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10년 11월 7일 (11시30-15시40분)
산행장소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산행코스 : 장천재-선봉-종봉-환희대-연대봉-정원석-남근암-장안사(7.6km)
천관산의 산행시기는 사계절 어느 때도 좋지만, 진달래의 군락이 환희대에서 연대봉에 이르는 5만여평의 평원과 4km에 이르는
산길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봄철이나 억새꽃이 군무를 이루는 가을철의 경관이 환상적인데.. 단풍을 쫓아다니다 보니 억새꽃이
지고 없지만 몇해전에 먹었던 세발낙지의 감칠맛을 잊지못해 천관산을 선택해봅니다
장천교(長天橋)다리를 건너 장천재를 향하여 올라섭니다... 절기로 입동인데 날씨는 박무로 인해 시야는 맑지는 않아 보입니다..
소나무와 동백이 어울어진 숲속길 들어서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장천재 앞 멋진 노송 한 그루가 앞길을 막아서는데....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600년의 노송은 한 가지가 기이한 형상으로 굽어져 개울을 향하고 거침없는 세월을 쌓아가고 있는 기상이 당당하다.
산비알을 타고 올라 날등에 서면서 시야가 트인다. 언덕 아래로 관산읍이 성큼 다가와 있다. 관산은 시골의 소읍이다. 머리를 맞
댄 집들이 정겹게 모여서고 읍내를 벗어나면 넓지는 않으나 반듯반듯하게 바둑판처럼 정리 된 논들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야트
막한 산들이 가깝게 혹은 멀리 암청색 굵은 획을 그으면서 들판을 둘러싼다. 산과 들을 지나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시야 가득히
넘실거린다.
산이 높아질수록 시야는 더욱 넓어진다. 기암의 암릉과 암괴가 용립하여 빚어진 천관산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산에 오를수록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바위봉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눈을 놀라게 하더니, 능선에서 마주치는 암괴와 암봉의
경승에 말문이 막힐 정도이다. 선인봉, 금강굴, 종봉, 구정봉, 환희대에 이르기까지 도열하는 암릉과 암봉과 기암의 암괴들......
농무에 잠들어 있는 게으른 새벽을 나무라며 집을 나선지 4시간이 훌쩍 지났고... 깊은 가을밤 달디단 잠을 깨웠더니 눈꺼풀도 무
겁고 발걸음도 무겁다...
가을에 물들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이 가을 깊히 앓는 사랑 지지 않을 수 있는가.....노랗게 물든 가지산 자락 생강나뭇잎 같이
선명하고도 명쾌한 사랑 아! 그 투명한 사랑 이곳에도 있을까....
아직은 가을입니다 산비알의 억새는 하얀 머리채 풀어 깃발 삼아 흔들어댑니다... 숲의 붉은 단풍진잎은 저무는 가을이 아쉬워
도 더 붉게 빛나고 있지요
마음이 맑아 옵니다. 마치 가을 황사라도 낀 듯한 박무에 시달린 시계이지만...아름다운 산정은 절대 더러워지지 않음을 압니
다... 세상 모든 것이 때 묻더라도 산은 언제나 말게 다가옵니다...더럽고 추한 마음도 산에 들어가면 깨끗이 정화가 되는 것이지
요
천관 산정은 바위들이 비죽지죽 솟아 있는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하여 천관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져 온
다지요
산속에 머무는 나는...세상 모든 사람 두 눈 다 감게해도 감출 수 없는 그 선명한 사랑을 찾아서 산으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암릉
마다 곱게곱게 감추어둔 그 선명한 사랑을 찾아가리라.
남도의 천관산은 참 아름다운 산이다. 적당하다는 단어에 군살이 별로 붙지 않은 산을 말하라면 조금 어렵다. 사람들은 늘 자기
의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춰 말하게되기 때문이다. 호남의 5대 명산은 어디어디일까?
1. 지리산, 2. 월출산, 3. 내장산, 4. 변산, 5. 천관산이라고한다.
이중 넷은 국립공원이고, 천관산은 도립공원이다.
머물다 떠나가는 가을앞에 단풍잎 하나 담을수 있음에 즐거움이 배가되고 걸음은 한결 가벼워 집니다
바위벽을 넘고 숲을 헤치며 절경을 찾아보다...내가 왜 이곳에 서게 되었는지...천관산의 풍광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마음이 먼저 달아나자 그랬는지, 몸이 그랬는지 내 몸과 마음은 천관산을 배회하고 일행과 동떨어진 마지막 주자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얼굴엔 웃음이 만연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모습은 눈만 돌려도 천상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고 난 꿈을 꾸듯 그림을 줏어담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추울줄 알고 두꺼운 차림의 옷으로 인해 들머리부터 헝클어진 걸음과 땀방울 떨어져 흠뻑 젖었지만.,,, 길 찾아 나선 후 보이는건
다 즐거움이고.... 님의 품을 향하는 길이 힘들어도 님을 만나면 늘 들뜨는 심장박동 가라앉히라는 것이라 여기며 새겨 듣습니다.
야생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산릉을 따라갑니다...열심히 걷다보니 덜컥 만나는 전망대 끝에서 바라보는 환희대입니다
기묘한 바위들은 제멋대로 옹립하여 춤을추듯 웅장한 군무에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려낼수 없을것 같은 아름다움은 천상의
선녀들이 내려와 춤을 추는듯 그 활홍경에 빠져도 보지요
억새밭 사이로 기쁨을 노래하니 흠뻑 젖은 등짐도 즐거움으로 들썩이고. 억새꽃 흩날림이 눈꽃처럼 하얗게 흩날립니다...
오가는이 얼굴에도 기쁨이 가득하고.... 바위가 주인인 산임에도 육산인 듯 한가한 걸음이라 더욱 느긋합니다
지장봉과 구룡봉길은 억새물결이 춤을 춥니다.. 지척이지만 가볍게 산행을 계획했기에 발길을 돌려세웁니다
바라다 보이는 구룡봉을 내려서면 아육왕탑과 탑산사터를 지나 다시 거북바위로 올라서면 불영봉의 아스라함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마지막 가을의 억새 물결에 머물고 싶지만 떠나는 가을앞에 산정으로 뒤로한 채 연대봉으로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환희대서 연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소백산의 한 자락같이 넉넉해 보입니다. 억새물결이 춤추는 능선을 천천히 거닐어 봅니다
급히 서둘 이유도 없는것 같습니다....수만평의 억새밭 평원에서 이 가을의 대미를 장식해보고 싶은데...조망이 없다 멋진 다도해
를 볼수 없음이...
자연의 신비로움과 오묘한 조화가 놀랍다. 남해 멀리 인적드문 외딴 산자락에 이런 신기의 조각 전시장을 만들어 놓은 조물주의
뜻이 경이롭다. 남해의 푸른 물결과 다도해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득량만의 따뜻한 햇살 속에 굽이치는 산자락, 억새밭이
석조 예술품을 전시할 전시장으로는 최적의 장소였는지.....
아기바위, 사자바위, 종봉,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대세봉, 석선봉, 돛대봉, 구룡봉, 갈대봉, 독성암, 노승봉, 양근석 아육탑 등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푸른 바다에 남실거리는 다도해의 섬들과 함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야 하는데.... 환희대에서
연대봉에 이르기까지 보고 다시 뒤돌아 보고, 환상적인 경관에 푹 빠져 헤어날 수가 없다.
산정에 오르면 남해안 다도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완도, 신지도, 고금도, 약산도, 생일도, 금일도, 금당도 등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과, 고흥반도와 제주도 한라산까지
신비스럽게 나타났다는데... 오늘을 택일을 잘못한것 같다
누가 쌓았을까... 이토록 아름답고 정갈하게 자연의 아름다운에 발길도 잠시 머물러지는 정원암입니다... 산행길이 끝나가는것
같고 마음은 벌써 세발낙지가 꿈틀거리는 주차장에 머뭅니다
양근암도 지나는데 짓궂은 도반은 가는길 멈추고 한번 스다듬어 보기도 하고
전망좋은 곳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관산읍 한번 바라보는것으로 만족해 합니다
연대봉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기암 괴석의 암봉들이 도열하여 경승을 빚어내고.... 골짜기 건너 암봉을 바라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건조한 날씨탓에 먼지가 폴폴거린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즐겁기만 하고, 산행길의 진한 감동은 늘 잔잔하게 넘실거립니
다
산자락에 암릉을 바라보며 다시 찾은날 맑은 하늘빛이 우리곁에 머물러 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