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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 내 안의 물고기, 닐 슈빈, 2008, 김명남 옮김, 2009, 총346쪽
덴마크의 동화작가이자 소설가였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한스 크리스티안 아네르센, 1805년 4월 2일 ~ 1875년 8월 4일)은 진화론이 한창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던 19세기를 풍미한 동화작가이다. 그렇다면 안데르센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어공주라는 동화를 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퍼뜩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어공주는 물고기이고 그녀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목소리를 잃고 다리는 얻었다. 물고기가 사람이 된 것은 진정한 사실이고 물고기의 유전적 특성에서 시작된 우리의 몸이기에 현재 우리는 무수한 질병들과 싸우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이 책 저자 닐 슈빈씨는 증언하고 있다.
질식, 수면 무호흡을 일으키는 영장류의 과거, 딸꾹질을 일으키는 물고기와 올챙이의 과거, 탈장을 일으키는 상어의 과거, 미토콘드리아성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과거 등에 대해 진화의 고리를 발굴하면서 35억년 진화의 비밀을 알게 된다.
심지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구조와 세포 차원의 미시 구조가 박테리아와 아주 비슷하여 10억 년 전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독립된 미생물이었다는 이론이 현재는 정설이다.
저자 닐 슈빈씨는 이 책의 제목을 '내 안의 물고기' 라고 정한 것을 상당히 안타까워하며 "내 안의 파리, 내 안의 벌레, 내 안의 효모" 라고 붙여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 닐 슈빈 교수는 물고기의 후손과 현대인의 질병에 따른 관계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주로 고대의 바다, 작은 개울, 그리고 사바나에서 서식했다. 인간의 몸은 여든 살 넘게 살거나, 하루에 열 시간씩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있거나, 축구를 하도록 설계도지 않았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이처럼 단절되어 있어서 인체는 늘 예측 가능한 방식에 따라 고장 나게 마련이라고 한다.
물고기 거북, 북극곰, 사람 모두가 공유하는 속성 몇 가지가 있다. 머리, 두 눈, 두 귀 등이다. 거북, 북극곰, 사람은 여기에 더해 목과 사지도 갖고 있는데 물고기에게는 없다. 북극곰과 사람은 더 특별한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 머리카락과 젖샘까지 지녔기 때문이다.
사람은 개조된 물고기이다. 물고기의 체제를 가져다가 포유류의 옷을 입힌 뒤, 미세한 조정을 가해 두 다리로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손가락을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만들면 갖가지 문제점들이 잠복한 조리법이 완성된다. 물고기를 포유류로 변장시켰기 때문에 대가를 치르야 한다. 완벽하게 설계된 세상이라면 즉 진화의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면 우리가 치질에서 암까지 온갖 질병들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 몸의 역사에 대해 말하자면 비비 꼬이고 뒤틀린 경로를 취하는 우리의 동맥, 신경, 정맥 등이 가장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우리 안의 양서류와 어류, 미생물 등의 존재 때문에 우리 몸은 뒤틀린 역사의 산물로써 존재한다. 물고기였을 때 우리는 고대의 바다와 강을 누비는 활동적인 포식자였다. 우리가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였을 때 우리는 파충류에서 곤충까지 온갖 먹이들을 사냥하는활동적인 생물이었다. 영장류였을 때 우리는 과일과 이파리들을 먹으며 나무에서 사는 활동적인 동물이었다. 초기 인류는 활동적인 수렵채집인이었고 나중에는 활동적인 농부가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활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처럼 현재와 과거의 충돌은 현대인이 겪는 여러 질병들에 그 흔적을 남겼다.
현대인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흔한 심장질환, 당뇨, 비만, 뇌졸증 등은 어느 정도 유전적 기반이 있는 질환들이다. 1962년 인류학자 제임스 닐의 식단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우리 선조들의 몸은 기근의 시기를 대비하여 풍족한 시기에 자원을 저장하는 법을 익혔다. 지방 축척은 자원 축척 면에서 아주 유용한 기법이다. 그러나 언제든 기름진 음식을 구할 수 있는 오늘날의 환경에서는 재앙에 가깝다. 비만과 관련한 질환들, 노화성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은 오늘날 일반적인 현상이다.
우리가 왜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절약 유전자 가설로 설명해준다. 지방은 에너지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과거에는 확실히 이득이 되었을 것이다.
또 말하는 능력을 얻은 대신 질식이나 수면 무호흡 같은 문제들을 얻었다. 우리는 혀, 후두, 목구멍 뒤쪽의 운동을 통제하여 목소리를 낸다. 이런 기관들은 포유류나 파충류의 기본 설계에댜 비교적 간단한 수정을 가해 만들어졌다. 사람의 후두는 주로 아가미궁 연골에서 생겨난다. 상어나 어류의 아가미봉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목구멍 뒤쪽 맨 안쪽 어금니에서 후두 바로 위까지의 공간은 목구멍 벽이 아주 유연해서 쉽게 열렸다 닫혔다 한다. 말을 할 때 혀가 움직이고 입 모양이 바뀌는 것은 물론 목구멍 벽의 경직도를 통제하는 근육들이 수축한다.
사람이 잠을 잘 때는 목구멍 근육도 긴장이 풀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기도가 폭삭 무너져서 상당히 오랜 시간 숨을 쉬지 않게 된다. 이 상황은 아주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심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위험하다. 말하는 능력을 얻으려면 반드시 목구멍이 유연해져야 하지만 그 때문에 기도 폐색으로 인한 수면 무호흡증을 일으키기 쉽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삼키고 말하고 숨 쉬는 통로가 같아서 때로 세 가지 기능이 상충한다. 음식물 조각이 기도를 막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것이 질식이다. 이것 또한 말하기 능력을 얻음으로써 생긴 질병이다. ]
왜 1836년에 안데르센이 하필이면 [인어공주]라는 동화책을 썼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처음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물고기가 인간이 되었는지 하나씩 점검해봐야 겠다.
이 책 작가 닐 슈빈은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을 발굴해 [뉴욕 타임즈]의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한 시카코 대학의 해부학 교수이자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총 책임자이면서 고생물학자이다.
닐 슈빈은 자신이 발견한 3억 7,500만 년 전에 살았던 이 물고기의 화석에 '틱타알릭(Tiktaalik)'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특이한 이름은 얕은 물가에 사는 물고기라는 뜻의 이누이트어다. 이후 닐 슈빈은 이 틱타알릭의 발견과정을 다룬 이 책 <내 안의 물고기 your inner fish>를 2008년에 출판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책은 35억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를 추적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북극의 엘스미어 섬에서 2004년에 발굴되어 2006년에 이름을 얻은 틱타알릭을 가장 먼저 다루는데 이 생물은 물에서 사는 어류와 뭍에 적응한 사지동물 사이의 전이단계로 추정한다.
수상 동물이 육상 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 틱타알릭의 발견은 진화학적으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틱타알릭 화석은 캐나다 누나부트준州의 엘스미어 섬에서 닐 슈빈과 그의 동료 테드와 패리시가 함께 발견했는데 3억 7,500만 년 전 고대 개울에서 형성된 암석 속에서 발견했다.
이 책에는 이들의 탐사 과정이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고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우리 인간이 물고기의 몸체에서 어떻게 사지를 가진 인간이 되었는지 그 드라마틱한 현장을 얼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틈만 나면 읽으려고 매일 가방에 넣고 다녔다.
닐 슈빈은 데본기 암석에서 수상생물과 육상생물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화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당한 탐사지역을 찾고 있던 슈빈 연구팀은 캐나다 엘스미어 섬의 3억 7500만년 전의 데본기 지층을 탐사하기로 작정하였다. 그러나 엘스미어섬은 북극 근처에 있기 때문에 화석탐사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고 이 화석을 찾는데는 장장 6년이나 걸렸다. 슈빈 탐사대는 갖은 악조건에서 고생하다가 2004년 드디어 엽상형 지느러미가 있는 물고기 화석을 찾았다. 이 물고기는 아가미와 비늘이 있지만 목과 원시 형태의 팔도 달려 있었다.
틱타알릭 이전의 모든 물고기들은 두개골과 어깨가 일련의 뼈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몸통을 돌리면 반드시 목도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틱타알릭은 다르다. 틱타알릭의 머리는 어깨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런 구조는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그리고 인간이 공유하는 특징이다. 틱타알릭 같은 물고기가 작은 뼈 몇 개를 잃음으로써 이런 전체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슈빈은 손목을 가진 물고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리처드 오언 경( Sir Richard Owen, KCB, FRS, 1804년 7월 20일~1892년 12월 18일)은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비교해부학자, 고생물학자인데 이 사람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오언은 사람의 팔과 다리, 손과 발이 더 광범위한 어떤 설계에 들어맞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의 팔 골격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위팔에는 뼈가 한 개 있고 팔뚝에는 뼈가 두 개 있으면 손목에는 작은 뼈들이 아홉 개 뭉쳐 있고 거기서 가지들이 다섯 개 뻗어 나와 손가락을 이룬다. 사람의 다리뼈 배열도 이와 같다. 뼈 한 개, 뼈 두 개, 동그란 뼈 여러 개, 발가락 다섯 개, 오언은 이 패턴을 세상의 다양한 동물 골격들과 비교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오언은 개구리와 사람처럼 전혀 다른 생물들 사이에 놀라운 유사성이 존재함을 발견했고 강연과 책을 통해 그 사실을 널리 알렸다.
오언이 파악한 원형은 하느님이 처음부터 모든 생명체에게 부여한 신성하고 영속적인 구조가 아니었다고 단정한다. 원형에는 역사가 있고 3억 9000만 년 전부터 3억 6000만 년 전 사이의 데본기 암석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제 찾아야 할 것은 손과 발, 손목과 발목의 기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것을 찾는데 1995년부터 탐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손목을 가진 물고기 틱타알릭을 북극 엘스미어섬에서 발견한 것이다. 양 팔뼈 끄트머리에 네 개의 다른 뼈들과 이어져 있는데 그것은 3억 7500만 년 전의 물고기 속에서 인체 일부의 기원을 목격한 것이다. 모든 팔다리들이 따르는 공통의 설계는 뼈 한 개 다음에 뼈 두 개, 그다음에 작고 둥근 뼈들 여러 개, 그리고 손과 발가락들이 이어지는 패턴이다.
당시는 물고기가 물고기를 먹는 골육상태의 세상이었다. 이 같은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몸집이 커지거나 갑옷을 두르거나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아마 우리의 먼 선조는 싸움을 꺼리는 쪽이어서 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 갈등 회피의 방법이 바로 그들의 지느러미에 어깨, 팔꿈치, 원시 형태의 손목을 장착하게 되었고 이것을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는 지느러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고기 지느러미가 육상동물의 팔다리로 전이한 그 위대한 진화적 전환은 새로운 DNA의 탄생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상어 지느러미 발생에 관여했던 오래된 유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됨으로써 손가락과 발가락을 지닌 팔다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것이 진화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여담인데 이 책 첫 페이지에는 제목이 적혀 있고 2쪽에는 [아내 미셀에게 바친다]라는 멘트가 한 페이지를 다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평생을 걸쳐 책을 보면서 책이 2쪽에 있는 "누군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특히 서양인들은 항상 "사랑하는 아내와 딸 누구누구, 아들 누구누구에게" 라는 말로 책의 2쪽을 수 놓는 것을 보면서 참말로 "이 놈들은 참 이상한 놈들이야. 이혼도 그리 쉽게 하면서 무슨 책 머리마다 사랑하는 누구누구에게라고 말할까?" 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에야 비로소 이 서두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이들이 이렇게 깊은 감사의 말을 하는 것은 이혼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삶을 살아가는 한 단면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고기가 어떻게 진화해서 지금의 인간이 되었는지를 밝히고 싶어서 몇 년 혹은 몇 십년을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보냈는가를 생각하면 가족에게 이 책을 바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특히 그것은 아내의 몫일 것이다, 묵묵히 집을 지켜주는 아내가 없다면 어떤 강한 남성도 자기 만의 일에 몰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아내가 없어도 이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는 그린란드 옆 엘즈미어섬에서 몇 년 동안이나 화석을 캐고 그것을 붓으로 손질하고 그 생물체의 원형을 찾아 헤맬 때, 어딘가 별처럼 자신과 연결된 누군가를 느낄 때의 그 안정감이 일을 더 빨리 진행시킬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고 어려움을 견딜 수 있다.
동물원에서 발견한 패턴은 화석들이 암석 속에 쌓인 패턴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1. 모든 것을 지닌 것-물고기(여기에서 출발함)
2. 모든 것에 더해 팔다리를 지닌 것-도마뱀
3. 모든 것에 더해 팔다리, 털, 가슴을 지닌 것-늑대, 여우 같은 것
4. 모든 것에 더해 팔다리, 다리, 팔, 가슴을 지니고 두 발로 걷는 것-사람
이렇게 연구의 통시적 계통을 잡아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책 저자 닐 수빈씨는 모든 것을 지닌 물고기에서 시작하여 모든 것에 대해 팔다리를 지닌 것으로 이행하기 전에 물고기에서 팔다리를 지닌 것이 되기 바로 직전 단계의 증거를 획득하기 위해 캐다다 엘스미어섬에 도착하여 거기서 절벽 사이 화석에서 무수한 뭔가에 대한 화석 채집을 하던 중에 '틱타알릭'을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틱타알릭은 물고기가 처음으로 모든 것을 지닌 물고기에서 더해 팔다리를 지난 것으로 이행하기 일보직전 팔다리 모양이 나타난 바로 그 인류로 향한 꿈의 버젼이라고 할 수 있다.
북극 캐나다 엘스미어섬에서 말이댜. 그래서 나는 엘스미어 지역을 구글지도에서 찾아서 표시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