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각 분야의 전문경영인 열풍과 함께 병원 등 의료기관 행정직 사이에서도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 및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병원이 가지는 성격이 일반 조직과는 다르고, 공공성을 내포하는 등 특수성을 갖는다는 이유로 더욱 세분화·전문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대학에서도 관련 학과를 개설, 전공자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의 보건·의무계열 전공과목을 설치한 대학은 4년제 대학이 18개, 2년제 전문대학이 52개교이며, 학생수는 8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 과정 및 교육을 통한 자격증도 점차 확대중이다. 이들 학과의 졸업자 대부분이 한 개 이상의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또 병원 행정과 관련한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처우가 강화되면서 승진 대기자를 비롯 일반 행정직원까지 자격증 취득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일반적으로 취득하는 자격증은 국가공인 병원행정사와 협회공인 의료보험사, 병원경영진단사 등이다.
특히 국가공인 병원행정사와 협회공인 의료보험사 자격증의 발급기관인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에 따르면 병원행정사의 경우 2002년 국가공인 자격증으로 바뀌면서 지난해 1만5000명 이상이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의료보험사 자격증 취득자는 2만명을 넘어섰다.
자격증 취득자 대부분은 병원행정이나 병원경영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지만 임상병리사, 간호사 등 의료전선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인지도 상승 따른 지원·혜택 확대협회는 병원 내에서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위상이 점점 강화되면서 전 직역에 걸쳐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재의료관리원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병원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 승진평점을 가산하고 병원행정장기연수과정의 교육비를 전폭 지원해 주고 있다.
보훈복지의료공단은 병원행정사 자격증을 병원 근무 직원의 필수 항목으로 지정했고 산재의료관리원은 이 자격증 취득 직원에게 일반직 평점 3점, 간호직 1점을 부여한다.
또한 한동대 선린병원과 전주예수병원은 현재 병원행정사에게 자격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은 2004년부터 병원행정사 48명 전원에게 간호사 수당(8만원)과 비슷한 자격수당 7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05년도 서울의료원 공개직원채용에 병원행정사 자격증 취득이 필수조건으로 공고됐으며 이대동대문병원, 부산세일병원 등 채용시 병원행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군에서는 육군의정장교, 의무부사관, 의무병동 의무요원 선발시 병원행정사 자격증 취득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1순위 선발을 확정했다. 또 병원행정사를 취득한 전문대 학생이 보건행정전공 4년제 대학으로서의 편입시 12학점이 인정된다.
자격 취득자 대우, 아직은 '미흡'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병원행정 전문 자격증의 혜택 확대 이면에 일선 현장에서 이들 자격증 취득자들이 이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자격증이 일선 병원에서 취득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인사고과에도 반영되는 위상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고 있는 것.
실제로 처우개선 및 입사 시 가산점 등 혜택을 주는 병원의 증가 경향이 주춤하고 있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자격증 따기를 독려하거나 지원해주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지방 병원의 경우 존재 자체를 모르는 곳이 많은 상태다.
이 같은 경향은 자격증들이 전문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실제로 이들 자격증 취득자의 대다수는 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예정자들로 취업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병원행정사 자격증을 가지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취업에 성공한 A씨는 “대학에서 의료경영학과를 다니면서 병원행정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이곳 병원 입사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 입사한 현재 이 자격증은 그다지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이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관련 서적만 줄줄 외우는 현행 시험 방식이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과정, 질 향상 통해 위상정립 시급전문가들도 병원행정직 전문화 열풍과 더불어 전문자격증에 대해 “좋은 취지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정착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지적한 바 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간호사는 “병원 행정사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 확산에 따라 자격증 취득 후 자리를 옮긴지 3년이 지났지만 처우 등 근무여건이 개선되진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실제로 행정인력 뿐만 아니라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행정 전문자격증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에게 장미빛 청사진이 아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인력자원 낭비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자격증 발급기관인 병원행정관리자협회는 대형 병원에서 직원 채용시 공개적으로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것은 불공정거래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서류 컷 통과, 면접에서만 일정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관계자는 “행정관련 전문 자격증은 병원행정직의 자질향상에 따른 병원의 수준향상이 궁극적 목표”라며 “아직까지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추후 보완을 거쳐 병원과 행정직원에 대한 실질적 도움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병원행정 연수과정의 교육과정을 질적으로 전문화, 차별화해 병원이 요구하는 전문적인 병원행정사를 양성해야 한다”며 “종사자들도 자격증만 따면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을 지양, 전문가로서의 적극적인 자세를 겸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