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일의 참다운 대학 도시’라 불리는 케임브리지 시 중앙에는 아름다운 캠 강이 흐른다. 그리고 캠 강 양쪽 언덕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최고의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수많은 칼리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1284년에 처음 문을 연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문예 부흥기에는 종교 개혁 운동을 주도하는 중심지였으며, 19세기 이후로는 수학과 자연 과학 분야에서 줄곧 세계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이 곳은 뉴턴, 맥스웰, 톰슨, 다윈, 스티븐 호킹 등 인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할 만한 위대한 과학자들을 배출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꾸준한 자기 개혁을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보자.
1. 영국의 역사와 함께해 온 대학
한국 사람들이 영국에 가면 런던 다음으로 꼭 가 보고 싶어하는 도시가 바로 학술 도시(대학·박물관·연구소 등 학술적인 기능에 특색이 있는 도시)로 유명한 케임브리지이다. 이것은 아마 학문 탐구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낭만을 만끽해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자연 과학 분야의 최고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가 이 곳에 있는 것도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케임브리지대는 옥스퍼드대와 더불어 영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유서를 자랑하는 대학이다. 1209년 옥스퍼드 시(市)에서 학자와 시민 간에 분쟁이 일어나 여러 학자들이 신변의 위협을 피해 케임브리지로 이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케임브리지는 학술 도시로 성장할 여건을 마련하였고, 그 결과 1284년에 케임브리지대 최초의 칼리지인 ‘세인트 피터스 칼리지(St. Peter’s College, 현재의 Peterhouse)’가 설립되었다. 그 뒤 케임브리지대는 옥스퍼드대, 프랑스의 파리 대학 등의 학제를 참고하여 나름의 독특한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바로 ‘칼리지 시스템(College System)’이다. (옥스퍼드대도 칼리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칼리지 시스템은 한국의 종합 대학(University) 내에 소속되어 있는 단과 대학(College)보다 독립성이 훨씬 강한 많은 칼리지들을 하나로 묶어 운영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케임브리지 시에는 모두 35개의 칼리지가 있는데, 이것을 통틀어 케임브리지 대학교라고 하는 것이다. 이들 칼리지는 독립된 재정과 교수 인력을 확보하여 칼리지 입학 허가, 장학 사업, 교과 과정, 일반 복지 등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이와 달리 대학 본부는 시험 주관, 논문 지도, 학위 수여 같은 종합적인 중앙 업무만을 담당한다. 현재 케임브리지대를 구성하고 있는 칼리지 가운데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와 퀸스 칼리지(Queen’s College) 등이 가장 유명하다.
2. 제2의 뉴턴·스티븐 호킹을 꿈꾸며
런던에서 자동차를 타고 동북쪽으로 약 1시간 반 정도를 달리면 세계적인 학술 도시 케임브리지가 나온다. 바로 이 도시의 중심에 케임브리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케임브리지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7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다. 이 대학은 뉴턴(Isaac Newton, 1642∼1727), 맥스웰(J. C. Maxwell, 1831∼1879), 톰슨(J. J. Thomson, 1856∼1940), 다윈(C. R. Darwin, 1809∼1882), 스티븐 호킹(S. W. Hawking, 1942∼ ) 등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과학 천재를 배출해 왔고, 20세기 이후에만 6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킨 자연 과학 분야 최고의 대학이다. 특히 이 대학 안에 있는 캐번디시 연구소(Cavendish Laboratory)는 케임브리지대가 자연 과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1873년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오늘날까지 실험 물리학(물리학을 실험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의 메카로 그 명성을 드날리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언론과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대학 평가 순위가 공개되면서 영국의 대학들은 변화와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영국 대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혀 온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는 그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옥스퍼드대가 시대적 요청에 귀기울이지 않고 전통적인 학문에만 매달리는 사이, 개방된 자세로 산학 협동 등 꾸준한 자기 개혁에 힘쓴 케임브리지대는 자연 과학 분야의 첨단 학문을 육성하고 특성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케임브리지대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 타임스〉가 뽑은 최고의 대학으로 선정되었고, 평가가 시작된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해 오고 있다.
3.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 사이언스 파크
원래 케임브리지 시는 교육과 학술의 도시로 유명했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정보 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과 생명 공학(BT, BioTechnology) 도시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물리·화학·수학 등 기초 과학의 메카였던 이 곳이 1999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미국의 유력한 반도체 회사들이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남동부 지역의 연구 단지)에 필적할 수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을 만큼 첨단 산업의 산실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 케임브리지대가 있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트리니티 칼리지(Trinity College)가 1970년에 설립한 사이언스 파크에는 60여 개의 벤처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는데, 바로 이 사이언스 파크가 ‘케임브리지 현상(Cambridge Phenomenon, 케임브리지대의 우수한 인력과 기술이 주변 벤처 기업의 자본과 연결되어 전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주도권을 잡아 가는 현상)’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이 곳에 있는 4,000여 명의 연구원들은 생명 공학, 정보 통신, 인터넷 분야, 소프트웨어 산업의 각종 기술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 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 곳에서 성장한 지노믹스 사(社)가 미국 나스닥(NASDAQ, 우리 나라의 코스닥에 해당하는 미국의 장외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돌풍을 일으켰다.
4. 세계의 역사를 만드는 동문들
옥스퍼드대가 영국 수상들의 모교(20세기에 영국을 통치한 19명의 수상 중 9명이 이 대학 출신이다.)라면, 케임브리지대는 세계 기초 과학과 첨단 과학의 산실일 뿐 아니라 수많은 명사를 배출한 곳이다. 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유명 인사는 앞서 살핀 천재 과학자들 외에 시인인 워즈워스(W. Wordsworth, 1770∼1850)와 바이런(G. G. Byron, 1788∼1824),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러셀(B. A. W. Russell, 1872∼1970), 인도의 수상이었던 네루(P. J. Nehru, 1889∼1964), 철학자 비트겐슈타인(L. J. J. Wittgenstein, 1889∼1951), 경제학자 케인스(J. M. Keynes, 1883∼1946) 등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국내에서도 200여 명이 가입되어 있는 ‘케임브리지대 한국 동문회’를 중심으로 많은 동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5. 진학 정보
케임브리지대에는 약 1만 1,600명의 학부생과 5,000명의 대학원생, 2,000명의 교수들이 있다. 전체 학생의 17% 정도가 전세계 100여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국인 유학생의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인 유학생은 학부생이 약 30명, 대학원생이 45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우리 나라의 수능과 비슷한 GCE ALEVEL*이라는 시험에 응시해야 하는데, 케임브리지대는 별도로 GCE ALEVEL보다 더 어려운 ‘제6학기 시험(STEP)’도 요구하고 있다.
영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일반적으로 입학 전년도 9월 중순에서 12월 중순 사이에 UCAS(Universities & Colleges Admissions Service for the UK)에 원서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케임브리지대나 옥스퍼드대는 10월 중순에 원서 접수를 마감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케임브리지대에 지원하려면 먼저 9∼10월 사이에 UCAS에 원서를 낸 다음, 예비 입학 신청서인 ‘Preliminary Application Form’을 1차 지망 칼리지의 입학 담당자(Admissions Tutor)에게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칼리지에 동시에 지원할 경우에는 10월 15일까지 입학 신청서를 Cambridge Intercollegiate Applications Office에 제출하면 된다. 입학 사정에 필요한 서류에는 입학 원서, 교사 추천서, 에세이(학과 선택 이유, 장래 학업 계획, 과거 이력, 특별 활동 내용, 각종 대회 수상 능력 등), 성적 증명서, TOEFL 또는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점수 등이 있다. 입학 심사는 3월에서 6월 사이에 있으며, 입학 가능 여부는 1월부터 9월 중 아무때나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학기는 9월∼10월에 시작된다.
외국인이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 학교 성적이 최소 상위 10% 이내에는 들어야 하며, 250점 이상의 CBT 토플 점수 또는 7.5 이상의 IELTS 점수가 요구된다. 입학 원서를 낼 때 첨부하는 에세이와 교사 추천서가 가장 중요하므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
이 대학에서 1년 간(9개월 기준) 공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등록금(약 1만 파운드, 의과 대학 제외)과 숙식비(약 8,000파운드)를 합쳐 약 1만 8,000파운드(약 3,400만 원) 정도로 매우 비싼 편이다. 이 학교의 홈 페이지는 http://www.cam.ac.uk이고, 주소는 Kellet Lodge Tennis Court Road Cambridge CB2 1QJ이다. 이메일은 undergradenquiries@cuao.cam.ac.uk이며, 전화 번호는 +44(0)1223333308이다.
* 영국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시험. 중학교 과정을 마친 뒤 고등 학교 과정인 ‘Sixth Form College’ 과정에 입학하여 2년 간의 교과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18세에 치르게 된다. Sixth Form College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은 대개 1년을 마치고 5∼8개의 지망 대학교를 선정, 중학교 졸업 자격 시험인 GCSE 성적표를 첨부하여 대학에 원서를 제출한다. 그러면 대학에서는 GCSE 성적을 바탕으로 입학 가능성을 판단하고, 학생에게 GCE ALEVEL 커트라인 수준을 알려 준다. 예를 들어 ‘수학 A, 물리 B, 화학 B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식이다. 통보를 받은 학생은 마지막 1년을 마친 뒤 GCE ALEVEL 성적에 따라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GCE ALEVEL 시험의 과목은 국어·수학·물리·화학·경영·컴퓨터·미술·철학·사회학·경제학 등 매우 다양한데, 그중 입학하려는 대학의 전공 학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포함하여 대개 3∼4 과목을 선택한다. 시험은 에세이 형식으로 치러지며, 모두 A∼E의 5단계로 구분되어 평가된다.
* 응시자가 영어를 사용하여 유학이나 연구, 연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영연방 영어 능력 시험. 케임브리지 대학교 시험 본부, 영국 문화원, 호주 교육 위원회에 의해 치러지고 있다.
영국 대학 진학 방법
1. 고등 학교 졸업 후 신입생으로 진학
영국은 대학 전의 교육 과정이 13년이고, 한국은 12년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대학을 1년 이상 다닌 학생은 영국 대학교로 바로 진학할 수 있지만, 고등 학교만 졸업한 학생은 반드시 고등 학교 과정인 ‘Sixth Form College’(2년)나 대학 예비 과정인 ‘Foundation Course’(1년)를 거쳐야 한다. Sixth Form College의 경우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 대학 같은 일부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인데, 시간과 금전적인 손실이 큰 것이 단점이다. 여기에 비해 Foundation Course는 외국인이 영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입학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Foundation Course는 약 9개월 동안 3학기제로 운영된다. 학비는 대개 6,000∼1만 파운드 정도로,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2. 석·박사 과정으로 진학
대학 1, 2학년의 경우, 영국 대학에 신입생으로 진학을 하든지 아니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한국 대학의 1, 2학년 학생을 편입생으로 받아 주는 영국 대학이 거의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성적이나 영어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드물지만 한국 대학의 3, 4학년 학생을 2학년에 편입시켜 주는 곳은 있다. 하지만 영국의 대학은 우리 나라와 달리 3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편입한 뒤 1년을 공부하고 바로 논문을 써야 하는데 상당히 벅차다. 그래서 2학년으로 편입을 한다 해도 2년 만에 학업을 끝내지 못하고 1년 더 연장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의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박사 과정을 밟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3. 원서 제출 방법
영국 대학의 진학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UCAS라는 대학 진학 원서 접수 창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 몇 곳(보통 5∼6개 학교)을 정한 다음 서류를 갖추어 매년 12월까지 UCAS에 원서를 보내면, UCAS에서 각 학교로 서류를 보내 준다. 그 뒤 1월 말쯤에 지원했던 학교에서 인터뷰 요청이나 서류 요청이 오는데, 그 때 학교별로 요구에 응하면 된다. 대개 4월까지는 UCAS를 통해 접수한 원서에 대한 결과가 나온다. 만약 학교측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그 때까지 학교측이 요구하는 정도의 영어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면 우선 인터뷰를 한 다음 대개 6, 7월까지 IELTS 성적을 제출하면 된다.
외국인의 경우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에 직접 원서를 보내는 방법도 있다. 물론 UCAS를 통해 접수를 하면 영국의 모든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지만, 이 시기를 놓친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해당 학교에 원서를 보내도 된다. 대개 5월까지 원서를 제출하고 6, 7월까지 인터뷰와 영어 성적 제출을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