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32) -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1. 공주 마곡사는 2018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산사-한국의 산지승원’ 7곳에 포함된 아름다운 절이다. 일주문에서 절의 본건물까지 일자가 아닌 방향을 바꿔가며 가는 것도 특이하지만, 더욱 매력적인 것은 하나가 아닌 두 곳의 본존 건물이 오래 전에 중건되어 중심에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광보전>은 정조 시대 때, 바로 위에 있는 석가모니불과 아미타불과 약사불이 계신 <대웅보전>은 효종 시대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두 건물 모두 ‘보물’로 지정되었고 오래된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2. 마곡사에 온 것은 절을 관람하는 것에 더하여 마곡사 주변을 도는 <솔바람길>을 걷기 위해서다. 마곡사에서 출발하여 두 개의 산 정상(나발봉, 활인봉)을 오르고 숲 사이를 지나는 이 코스는 제법 힘이 들지만, 풍성한 숲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장마로 물을 머금은 나무와 숲은 싱싱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그 사이를 뜨거운 태양이 밀려들고 있었다. 덥지만 신선한 느낌이 같이 하는 코스였다. 약 4시간을 걸려 다시 마곡사로 귀환했다. 올라 갈 때는 절의 본 건물인 <대웅보전>에서 시작한 길은 과거 김구가 잠시 머물렀다는 ‘백련암’ 쪽으로 내려왔다. <솔바람길>은 김구와 관련지어 <김구 명상길>이라고도 불리고 있었다.
3. <마곡사>의 매력은 절과 절 사이를 오가는 길뿐만이 아니었다. 주차장 앞에 넓은 논이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좁지만 재법 고즈넉한 길이 연결되어 있었다. 잠시 그 길을 따라 걷고 다시 주차장 근처에 만들어진 휴식공간에서 산과 논 그리고 하늘의 싱싱한 풍경을 감상했다. 몇 잔의 막걸리와 탐사로 지친 피곤한 몸을 의자에 뉘고 잠시 음악을 들으며 아무런 생각없이 풍경을 바라보았다. 답사 후에 갖는 진정한 휴식이다.
첫댓글 - 대학 때 공주 지역 4곡사를 찾아가던 기억이..... 마곡사는 가을 빛이 화사하고, 장곡사는 어목인지 여물통 같은 가운데가 파인 커다란 나무 그릇(?)이 기억에 살아있고.... 오래된 절의 단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