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15분 야탑역 출발 버스 안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22명은 설악산 12선녀탕으로 향합니다. 7~8시간의 긴 산행이 되겠지요. 오랜만에 막걸리님께서도 합류하셨네요. 반갑습니다 ~ 대승령까지 올라가는 길이 좀 가파르다고하니 천천히 올라갈 예정입니다. 7시 25분~35분 화양휴게소 제비집에 앉은 제비도 보고 사슴벌레도 볼 수 있네요. 주변은 연노랑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입니다. 9시20분 십이선녀탕 장수대코스 입구에 도착했네요. 국립공원 설악산의 일부이니 음주는 예민한 사항이니 알아서 잘 조율하셔야하셔야 할겁니다. 여름산행이라 얼음물 하나씩 더 챙겨가게한 준비성을 보여주는 집행부에 감사드립니다. 계곡물은 거의 말라있는 상태에 있었어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비가 조금은 내렸는지 알았는데 여전히 대한민국은 물부족국가ㅠㅠ 고무바닥과 데크가 잘 정비되어있어 정말 편한 길이지만 땀보 형님 누나들의 이마에서는 송글송글 땀이 맺혀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뚝뚝 떨어집니다. 계단길이 계속 이어져 헉헉대는 숨소리가 앞뒤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계단오를 때마다 조선의 선비들이 지은 한시를 세워두었는데. 아마도 그때 제가 태어났더라면 제가 지은 시도 한 수 걸려있지 않을까요?ㅎㅎ 바람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런데도 하짓날의 땡볕에 산으로님과 늘푸른님의 머리에서는 폭포수가 쏟아져내립니다. 늘푸른 前대장님은 몸매관리를 잘 하셔서 날씬한 몸매 가뿐한 발걸음으로 잘 치고 나가십니다.
대승폭포에 도착했지만 가뭄으로 폭포수는 볼 수 없었습니다. 물이 흐르던 까만 자리만 확인했을 뿐이죠.
어느덧 대승령 정상. 오늘은 평소와 달리 김미숙님이 맥을 못 추시는데요. 힘 내십쇼. 저는 몇 달 동안 산행에 참여하지 못해 쥐라도 날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젊은값 하느라고 무사히 정상을 밟았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쯤 막내탈출할까요?ㅎㅎ
대승령 정상 표지가 제대로 서있기 못한걸 모르시고 기대서 찍다가 휙 기울어져서 깜짝 놀란 고은영님이 지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해주십니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제 얼굴에 붉은 해가 떴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아주 멋드러진다. 정상 부근에 웬놈의 파리들이 그리도 많은지 후다닥 단체사진 찍고 내려가럽니다.
장현심님은 점심식사 후 체하셔서 산행이 힘드셨을텐데 그래도 끝까지 잘 이겨내셨네요.
정상에서 내려가면 계속 내리막길만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또다시 오르막이 나오니 다들 힘겨워합니다. 뱃속에 음식이 채 소화되지 않은 상태라서 더욱 숨찹니당~
내려오는 길, 500년쯤 된 주목 한 그루가 덩그렇게 서 있습니다. 제가 재미삼아 텅빈 나무 속으로 들어갔는데 쏘옥~~~ 아우성님과 미소천사님이 모델이 되어 주셨습니다. 분당산사랑 전속가수 짱구님의 스페셜 스테이지가 또 펼쳐집니다. <막걸리 한 잔>이라는 노래인데 노랫말이 가슴 찡하네요.
가사를 한번 적어봐요.
막걸리 한 잔 ^~^
온 동네 소문 났던 천덕꾸러기 막내아들 장가가던 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 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 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야생화가 한둘이 아닙니다. 웬만한 꽃이름은 다 안다고 자부했지만 모르는 꽃이 절반이 넘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전형적인 여름산행 날씨였어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시원한 바람과 계곡물. 어쩜 이렇게 날을 잘 골랐는지 모를 정도예요.
이제 십이선녀탕 보는 일만 남았네요. 깎아지른 절벽 아래를 걷는데 올려다보니 아찔합니다. 중간중간 계곡물이 흘러서 발을 담가보는데 너무 차가워서 10초를 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옵니다. 물고기도 살지 못할 정도예요. 도롱뇽 한두 마리가 보이길래 사진 좀 찍으려니 금세 내빼버리는 겁쟁이 입니다. 도롱뇽이 그렇게 빠른지 처음 알았네요.
옥계님이 가져오신 스카치위스키로 몸 데우고 내려오니 딱이네요. 감사합니다. 홀딱젖은 옷은 언제 마를까 걱정했는데 햇볕 쨍쨍한 길을 걷다보니 시나브로 말라갑니다.
데크길이 너무 잘 되어있고 출렁다리가 10개도 넘게 있어 사진찍기도 참 좋았어요. 제가 릿지화를 신고 왔는데 몇 년동안 신지 않았더니 밑창이 삭아서 뚝 뚝 떨어졌네요. 다행히 2중 밑창이라 티가 안났지만 오늘로써 이 등산화와는 작별이네요. 몇 년전 푸른안개 고문님의 신발도 제 신발처럼 밑창이 떨어진 상태로 하산한 때가 떠오르더라구요. 신발도 주인이 자주 신어주길 바라나봅니다.
벌써 하산하신 분들은 옷 갈아입고 십이선녀탕 쉼터의 야외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기본으로 황태정식을 시켰는데 한병 두병 술을 먹다 보니 계속 안주를 시키게 되네요. 해물파전도 나오고 더덕구이까지 ~~ 십이선녀탕 쉼터가 맛집은 맛집인가보네요. 다들 맛있다고 입모아 얘기하십니다.
산에 와서 술 한 잔도 안 하고 가는건 예의가 아니라며 소맥 한 잔 기어이 말아주시는 옥계님. 어쨌든 제 주량은 1잔이니까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찌하다가 술 잘드시는 분들이 앉은 테이블에 잠깐 앉았다가 순식간에 3잔 정도를 마시게 되네요.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머리는 뱅글뱅글~ "싹수 술 마시면 인원파악하기 힘들텐데 ~~"ㅋㅋ
지글지글 쇳덩이 위에서 끓고있는 더덕구이는 쏘맥을 마시던 분들에겐 술도둑(?)이네요.
점점 늘어나는 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10년지기 베스트 드라이버 이정섭 기사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당 앞에 커다란 소원바위가 서 있더라구요. 어서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19가 지구에서 사라져주길 빌어봤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2년간 고생하신 김관수 대장님께 공로패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분당산사랑의 웃음을 책임지셨던 대장님 감사드립니다.
8시30분 ~45분 가평휴게소 집으로 가는 버스에 무대뽀로 올라타 복분자 캔디를 파는 아저씨를 회장님께서 아이스크김 주고 몇 봉지 사는 선에서 제지했지요. 해가 길다고 좀 오랫동안 식당에 있어서 그런지 분당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40분이 됐네요. 오늘도 즐거운 설악산 산행이었어요.
첫댓글 10여년 전에 갔던 길을 산행기 읽으면서 추억을 되살립니다.
한여름의 설악산 알탕이 계곡산행의 진미입니다.
못 가도 간 것처럼 잘 음미합니다. 감사! ^&^
역쉬 설악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깊고 웅장하고 길고 알탕은 시원함의 끝판왕~~~~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고 행복 했어요.
싹수씨 산행기 잘읽고 감니다.
막걸리 한~잔 해요......
이제 읽어도 그날이 새록새록...! 수고하셨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여름엔 시원한 계곡이 최고죠~
정말 우리 싹수님 막내 좀 벗어나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