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당 옆 신생관의 짜장면 맛을 기억하는 친구들에게

[코뿔소]

먹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짜장면에 대한 선언

글 : 김용범 / 시인,문학박사

최근 짜장면(자장면이 표준어임) 값의 마지막 한계선인 2500원이 무너졌다 . 다른 음식과 달리 짜장면 값만큼은  500원이 올라도 민감하다 . 그만큼 국민경제와 직결된 음식이 짜장면이라는 말이다. 언제나 전화 한 통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전국 중국집 사업체 수는 총 2만4천241개소이며 전국 중국집 종사자 수가 6만8천848명. 전국에서 하루 소비되는 짜장면 총량은 평균 7백20만 그릇이라 하니 이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있다는 말이 된다. 짜장면의 역사와 유래는 인천 차이나타운을 소개할 때 이미 설명한 바 있다 . 이제 짜장면의 역사 100년. 완전히 한국화된 중국음식 짜장면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 명가들을 찾아 나서보자. 필자의 시력(詩歷) 30년 작품 중 대표작으로 본인과 무관하게 거론 되는 시 한 편이 있다. 바로 다음에 소개하는 시가 그것이다

날이 흐리고 비가 간간이 뿌리는 날엔 자장면이(이하 짜장) 먹고 싶다. 캐나다에서 막내아들을 장가 보내기 위해 잠깐 귀국한 작은 아버지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을지로 안동장에 가서 짜장면을 드셨다고 했다. 언젠가 연대에서 청도로 가던 길 중간 식당에서 우린 산동성 작의면(炸醬麵)을 발견하고 원조 짜장이다 환호하면서 짜장을 시켰다. 그러나 일행 중 누구도 날 된장을 얻은 그 짜장을 첫 젓갈에 포기했다. 짜장, 군대에 가서 빛나는 일등병을 달고 군용 말표 구두약으로 군화코에 물멕기로 광을 올리고 첫 외박 날 나는 짜장을 곱빼기로 시켜 허겁지겁 먹었다. 비가 오는 날 우린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한다. 딸들아, 너희들이 시집을 가서 손자 놈들을 데리고 오더라도 나는 그놈들을 끌고 짱꿰집에 끌고 갈 것이다. 시켜줘도 안 먹으면 나 혼자 짜장면을 시켜 먹을 것이다. 만일 다시 한번 먹어 보라고 권했는데도 안 먹는 다면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서라도 기필코 먹일 것이다……. 그래 우리의 촌스러운 식욕 , 우리가 지낸 시대의 촌스러운 문화가 너희들의 세련된 문화와 뭐 다르냐. 우리들 시대에도 약간의 이익은  화교들의 몫으로 돌아갔을 게 분명하지만 그건 분식 장려 시대의 이야기다. 짜장면을 사주고 기염을 토하던 가장(家長)들이 하나 둘이었는지 아냐, 오늘은 일요일이고 부슬부슬 비가 온다. 야, 윤아야 짱꿰집에 전화해라.
< 김용범·짜장면에 대한 선언 >

바로 이 시에 나오는 안동장은 을지로 2가 지하철 2호선 10번 출구와 11번 출구 사이에 있다. 짜장면의 명가답게 점심시간에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대부분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의 입맛에는 약간 진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름진 원형에 가까운 짜장면이 이 집의 특징이다. 기름지다는 것은 돼지고기 기름을 여하히 쓰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짜장면 맛은 돼지기름인 라드, 즉 쇼팅을 식품위생법상 쓰지 않아서인지 맛이 가볍고 달콤하다. 짜장면의 단맛은 사실 설탕을 넣어 만들어 내는 단맛이 아니다. 양파와 양배추를 다져 재료 자체에서 우러나는 단맛과 재료를 볶아 낸 뒤 푸는 물 녹말에서 나오는 단맛이다. 그런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당연히 신생관에 가야 한다.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에 신생관이 있다. 안동장의 짜장면이 맛이 진하고 재료가 두텁다면 신생관의 짜장은 재료의 단맛이 살아있고 양파나 양배추가 작살이 나서 거의 안보일 정도로 잘다 . 이 두 집의 장점만을 합쳐 논 짜장 맛은 2호선 을지로 2가역 2번 출구에 있는 五九반점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수제화로 유명한 노포 송림제화 옆에 五九반점은 사실 부추와 돼지고기를 절묘하게 속으로 다져 넣어 직접 만드는 군만두가 일품이다. 한입 베어 물면 뜨거운 육즙이 흘러나오는 군만두 (야끼만두)는 그 집의 오랜 전통 중의 하나이다.
이런 세 집의 짜장과 달리 색이 연하고 돼지고기와 감자나 채소를 듬직하게 넣어 만든 소위 옛날짜장을 맛보려면 세종문화회관 옆 옛날 짜장집으로 가야 한다. 색이 흐리다는 것은 전분을 많이 풀어서 연한 맛을 내기 때문인데 굵직한 감자조각이 내는 옛맛을 즐길 수 있다. 인사동 신신원은 삶은 콩을 갈아 춘장과 함께 볶아 낸다. 삶은 콩의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사람들의 입맛이 각각이라 어느 집 짜장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맛있는 집이라면 장소 불문 찾아다니는 것이 요즈음 식도락가들의 열의인데 서울에서 두어 시간 지하철을 타고 내려와 달랑 짜장면만 먹고 가는 집이 경기도 안산에 숨어 있다. 안산 예술인 아파트 앞 상가건물 2층에 있는 서안(西安)이 그곳이다. 화교 3세인 이집 주인은 100년 된 짜장맛을 낼 줄 아는 드문 젊은이다. 시인 김광림 선생이 일본과 대만의 노대가인 다카아시 선생과 진천무 선생을 그 집으로 초대해 3000원짜리 짜장면을 대접한 집이다. 이집 짜장은 계열상 신생관 쪽에 가깝다. 그런데 다진 마늘을 넣어 풍미를 더한다. 그 집만의 독특한 맛이 거기서 나오는지 모른다. 극비니 비법이니 하는 맛내기와 조리과정을 흔쾌하게 공개해준 집주인의 용기도 대단하다.
짜장맛을 결정하는 요인 중에 하나는 면발에 있다. 사실 나는 배달해주는 짜장에 익숙해서 약간 불은 면발이 맛있게 느껴지지만 사람들에 따라 바로 뽑아 차진 면발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면이 쫄깃쫄깃하다는 것은 밀가루를 치댈 때 만들어지는 글루텐이란 성분 때문에 그렇다. 이즈음은 수타(手打), 즉 손으로 쳐서 면발을 뽑는 집이 드물고 대부분 기계로 면을 뺀다. 그러니 손으로 치고 늘이는 가운데 생성되는 찰기를 만들기 위해 소다를 넣어 잘 숙성을 시켜야 한다. 맛있는 면발을 유지하는 것이 소스의 맛에 못지 않은 비결이 되는 것이다. 옛날 식으로 수타국수를 만드는 집이 불교방송국 옆에 있는데 매스컴에서 하도 많이 소개된 집이라 찾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면 중국 본토의 짜장면은 어떤가. 본토 짜장은 우리처럼 식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한껏 먹고 난 뒤 디저트처럼 먹는다. 그래서 양도 적다. 짜장면을 시키면  작은 그릇에 담긴 면과 기름에 볶은 누런 자장소스와 야채가 따로따로 나온다. 이것을 섞어 비비는데  면의 굵기와 색깔은 칼국수 비슷하다. 소스는 고기가 들어간 것과 안 들어간 것, 그리고 땅콩을 갈아넣은 것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주문해야 한다. 야채는 오이, 배추, 빨간무의 생채와 숙주나물, 메주콩, 완두콩을 데친 것이 접시에 담겨 나온다. 소스가 무척 짜서 무턱대고 다 넣어 비볐다가는 짜서 먹을 수가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느끼한 중국요리를 먹고 나서 짠맛으로 입맛을 정리하는 그런 음식이다. 또 하나 정말로 먹고 싶은 짜장이 하나 있는데 평양짜장이다. 최근 남북 장관급회담 때 거론이 될 정도로 유명해진 탈북자들이 만든 인터넷 자유북한방송국의 대표 김성민의 말에 의하면 평양에도 맛있는 짜장면집이 있다고 한다. 평양 만경대구역 광복거리에 있다는 ‘청춘관’과 ‘옥류교자장면집’이 평양짜장집인데 돼지고기에 감자를 섞어 만든 된장으로 볶아낸 짜장면 맛은 느끼하지 않고 구수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감자산지인 양강도 대홍단군을 현지 지도하면서 감자농사에만 치우치지 말고 밀·보리농사도 잘해 주민들이 짜장면을 많이 먹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일부러 라도 찾아가 반드시 먹고 싶은 짜장면 중에 하나다.

짜장면에 관한 시 중에 김용범의 시보다 더 아름다운 시는 단연코 정호승의 시이다 .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정호승·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가슴이 짠한 시가 아닌가 . 여하튼 오늘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진우홍]

용범아// 오랜만이다. 네 글을 보니 갑자기 안동장 자장면 생각이 나는구나. 가끔씩 들르는 네 글을 보며 행복해지곤한다. 6월 동창회때 꼭 보았으면 한다.

[상생경환]

오리지널(R)글쟁이의 맛나는 글 잘 묵었다. 짜장면은 역쉬 수타국수로 해야 제 맛인 것같다^^. 용범아~ 이번 6월17일 동문회날 세숫대야 좀 보자.늙어가믄서 빼봤쟈다. 너 좋아하는 비오는 날 빈대떡에 탁배기도 조코..용범이 특유의 걸죽한 입담 기대한다. 묵동에서 탁사발 기울리며 보낸지가 벌써 5-6년 된듯하다.

[장성일SAN]

좋은 글.........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다. 뒤 돌아보니 모든게 그 자리에 그 대로 서있었는데 나만 힘 빼고 달렸나보다. 20원짜리 시장 곱배기 짜장면집 40원 짜리 청요리 짱께집의 구수함은 빈 술잔 속에 아직 남아 있는데

[ssbb]

다음주에!시간있는친구들!~을지로2가에서 짜장면!먹자~

[서건희]

마나님모시고五九飯店에가서짜장1,군만두2개.해치웠는데,군만두맛최고!!정말한입물면육즙& 침이흐릅니다.을지로3가역2번출구뒤쪽30m우측에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