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스토리문학 2016년 겨울호(통권97호) 발표작
달빛 經典 외 1편
이서빈
속눈썹 긴 붓다가 달무리 걸린 지붕 위에 날아와 앉는다.
복사꽃이 화들짝 피는 봄날
야지랑날에 꽃피는 나무들에겐 고풍스런 향기가 난다.
봄나비날개 말리는 향내가 난다.
달빛 빗기는 날개, 날아다니는 그림자 날개들은
모두 달빛파장으로 하늘거린다.
뱀들의 거짓말이 구불구불 휘파람소리에 공갈처럼 부풀어 오른
열아홉 귀틀
지구 축 기운만큼 고개 기울여보는 계절
비탈진 곳을 향해 속도를 버린 채 날린다.
꽃잎들은
가파른 언덕에 닿으면 부딪힌 아픔만큼 더 속도를 낸다.
봄바람을 내팽개치고 싶은 입술들이 꽃피는 날
책갈피 한 쪽 뒷골목을 넘겨대는 바람들 있다.
이쪽 귀 들은 말 저쪽 귀로 흘리는 시간 터널 밖
달빛經 한 구절이 감나뭇가지에 걸린다.
감홍시란 말엔 떫다는 말이 가을감물리처럼 농익어있다.
우주를 꽁꽁 얼린 대봉말 중엔 땡감얼룩이 물들어있다.
모서리로 기어가는 각진 날들
언제쯤 보름달 둥그런 달빛 經典 수놓는 날이 올까.
불룩 홀쭉 물포대
새벽, 인력 시장
사람은 이곳에서 시간이다, 돈이다.
시간 팔기위해 차례로 호명을 기다린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물포대 속이다.
불룩하거나 홀쭉한 시간들이다.
물방울 터지듯 하루 종일 젖는다.
저녁, 시계방은
잃어버린 고장난 시간을 사러온 사람들이 많다.
둥근 시간 ‧ 네모난 시간을 고르느라 고민들이다.
웃자란 줄기세포들은 도박판을 기웃거리고
정각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모두 시계방에 모여 있다.
길 위에서 길을 놓친다
밤중에 어떤 날은 새벽을 만난다.
시간보폭이 느린 사람에겐
뒷걸음질하는 보폭이 빠르다.
둘은 빛과 그림자사이다.
손목에 늘 태양시계를 차고 다니면서도
시간 없단 말 입담고 사는 분주함이 있다.
문득,
내가 쓰고 버린 시간도
어디엔가 쌓여있을 거라는 생각
만취한 그림자 휘청거리는 걸음에
말씀마다 법문냄새 짙다.
주장자 끝에 총총 비이슬이 매달려있다.
풀벌레소리, 그건
달빛 갉아먹는 밤초침들이다.
이서빈
경북 영주 출생
2009년 <문학문학> 신인상,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민조시집 『저토록 완연한 뒷모습』, 시집 『달의 이동 경로』
전자우편: happyjy8901@hanmail.net
첫댓글 너무 좋은시에
새삼 다시 읽으니 좋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02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