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어린이가 없는 빛나는 청춘(?) 17명이 모여 가야산으로 출발했다
비에 씻기운 오월의 하늘은 푸르름을 더해가는 신록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경남 합천군과 경북 성주군에 걸쳐있는 가야산은 지덕(地德)이 해동제일이라는 옛문헌의 기록이 있을 정도로 명산이다
동국대 총장을 지낸 지관스님은 가야산의 계절별 매력을 춘계화(春溪花, 계곡에 피는 꽃), 하녹음(夏綠陰, 푸른 잎이
우거진 그늘), 추상풍(秋霜楓, 서리 맞은 단풍), 동설송(冬雪松, 눈이 내려앉은 소나무)이라고 표현하였다
<해인사 셔틀버스에 씌여진 글>
백운동매표소(10:30)
경북 성주군의 백운동에서 입장료를 내지 않는 짜릿한 기쁨을 느끼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객이 그리 많지 않아 우리 일행들은 여유로움 속에서 오월의 태양빛을 만끽하며 그늘로 들어섰다
옛 백운동대피소 터(11:08)
대피소 터에는 정면에 "영남의 영산 가야산'이라 적힌 커다란 안내판과 이정표가 서 있었다
처음 나오신 안베드로 형제의 짝꿍이 매우 힘들어 했으나 자상한 남편과 회원들의 격려로 다시 힘을 얻었다
백운암지(白雲庵址) 11:46
통일신라 때 이곳 용기골에는 해인사에 버금가는 금당사라는 절과 이에 딸린 100여 개의 암자가 있었는데 백운암도
그중의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왜란때 불타버리고 석축만 남은 을씨년스런 모습이 서러운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서성재(12:04)
백운동계곡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서성재는 가뿐 숨을 고르며 땀을 식혀가는 고개다
남쪽 200m 지점에 있는 서장대(西將臺)가 출입금지로 묶여 있어 아쉬웠으나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등산객들이 부르기 시작한 서장대의 원래 이름은 '상아덤'인데 하늘의 여신(상아)이 사는 바위란 뜻이다
가야산성(12:15)
대가야의 전성기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가야의 이성(離城)으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둘레가 7,156m에 이르는 대규모 성곽이지만 대부분 무너져 너덜길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가야산성터를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가시는 마르코 회장님은 인생을 달관한 초인같은 인상을 풍겨주었다
점심식사(12:40)
산행길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서 드룹, 상추, 오미자주, 복분자주를 펼쳐놓고 점심식사를 하였다
가야산의 명물인 만물상과 상아덤이 한눈에 들어와서 신선놀음을 하는 느낌이었다
전날밤의 과도한 음주 탓으로 젓가락만 들고 온 나무꾼도 서로의 사랑으로 내미는 음식으로 배가 불렀다
칠불봉(七佛峰,1,433m) 13:56
가야산의 최고봉은 우두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년전 국립지리원의 측량 결과 칠불봉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고봉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칠불봉은 가야산의 최고봉으로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있다. 이 논쟁에는 경북 성주군과 경남 합천군의 미묘한 신경전도 끼어들고 있는 것 같다
나무꾼은 평생 가슴에 묻고 가겠다는 칠불봉의 사랑 얘기를 끝끝내 꺼내지 않고 하산하였다
우두봉(牛頭峰,1,430m) 14:16
가야산 정상이 소머리 형상이라 하여 우두봉, 또는 쇠머리봉이라 부른다
날카로운 모양의 칠불봉을 여성에 비유한다면 우직스런 우두봉은 남성에 견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봉우리는 음과 양, 강과 유의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어울림의 미(美)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두봉 표지석이 정상에서 한참 내려온 평지에 세워져 있어 성주군의 칠불봉보다 높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마당바위(14:30)
우두봉에서 거센 바람 때문에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가파른 경사길을 한참 내려오니 널찍한 바위가 나타났다
평평하고 안락한 마당바위에서 배낭을 부려놓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였다
용탑선원(16:00)
용탑선원은 3.1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중 한분인 용성스님을 기리기 위해 창건된 해인사 말사 중의 하나이다
경내를 가득 메운 총천연색의 연등과 선원을 둘러싸고 있는 신록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해인사(16:12)
불교계의 최고 명절,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해인사는 수효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연등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각 옆에 서니 700여년을 견뎌온 바람이 스쳐지나가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생생막걸리집(20:10)
어린이날이 어른들 막걸리 마시라고 만들어졌는지 막걸리집마다 만원이어서 자리를 차지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생생막걸리집에 정착하여 기존 회원과 신 회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마시고 얘기했다
오늘 처음 나오신 아네스 자매님이 근처의 노래방에서 신고식을 예쁘게 치루었다
첫댓글 갈수록 산행 참여인원이 늘어나고 있네요 대장님의 탁월한 산행 안내 덕분인거 같은데 막걸리 드실때 저좀 불러 주시지 그랬어요 무지 심심했는데요~~
미인들의 향기에 취해서 미처 아해를 생각치 못하는 우를 범했군요...죄송, 미안, 송구, 염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