동시에 방송의 ‘직무유기’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KBS와 SBS는 왜 곽노현 후보의 공보물 대량 누락을 언급조차 못하는 것인가? 아직 선거일까지 이틀이 남았다. KBS와 SBS는 오늘이라도 선관위의 관권선거 의혹을 보도하라.
특히 ‘공영방송’의 간판을 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북풍몰이’ 외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던 KBS가 끝내 선관위의 ‘공보물 대량 누락’ 사건을 외면한다면 더욱 매서운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선관위의 진보교육감 곽노현 후보 ‘공보물 누락발송’관련 방송3사 보도에 대한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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