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기도에 대해 언급하십니다. 먼저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시며 주님의 기도를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저는 오늘 복음묵상에서 복음에 나오는 내용보다도 더 중요한 것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오늘 복음말씀보다도 더 중요한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모든 기도 앞에 성호경을 긋습니다. 성호경이 담고 있는 깊은 의미까지는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한번 자문해봅시다. 나는 얼마나 성호경을 정성들여 긋는가 하고 말입니다. 제가 개종 후에 약 13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성호경을 긋는 모습을 봤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일반신자 그렇게 말입니다. 저는 13년 동안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정말 성호경을 공손하게 또는 성호경 긋는 모습에서 경건한 모습을 찾아본 횟수를 헤아린다면 열손가락 안에 들 것입니다.
신부님들도 성호경을 성의 없이 긋는 모습을 볼 땐 한숨이 나옵니다. 유튜브에 나오는 유명한 신부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 여자들 얼굴에 화장품 찍어 바르듯이 긋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지 않습니다. 얼굴에 여자들 화장품 바를 때 이마, 턱, 오른볼, 왼볼 찍찍 찍어 바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부님도 이런데 신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건 누구나 할 것 없이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성호경은 가장 기본적인 기도입니다. 몸짓으로 하는 기도입니다. 저는 예전에 개종하기 전에 천주교를 바라볼 때 가장 좋게 인식하고 또 멋진 부분이 성호경 긋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성호경은 아주 중요합니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 십자성호로서 축복하는 것입니다. 또한 나는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백하는 몸짓입니다.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자리입니다. 그 십자가는 거룩한 상징이며 또한 전례의 표징입니다. 예전에 마산교구장님이신 안명옥 주교님께서 저술하신 전례에 관한 책 ‘거룩한 표징’이라는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전례 시작할 때 성호경으로 시작합니다. 이때의 성호경은 일반적으로 기도할 때 긋는 성호경과도 사실 깊이 들어가면 모습은 같지만 의미가 또 완전히 다릅니다. 성호경도 상황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냥 단순한 제스처 같지만 그 의미가 담고 있는 것은 상상 이상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경건한 성호경이 어쩌면 더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삼위일체 하느님을 부르며 또한 나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것의 의미도 되고 이것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사 전 기도할 때도 성호를 긋습니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때 긋는 것입니다. 굳이 식사 기도가 아니더라도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긋는다는 것은 입으로 그냥 나오는 대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기 전에 하는 하나의 예비행동입니다. 이 예비행동은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하나의 경우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수많은 빈말보다도 이 짧은 성호경과 함께 화살기도가 더 강력한 기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건 교회에서 인가한 어떤 책에서 특히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의 예에서 실제 사례를 언급한 책에도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십자성호의 효력이 화살기도와 함께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위대한 효과가 있는지 알 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단순히 이런 사례를 떠나서 평소에 긴 시간도 걸리지 않고 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아주 훌륭한 기도을 할 수 있는데 그런 중요한 기회를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그 기회에서 얻을 수 있는 은총의 힘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성호를 그냥 허투루 그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부터서라도 성호경을 경건하게 긋는 연습을 생활화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것 위에서 기도를 해야 기도의 효과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근성으로 찍찍 긋는 성호경을 한 후에 말만 번지레한 기도를 한들 그 기도가 얼마나 경건하고 효과가 있겠는지 묵상해본다면 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다른 여타 어떤 기도보다도 더 잘 유의해서 해야 할 기도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