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석 이야기: 1월의 탄생석 가넷
글: 주얼리 디자이너 김성희
1월의 탄생석인 가넷(혹은 가닛, Garnet)은 내구성이 매우 뛰어난 보석으로 7 ~ 7.5의 경도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가넷은 빨간색으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주황색, 노랑색, 녹색, 갈색, 보라색, 분홍색, 초록색, 심지어 파란색과 검은색까지 다양한 색상에 걸쳐 나타나며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가진10개의 서로 다른 보석군을 통틀어 가넷이라 일컫는다. 많은 양이 발견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합성석을 만들지 않으며 처리되지 않는 몇 안 되는 보석 중 하나로 원석의 다양성, 품질 및 크기에 따라 캐럿 당 40$에서 5000$까지 거래되기도 한다. 가넷은 변형성이 높고 비교적 흔한 보석으로 다른 보석들처럼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에 의해 형성된다. 지질학자들은 암석(가넷이 발견된 곳)이 형성된 온도와 압력을 나타낼 때 가넷을 인용하기도 한다. 많은 해변의 작은 모래 입자 및 암석에서 풍성한 양이 발견되는데 주로 아프리카, 인도, 러시아, 남아메리카, 마다가스카르, 파키스탄 및 미국에서 채광된다. 가넷은 종종 비슷한 색상의 더 비싼 다른 보석으로 오인할 수 있다. 특히 빨간색은 루비로, 노란색은 임페리얼 토파즈로, 녹색은 에메랄드로 착각하기 쉽다.
가넷은 물병자리의 탄생석이자 염소자리의 대체석이며 또한 두 번째와 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에 배우자에게 선물하는 보석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가넷은 여행자들을 보호하는 부적으로 여겨지며 힘, 인내, 번영 및 건강과 관련지어 말해지곤 한다. 보석과 주얼리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들에게 가넷은 1월의 탄생석으로 알려진 붉은색의 저렴한 보석일 뿐이며 결혼 2주년에 주고받는 보석이라는 것도 거의 대부분 모르고 있다. 게다가 가넷은 알만딘 가넷, 만다린 가넷, 데만토이드 가넷, 알렉산드라이트, 차보라이트, 스페사르타이트 가넷, 모잠비크 가넷과 같이 매우 특정한 색상과 현상, 산지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다양한 색상으로 나타나는 가넷은 화학적 조성이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물리적 특성 및 결정형태는 서로 연관되는, 5천년 이상 인류와 함께해온 역사깊은 보석이다.
가넷에 얽힌 이야기와 상징들
가넷이라는 이름은 ‘씨많은 석류’라는 의미의 라틴어 ‘가라나투스 (Garanatus)’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화강암에 오밀조밀 붙어있는 가넷 원석들은 석류를 연상시킨다. 가넷은 기원전 3000 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발견된 한 젊은이가 입은 구슬목걸이의 형태로 발견되었다. 이것은 주얼리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경도와 내구성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넷에 대한 많은 고대 전통과 전설이 생겨났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노아는 어두운 방주 내부를 비추기 위해 빛나는 가넷을 연마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히브리 작가들은 가넷을 대제사장 아론의 가슴판에 있는 12개의 보석 중 하나로 포함시켰으며 기독교 전통은 피의 색인 붉은 가넷을 그리스도 희생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꾸란(혹은 코란)은 가넷이 이슬람교도의 네 번째 천국을 비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가넷을 인장 반지로 만들어 중요한 문서 및 다양한 귀중품을 봉할 때 사용했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도 로마 조각사에게 가넷에 자신의 초상을 새기도록 해 갖고 다녔다. 고대인들은 또한 가넷이 아이들이 익사하는 것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명계(冥界)의 왕 하데스가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명부로 데려갔다가 지상으로 보내기 전 석류알을 먹여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처지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로 석류를 상징하는 가넷은 멀어진 연인들의 유대를 치유하는 보석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유럽에서 가넷은 상당히 인기가 많았다. 옛 스페인 사람들은 과일 중 석류를 가장 좋아했고 그 결과 보석도 가넷을 좋아했다. 스페인 점성술에서 가넷은 한때 태양을 나타냈다. 19세기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기간에 선호되었던 보석은 단일 보석이 아니라 거의 모든 색상이 나타나는 다양한 가격대가 혼합된 보석들이었다. 같은 19세기 러시아와 현재 체코 슬로바키아의 일부인 보헤미아 지역은 가넷의 매우 중요한 공급처였는데 러시아 왕족과 유명한 보석상인 피터 칼 파베르제 (Peter Carl Faberge, 1846–1920)가 가넷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많은 보헤미안 성들과 교회들은 웅장하고 화려한 인테리어 장식을 위해 가넷을 사용하기도 했다. 19세기 독일 중부에 있던 작센 왕국의 왕들은 465 캐럿 이상의 가넷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만병을 통치하는 가넷
건강 증진을 위해 가넷을 착용하자는 의견들도 존재한다. 고대와 중세시대에는 색의 상징에 대한 믿음이 특별한 질병에 특정 보석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대에 가넷은 붉은색과 관련이 있었으며 종기와 물집을 의미하는 ‘등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이름은 다른 빨간 돌에도 적용되었지만 특히 가넷에 적용되었다. 고대에 가넷은 우울증을 치료하고 악몽을 막고 간 질환과 출혈을 완화시키는 돌로 여겨졌다.
붉은색이 나는 돌의 경우 염증성 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출혈에 대한 치료방법으로 생각되었다. 가넷은 체력, 지구력 및 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착용되었고 또한 피부상태를 완화시키고 심장과 혈액을 조절한다고 믿었다. 성별에 관계없이 믿었는데 남성의 경우 생식기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경우 호르몬 균형을 촉진하고 붓기를 줄이기 위해 착용했다. 게다가 가넷은 오랫동안 심장의 두근거림, 폐 질환 및 다양한 혈액 질환을 치료한다고 믿어져왔다. 사람들은 붉은색의 가넷과 인간의 피 사이에 강한 연결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순환계 전체의 건강을 증진시키며 신체의 건강한 헤모글로빈 생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착용했다.
가넷은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많은 의견들이 존재한다. 가넷의 미덕은 오랫동안 열정, 진정한 우정, 충실함, 성공, 자존심, 충성심, 헌신, 에너지, 믿음, 일관성 및 진실을 포함한다고 믿어져왔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을 확연히 하고 숙고와 진실성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착용자에게 자신의 위치와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고 여겨졌다. 우정의 상징이기도 한 가넷은 이별한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의 애정을 상징하고 그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교환했었다. 일부에서는 원석을 자르거나 연마하지 않으면 가넷이 가진 마법에 접근할 수 없다고 믿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아마도 가넷의 가장 큰 장점은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능력일 것이다. 이 보석은 내재된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녹여 없앤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아유도를 저항, 방해하는 무의식을 피하게 한다. 쓸모없거나 오래된 기억들을 사라지게도 한다. 이 보석은 에너지의 재생, 정화 및 균형을 유지하여 평온함 또는 열정을 적절히 가져오기 때문에 억제, 금기, 분노 및 불화를 제거한다. 감정적 불일치를 완화시키고 차분한 영향을 미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발생하는 부정적이고 원치 않는 에너지의 영향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한다. 위기상황에서 생존 본능을 강화하여 탈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준다. 또한 자신감을 키우고 내면의 정신을 발산시킨다.
가넷은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매우 유익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보석은 사람들을 착용자에게 끌리게 하여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성공에도 도움을 주는데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예를 들어 새로운 직장이나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착용하면 좋다고 여겨진다.
가넷에 관해 아마도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보석에는 성적, 관능적 에너지의 강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랑과 성관계에 관해서 많은 장점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모계사회때부터 붉은 보석 가넷은 자궁과 다산의 상징인 석류와 연결지어 생각했다. 여성의 생명력과 연결된 고대인들의 믿음은 때로 여성만이 가넷을 착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성적 에너지의 증진, 다산을 돕고 성적 매력을 불러 일으키며 열정과 사랑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니 아직도 가넷의 인기가 대단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블루 가넷
블루 가넷은 가넷 중 가장 희귀한 것으로 간주된다. 20 세기까지 푸른색 가넷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넷은 ‘푸른색만 빼고 모든 색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90년에 마다가스카르 베키리(Bekily)에서 블루 가넷이 발굴되었고 이를 유명한 보석학자 리차드 와이즈(Richard Wise)가 확인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베키리에서 발견된 블루가넷. 알렉산드라이트와 같은 컬러체인지
효과가 나타난다.
블루 가넷은 백열등 아래에서 자주색으로 나타나고 낮에는 파란색에서 청록색으로 색상이 변하는 알렉산드라이트와 매우 유사한 파이로프-스페사르틴 가넷이었다. 이런 이유로 블루 가넷은 때때로 알렉산드라이트 가넷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알렉산드라이트는 완전히 다른 광물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1990년 마다가스카르의 블루 가넷은 최초의 관찰 결과가 아니다. GIA의 로버트 크라우닝쉴드(1919-2006)는 1970년에 분석을 위해 GIA에 제출된 ‘가든 조약돌’을 블루 가넷으로 식별했다. 그리고 이 조약돌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파이로프 스페사르틴 가넷으로 확인되었다. 그 이후로 블루 가넷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었고 모든 보석 중 가장 희귀하고 매우 높은 가격을 얻는 보석으로 알려져 있다. 루머에 의하면 2003년 4.2캐럿 블루 가넷이 680만 달에 판매되었다고 하나, 증거가 되는 보고서가 온라인상으로는 찾아지지 않는 상태다.
가넷의 미래
최근 보석감정사, 수집가 및 주얼리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이 가넷의 아름다움과 그 진가를 알아차리고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이국적이고 희귀한 품종의 가넷은 가격이 몇 배나 증가했다. 귀보석을 주된 메인 보석으로 사용하던 유럽의 유명 브랜드들도 21세기에 들어서 화려하고 채도가 높은 가넷을 메인 보석으로 물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차보라이트처럼 에메랄드, 혹은 기타 귀보석의 대체석으로 사용되는 보석은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금년 1월, 중요한 사람에게 예쁘게 디자인된 가넷 주얼리를 5천년 동안 내려온 의미를 담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Gem Society, Jewels for me, Gemvine Jan 2019
출처 :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