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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 2010/05/21~23 운암사-천주사-월광사-인천-덕적도(항구-서포리해수욕장-이개-학교 : 일주)
황금의 연휴라고들 난리다. 무소무념의 피안의 언저리에라도 얼씬하고자 하여 평소 찾지 않던 절이지만 초파일 등이 그 리 많이 달리지 않은 작은 절인 운암사와 천주사, 월광사를 기웃거리다 세속의 부름에 먼길을 나선다. 분단의 비극이 누적되어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지는 서해의 섬으로. 평소 가까이 지내는 두 가족이 무작정 길을 나선 게 목표 지점 덕적도다. 오후 늦게 길 나섬이 쉽지 않지만 인천 연안부두에 여장을 풀고 지는 해 놓으면서 싱싱한 활 어회를 마주 한다. 앉은 자리의 이웃 호남의 전형적인 농군과 합석을 하고는 적잖이 술잔을 돌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에 번갈아 안주를 청한다. 집나선 타관객의 공유된 마음이면 매듭 질 일 없을 텐데, 바다 너머에 어처구니없는 슬픈 죽음을 애통하며 석탄일을 마감한다.
여객선에 차와 함께 동승한다. 인천대교 밑을 빠져나가면서 서해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여객선에서 보는 바다위의 거 대한 건축물이 가물가물하게 꼬리를 감추고 늘어서 있다. 육지와 섬 먼 거리를 단숨에 달리도 록 이어지는 다리들은 인간의 위대함인가 무모함인가. 여행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맛을 들인 갈매기는 야성을 잃어 애써 고기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내내 여객선을 따라 나선다. 뱃전에 서서 모이를 받아먹는 갈매기를 끌어들이는 우리네 는 어쩌면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는 갈매기를 양산하고 있는지 모른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 가는 길에 자월도, 승봉도, 대이작도를 들러서 사람과 물자를 내 리거나 다시 싣고 마지막 기착지인 덕적도에 들어선다. 항구래야 배 한척 들이댈 시멘트 터미 널과 방파제 몇십미터 거기에도 사람들은 나름의 삶을 살아간다. 차를 가지고 갔기에 노인 한 분께 길을 묻는다. '뭐 덕적도는 길따라 어디로 가든지 한바퀴 돌면 제 자리 인걸' 한다. 우선은 할배가 안내하는 허름한 해물 칼국수 집에서 시장끼를 면하도록 요기를 하고 여객선 정류장에서 안내지도를 구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덕적도를 탐방한다. 해안에는 벌써 도시인들이 팬션이나 별장으로 무장을 하고 덕적도의 원형을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것인지, 아름다운 휴양지로 변모시키고 있는지 생각이 얽힐 만큼 아름다움도, 빼곡한 팬션에 묻은 문명의 때도 함께 보인다. 작은 섬치고 꽤 큰산을 가졌기에 작은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서포리 해수욕장에서 등산을 하고자 하나 제법 비의 기세가 등등하여 포기한다. 해안도로 따라 펼쳐지는 선의 아름다움이 잔잔한 바다 만큼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능동 자갈마당은 몽돌과 멋진 기암괴석이 작은 해금강을 이루고 해안 안쪽으로는 꽤 너른 습지가 작년에 마른 갈대를 빼곡하게 세우고 있다. 습지와 바다 그리고 산과들, 멋진 바위가 잘 어울리는 덕적도 제 1 경이 아닐까.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해안을 맴돌다가 만난 해변 자갈 틈을 비집고 뿌리를 정착한 해당화 한 무더기가 더욱 빛난다.
성황당 고개를 넘어 목섬해변에는 팬션 건축이 한창이다. 인천에서 사업을 하다가 모든걸 버리고 몇년전 사놓은 땅에 팬션을 짓고 있는 사람은 덤으로 바닷 모래톱 수백미터의 정원을 가 진다. 거기에 비조봉 자락을 옆에 두었으니 자연을 공짜로 집에 들인 게지만 철썩이는 파도소 리 여름동안 씨끌씨끌한 군중이 빠져나간 뒤의 고요를 감당할른지 우릴 붓잡고 늘어진 이야 기가 멈출 기세가 없다. 누군가 옆에 없다면 울림이 없는 자연과의 삶에서 자연의 울림을 알 아듣는 경지의 삶까지 인내할 수 있는가. 홀로 해변에서 삶터를 일구고 있는 중년을 넘긴 사 내의 삽질 끝에 매달린 묵직한 삶의 과제를 본다.
덕적도 일주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여객터미널로 돌아오니 방파제에 어부의 아내들이 소라와 가자미, 몇가지 해물을 판다. 서포리 해수욕장의 팬션에 숙소를 정하기로 하 고 싱싱한 횟감을 산다. 굵어진 빗방울과 짙은 구름으로 서해 일출은 보기 어렵고, 숙소에서 소주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숙소 앞 소나무 숲길도 걸어보지 못하고, 덕적초중고등통합학교 소나무 숲너머의 해안선을 눈요기로 끝낸 뒤 차를 배에 싣고자 항구에 간다. 인천으로 가는 배는 만원이고 대부도행 표 를 사놓고 보니 비가 개인다. 다소의 미련때문에 남은 시간동안 해안산책로를 따라 마지막 덕 적의 숨결을 깊이 간직한다. 아쉬움이 남아야 자꾸 뒤돌아 보지 않으랴. 서해바다에 붉게 깔리는 태양의 그림자, 비조봉의 온갖 푸성귀, 해변 마다 널린 갯벌 섭생이 랑, 섬 사람들의 향취, 모든 걸 마음에 담아 덕적도 그림을 미완성으로 둔다.
대부도로 귀환하는 길이 인천 연안에서의 뱃길보다 단축된다.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올 때도 갈매기를 거느리고 서해를 가른다. 대부도 해변 삼다도 횟집에서 마지막 바다 냄새에 젖고 먼 여정을 닫는다.
시화호 방조제를 달리면 어느 게 육지의 끝이고 바다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커다란 바다 가운데로 뻥 뚫린 길을 가고 있으려니 할 뿐인데 새만금 방조제는 또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수억의 세월을 하루 아침에 이룩한다고 할까. 2박3일 바람처럼 이곳저곳 다니면서 '세상 참' 한다. 2010/06/16 경북 문경 산북의 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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