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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캐디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별로 어려울 거 없다. 제대로 훈련받은 골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위해 최선을 다하면 그게 최고의 캐디이다.
캐디는 전문직이다. 개중에는 캐디를 작업의 대상으로 보는 쓸개빠진 넘도 있고 (룸싸롱이나 부킹하기 좋은데로 갈일이지 먼일 났다고 골프장?) 혹은 자기네 집 하인 부리듯하는 미친 넘도 있지만 그런 넘들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전문직인 캐디는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만 알고 실천하면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골퍼의 매너만을 나무라는 골때리는 캐디도 많다는 것이다. 그저 18홀 돌면서 적당히 농담 받아주고, 성질나면 삐지기도하고, 핀이나 뽑아주고, 공이나 닦아주고, 스코어카드 잘 적어주면 그걸로 8만원 받을 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자라는 캐디도 수두룩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골퍼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별로 어려울 거 없다. 캐디에게 의존하지 마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샷하여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려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최고의 골퍼이다.
골퍼에게는 지켜야 할 룰과 도(道)가 있다. 작대기나 비싼 것으로 들고 옷만 잘 챙겨 입는다고 골퍼가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공을 친다는 건 도를 닦는다는 말의 은유적 표현이다. 도를 닦는 인내심이 없는 당신, 골퍼가 아니다.
골프에 대해 내가 잘났네, 네가 못났네 따질 것 없이 캐디나 골퍼 각자가 최고의 캐디, 최고의 골퍼가 되려고 노력하는게 한국골프를 건전한 국민운동으로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글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캐디, 골퍼되는 방법 3가지씩만 언급한다.
먼저 캐디에게...
1. 캐디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거리 불러주기'이다
정확한 거리를 아는 것은 좋은 골프를 하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골퍼는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미국의 경우는 거리표시가 아주 잘 되어있다. 매 25야드마다 정확히 그린중앙까지의 거리가 페어웨이에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거리표시가 불충분하다.
처음가는 골프장이거나 오랜만에 가는 골프장이면 당연히 거리를 모른다. 더구나 그린이 두개면 거리표시목이 있다해도 어느 쪽이 기준인지 오리무중이다. 한국에서 골프하면 제일 아쉬운 게 거리를 정확히 불러주는 캐디가 없다는 거다. 10번 불러주면 5번은 틀린 거리다. 거리를 잘못 불러주면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소용없다. 브레이크를 잘못 읽으면 아무리 좋은 펏을 해도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정확한 거리를 불러주는 캐디도 많겠지만 다른 무엇보다 거리를 불러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알고있는 캐디는 의외로 많지 않은 듯 하다. 골퍼는 거리때문에 캐디를 동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GA프로골퍼들이 캐디를 쓸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바로 이넘이 불러주는 거리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하는 문제다. 전설에 의하면 벤 호건은 캐디가 183야드라고 불러주는 거리를 '아니...182야드같은데' 라고 대답하며 샷해서 홀옆에 붙였단다.
어쨌거나 PGA정도의 무대에서 백을 메려면 남은 거리를 1야드 단위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매주 월,화,수요일이 되면 홀로 필드를 샅샅이 훑으며 꼼꼼하게 거리를 체크하는 캐디들로 필드는 넘쳐난다.
아마추어의 세계에서 그 정도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가 부른 거리가 5야드 이상 차이가 나면 부끄럽게 생각 할 줄 알아야 최고의 캐디가 될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캐디는 아예 샷이 그린을 훌렁 넘어가거나 못미치면 골퍼의 샷미스라고 골퍼탓을 하는데 그런 책임전가는 고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고수는 클럽페이스의 어느부분에 맞았는지 어느정도의 거리가 나는지 샷한 후 금방 알 수 있거니와 오차래야 5야드를 넘지 않는다.
캐디가 한 골프장에서 6개월이상 일했는데도 골퍼에게 정확한 거리를 불러주지 못한다면 본인의 직업에 전문성이 심각히 결여되어 있는 것이고 캐디피를 받을 자격이 없는 '직무유기'이다.
2. 골퍼는 캐디의 서비스를 구매한 경제활동의 주체임을 잊지마라
성질나면 삐지는 캐디도 있다고 들었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유치한 전문인이다. 물론 골퍼와 캐디는 계약관계이다. 18홀 한 라운드에서 제한된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이지만 어디까지나 골퍼는 금전을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고객이다.
골퍼가 한 라운드를 즐겁고 좋은 골프로 마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인내해야하는 사람은 캐디이다. 그게 골퍼가 캐디피를 지불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골퍼와 싸우자고 달려드는 캐디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다. 캐디가 골퍼와 필드에서 싸우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대체 무엇일까? 캐디가 골퍼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골퍼에 대한 인간적인 굴복이 아니다.
그 골프장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캐디로서, 즉 강자로서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는 상대적으로 비전문적인 골퍼에게, 즉 약자에게 관대하고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다. 그게 자본주의경제를 사는 현대경제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4시간동안 8만원의 돈을 버는 일은 그리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3. 티샷한 골퍼에게 세컨샷의 클럽을 미리 뽑아주지 마라
티샷한 볼이 250야드정도 날아갔다. 괜찮은 기분으로 티박스를 내려오는데 캐디가 대뜸 달랑 7번 아이언하나를 건네주며 '손님, 150야드 남았어요.' 하고 휙 제 갈길을 가버린다. 세상에 이렇게 무식한 골프가 있는가?
400야드 밖에서 티샷한 공의 그린까지 남은 거리를 알아내는 것도 가관이거니와 클럽의 선택이란 거리만 가지고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공이 랜딩한 곳까지 가서 우선 공이 놓여있는 라이상태를 봐야하고 그때 부는 바람의 방향과 그린까지의 지형이 내리막인지 오르막인지 그리고 그린주변의 지형까지도 클럽선택의 변수로 작용하는 법이다. 150야드가 남았다해도 거리이외의 여러가지 변수로 클럽의 선택은 수시로 바뀌는 것이라는 걸 캐디라면 알아야 한다.
물론 동반자중 헤매는 사람이 있어 일일이 클럽을 챙겨주기 어려우면 차라리 다른사람들을 돌보면서 백을 태운 카트를 공이 있는 부근까지 움직여주면 그 다음은 골퍼가 알아서 맞는 클럽을 선택할 것이다. 요즈음은 모두 리모콘으로 조작하므로 그리 어려운 일 아니다.
캐디가 꼭 다음샷의 클럽을 골퍼의 손에 쥐어줘야 고급의 서비스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캐디는 골퍼가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된다. 고급의 서비스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캐디는 항상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티박스에서 건네주는 세컨샷의 클럽은 골퍼로 하여금 '자 이거 갖고 가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쳐라... 나는 네 골프에 관심없다. 그저 캐디로서 골프채를 건네주는 임무를 완수하고 별탈없이 캐디피만 받으면 땡이다.' 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캐디인 그대는 명심하시라... 골프장에서 주연은 골퍼이다. 무리하게 주인공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 캐디는 조연일 뿐이다. 그리고 빛나는 조연이 되는지 죽쑤는 조연이 되는지는 본인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다.
이제 골퍼에게...
1. 골퍼는 최종의사결정자이다
캐디에게 의존하지 마라. 한국 골프장에서의 캐디는 그저 경기의 흐름이라는 큰 물줄기를 관리하는 사람일 뿐이다. 한번쯤 캐디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플레이 해보라. 엄청난 양의 노동이고 두뇌회전도 상당히 빨라야 한다. 골퍼가 캐디에게 요구하는 게 많을수록 그 날 란딩이 삐걱거리는 확률은 높아지는 법이다.
다음은 골퍼 스스로가 해도 무방한 일이다. 모두 혹은 부분적으로라도 짐을 나눠지면 훨씬 양질의 본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스코어카드를 적는 일 *내기돈을 간수하는 일. *공 닦는 일 *볼마크 수리하는 일 *깃대 잡아주고 다시 꽂는 일 *캐디백에서 클럽 빼는 일
다음은 꼭 캐디에게 서비스를 받아야 할 일이다.
*거리에 대한 정보 *블라인드 홀인 경우 홀의 생김새 *핀의 위치 *어느 그늘집의 짜장면이 맛있는지에 대한 조언
2. 그러므로 모든 샷에대한 책임은 골퍼가 진다
캐디에게 얻는 조언은 그저 조언일 뿐이다. 샷은 본인이 해놓고 잘못되면 캐디를 탓하는 건 비겁한 짓이다. 더구나 클럽의 선택까지 캐디에게 맡기는 골퍼를 보았는데 차라리 캐디에게 대신 쳐달라고 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그런 골퍼가 존재하니까 자꾸 캐디들이 클럽선택을 해주려는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캐디에게 얻는 정보는 원하는 목표까지의 거리이면 충분하다. 나머지 오르막 내리막, 바람, 홀의 생김새에 의한 샷의 결정은 온전히 골퍼의 몫이어야 한다.
골퍼마다 샷의 구질이 다르고 탄도가 다르기때문에 캐디는 클럽을 선택해 줄 수 없을 뿐더러 오르막 내리막을 감안한 거리 조정도 해줄 수 없다. 어떤 캐디는 그린까지의 거리를 오르막까지 감안해 몇야드 보세요라고 불러주는 경우를 보았는데 헬~ 그건 큰 착각이다.
골퍼마다 구질과 탄도가 다르기 때문에 오르막과 내리막의 조정은 샷당사자인 골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최고의 골퍼들이여... 캐디에게 필요이상의 부담을 주지말라. 바람과 경사, 홀의 생김새와 방향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건 골프를 하는 큰 즐거움중의 하나이다.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고 즐길 일이다.
골퍼는 스윙머신이 아니다. 그저 꺼내주는 클럽으로 스윙만 해댈거면 뭐하러 20만원씩 내고 골프장을 찾는가? 이제부터 캐디가 하는 일을 조금씩 스스로 해보라. 여지껏 경험하지 못했던 골프의 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골프는 아예 캐디가 없다. 거리에 대한 표시가 완벽하기때문에 캐디 없이도 가능하고 한국이라면 캐디가 할 모든 일을 골퍼 스스로 한다. 진정한 골프의 맛은 그런 골프를 하며 느끼는 것이다.
특히 그린은 스스로 읽어야 한다. 캐디가 보아주는 브레이크와 그에 따라 놓여진 공을 퍼팅하는 건 솔직히 골프가 아니다.
진짜 '골프'를 하려면 브레이크를 홀로 읽고 스스로 공을 놓아 자신있게 퍼터를 휘둘러라. 캐디가 없으면 그린을 읽지 못하고 퍼팅에 자신없는 골퍼를 누가 골퍼라고 인정해 주겠는가?
스스로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심각히 고민하며 칼을 꺼내는 검객만이 무림의 질서와 검술을 논할 자격이 있는것 아닐까?
칼을 휘두른 결과가 좋으면 한줄기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혹 결과가 나쁘면 입꼬리를 한번쯤 씰룩이며 자신을 질책할 줄 알아야 한다. 칼을 휘두른 결과는 온전히 검객의 몫이다. 캐디는 검객의 일점도(一點刀)를 관리하는 중원의 평민일 뿐...
3. 캐디와 골퍼는 수평적 인간관계임을 잊지마라
돈 2만원에 사람을 지맘대로 부린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캐디와 골퍼는 서로다른 임무를 가진 평등한 관계이다. 골퍼가 샷을 잘해 좋은 점수를 내야 하듯 캐디는 골퍼가 좋은 점수를 내도록 지원사격하는 게 임무다.
그러므로 캐디가 골퍼의 허드렛 심부름이나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필드의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캐디와 골퍼가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전문성과 필요성을 확실히 인정하기만 한다면 필드에서 그보다 더 아름다운 관계는 없다. 캐디는 4시간 반동안 무림의 중원을 함께 누벼야 할 파트너이다. 그런 캐디를 적이 아닌 동지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하루 25만원을 투자해 기대할 수 있는 효용의 가치를 극대화 하는 길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골퍼인 그대는 명심하시라... 골프장에서 주연은 골퍼이다. 당당히 요구하고 터무니없는 생떼 쓰지 말라. 빛나는 주인공이 되는지 조연보다 못한 주연이 되는지는 본인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다.
결국 지팔 지가 흔드는 거지 뭐..
모든게...
ㄲ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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