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 4대 방장 학봉지선(鶴峯知詵) 대선사의 승좌를 알리는 방장고불법회가 지난 20일 백양사 대웅전 앞 특설법단에서 봉행됐다. 곡우절(穀雨節)을 맞아 불보살과 역대조사에게 햇차를 공양하는 다례재를 겸해 열린 이날 고불법회는 조계종 원로의장 밀운스님을 비롯한 원로의원, 각 교구 본말사 주지, 사암 스님 등 200여명과 지역 기관장, 신도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고불총림 백양사 4대 방장 지선스님은 지난 20일 경내 대웅전 앞 특설법단에서 봉행된 방장승좌 고불법회 법어를 통해 “무념 무심 무주의 대자유인이 바로 ‘무사귀인’이며 평상인”이라며 “억지로 조작하지 말고 평상심의 삶 그대로 살라”고 당부했다. |
백양사 주지 진우스님은 고불문에서 “백양산문은 백제 무왕 33년 여환 선사에 의해 창건되어 만암종헌 대종사에 이르러 1947년 고불총림을 설치하면서 오늘의 백양사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이제 고불총림의 전 대중은 불조의 혜명을 받들어 만암 대종사의 고불정신을 함양하고 서옹 대종사의 ‘참사람 운동’을 선양하며, 방장 지선 선사의 지도를 받들어 총림의 위상에 걸맞은 수행과 포교에 진력 정진할 것”을 서원했다.
또한 “오늘 학봉지선 방장 스님께서 고불총림 선사들의 법을 이은 연고로 창 앞의 백학(白鶴)은 승천(昇天)하고, 쌍계(雙溪)에는 연꽃이 피어나며, 땅이 티끌 속에 들 때까지 공덕(功德)의 바다는 마르지 않고, 하늘이 겁석(劫石)을 녹일 때까지 자비의 향이 무궁하여지이다”며 지선스님의 방장 승좌를 제불보살 전에 고했다.
곡우 다례재 겸해 봉행
제불보살에 승좌 고하며
고불총림 발전 ‘축원’
고불법회에 앞서 방장 지선스님과 고불총림 대중들은 대웅전과 조사전에서 곡우 다례재를 올렸다. 이 자리에서 대중들은 지선스님의 방장 승좌를 제불보살과 역대 조사전에 고하고 고불총림의 발전을 축원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영가의 극락왕생과 아직도 귀환하지 못한 이들의 속득귀환을 기원했다. 백양사는 세월호 침몰참사와 관련 이날 법회에서 일체 화환을 받지 않았다.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은 고불법회 축사를 통해 “오늘 부처님께 고하는 지선 방장 스님은 일찍이 어려움에 처한 대중들의 고난과 고충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아픔과 함께하며 살아왔으며, 종단이 어려울 때는 최선봉에 서서 구종의 신념으로 개혁을 선도했다”고 소개하고 “지선 방장 스님은 앞으로도 총림의 수장으로서 모든 선지식의 지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대중들 고난과 고충 대변
아픔 함께해온 삶 회고하며
새로운 불교운동 지도 ‘기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미리 보낸 축사에서 “지선 방장 스님은 사회현상을 늘 통찰하며 삶의 정의로움을 주창했기에 고불총림 방장으로 오르는 것은 현시대를 아우르는 뜻 깊은 일”이라며 “방장 스님이 보인 실천과 같이 정의의 역사를 이루어 가도록 대중 모두가 부지런히 정진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도 축사에서 “지선 스님은 1980년대 우리 사회의 아픔을 함께 하며, 민주 인권 평화 통일을 위해 긴 시간동안 국민의 선봉에 섰다”며 “방장 스님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교운동이 펼쳐질 수 있도록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화환 일체 사양하고
세월호 참사영가 극락왕생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정해숙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세상의 평화를 위해 이웃과 더불어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동서가 화합하는 평화통일을 이루어 인류 공동체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많은 지도를 베풀어 달라”며 지선스님의 방장 취임을 축하했다.
축사에 이어 고불총림 유나 일수스님과 선원장 무아스님이 불자(拂子)와 법장(法杖)을 지선스님에게 봉정했다.
고불총림 4대 방장에 오른 지선스님은 법어를 통해 “밝게 깨어있어 도깨비 귀신에게 홀리지 않는 무념(無念)·무심(無心)·무주(無住)의 대자유인이 바로 무사귀인(無事貴人)이며 평상인”이라며 “다만 억지로 조작하지 말고 평상심의 삶 그대로 살아라”고 설했다.
제4대 방장 승좌 고불법회가 열린 지난 20일 무념 무심 무주의 대자유인을 향한 백양사 원로 중진의 발걸음은 밝고 힘찼다. 사진 왼쪽부터 원로의원 암도스님,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 주지 진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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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승좌 지선스님 법어
崑崙白頭三角壞 곤륜산, 백두산, 삼각산이 무너짐이요
黃河鴨綠漢江乾 황하강, 압록강 한강이 말라버림이라
日月崩落天地暗 해와 달이 떨어져 천지가 어두워졌으니
東國必有星生子 동국에 반듯이 샛별 같은 선지식이 나올 것이라.
是甚 무슨 이치인가?
血海滔滔長生命 피 바다 도도히 흘러 모든 생명을 장양(長養)함이로다.
현대의 인류는 문명의 대전환기에 와 있습니다. 과학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물질만능과 쾌락중심의 삶으로 인하여 주체성 상실, 가치관의 혼란, 생태계 파괴 등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대립 갈등 투쟁으로 전쟁의 위험이 가시지 않고 신자유주의 경제의 무한 경쟁으로 인한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크게 죽어서(大死) 크게 살아나야(大活) 합니다. 산이 무너지고 강이 마르며, 해와 달이 떨어져 한 바탕 평평함으로 돌아갈 때 모든 것이 새로운 생명으로 회생하여 대립, 갈등, 투쟁이 아닌 평등, 평화, 화해와 공감이 가득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곳 한반도에서 활발발(活潑潑)하고 무애자재(無碍自在)한 차별 없는 참사람(無位眞人), 신인류가 탄생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임제조사(臨濟祖師)께서는 <임제록(臨濟錄)>에서 대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도를 배우는 벗들이여! 참으로 중요한 것은 참되고 바른 견해를 구해서 천하를 마음대로 다니면서 도깨비 귀신에게 홀리지 않는 것이니라. 일이 없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니 다만 억지로 조작하지 말 것이요 평상심의 삶 그대로 살아라(道流 切要求取眞正見解 向天下橫行 免被這一般精魅惑亂 無事是貴人 但莫造作 祇是平常).”
참사람인 신인류는 귀한 사람입니다. 귀한 사람은 그릇된 가치관과 세계관을 바르게 잡아 올바른 안목을 갖춘 자입니다. 지구촌 구석구석 종횡무진으로 다니면서 참사람 정신을 알리는 자입니다. 과거에만 매달려 판단·평가·심판하거나 미래에 치달아 근심·걱정·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체가 없는 관념을 극복하는 길, 절대 현재에 밝게 깨어있어 도깨비 귀신에게 홀리지 않는 무념(無念)·무심(無心)·무주(無住)의 대자유인이 바로 무사귀인(無事貴人)이며 평상인(平常人)입니다. 무사귀인은 대지혜를 바탕으로 동체대비(同體大悲)와 무연자비(無緣慈悲)를 실천하는 새로운 세상의 역사를 창달할 신인류인 것입니다.
무사귀인이시여!
무위진인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古佛梅花千萬片 고불매 천만 꽃송이
飛入淸虛說禪堂 맑은 빈집 설선당에 찾아들고
白鶴長鳴過蒼空 백학이 길게 울며 창공을 날아가는데
無事貴人亦不見 무사귀인은 도무지 보이지 않네.
할<喝>!
■ 지선스님 수행이력
시대정신 선도…무사귀인 지향
고불총림 백양사 4대 방장 지선스님은 조계종 제5대 종정을 역임한 서옹스님의 전법제자로, 1961년(16세) 백양사에서 석산 상현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67년 범어사에서 석암대종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70년 백양사 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한 후 조계종 중앙교육원 등 종단의 주요 교육기관에서 내전을 섭렵했으며, 청련암에 머물면서 외전을 공부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서 청강하면서 철학과 문학, 그리고 사회 현상에 대한 견문을 넓혔다.
1972년 영광 불갑사의 주지 소임을 맡아 연실보타원이란 대안학교를 세워 극빈자와 장애인들을 3년간 교육시켰으며, 1976년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주지를 역임하면서 지역 불교에 참신한 현대포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격동의 1980년대에 접어들어 5ㆍ18 민주항쟁, 10ㆍ27법난과 같은 커다란 역사적 사건들을 겪으면서 스님은 광주 문빈정사에서 대학생 불교 청년들을 모아 대학생 불교연합회를 결성하고 무등민족문학회를 만들어 <무등>이라는 월간지를 통해서 대승불교 사상에 입각한 민주화, 인권운동과 통일한국을 이룩하기 위한 역동적인 사회 활동을 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역동적인 집회장에서도 자유를 억압하는 감옥에서도 <육조단경>의 무념(無念) 무상(無相) 무주(無住)의 정신을 놓치지 않고 용맹정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왕성했던 민주화 운동을 모두 접고 종단 자체의 개혁과 쇄신에 적극 참여했으며, 1994년 고불총림 백양사 주지를 맡아 재임 기간 동안에 명맥이 사라진 고불총림을 1996년에 다시 지정하도록 했다.
이후 스님은 종단 내외의 모든 활동을 접고 백양사 운문선원 수선 안거 이후 상원사, 수도암, 정혜선원, 몽성선원 등 제방에서 30여 안거를 성만하고 2004년 고불총림 유나를 거쳐 2012년 수좌 소임을 맡았다.
시대정신을 선도하고 혁신하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스님은 <대중아, 물이 거꾸로 흐른다>, <여래의 깃발>,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 <세간과 출세간> 등을 출판했다.
[불교신문3005호/2014년4월26일자]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크게 길을 밝히시기를...나무아미타불...()()()...'무사귀인이시여! 무위진인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