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욕정이 풍부지 하고 자욕양이 친부대라
(樹欲靜而風不止 하고 子欲養而親不待 라)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기 원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한자성구를 공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모 개그맨의 부친상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얼마전에 그가 모 방송프르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그도, 부친께 잘해드리고 싶었으나
일단 성공부터 한 후에 꼭 그렇게 하려고 했었는데,
성공은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고,
남들이 인정해줄 정도가 되었을즈음엔,
더 잘해야만 하고 완벽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일에만 매달리게 되어
별로 어렵지 않은 부모님 찾아뵙는 일조차 하지 못했더니
결국 자신이 이정도면 성공했겠다 싶었을 땐,
아버님은 노환이 생겨 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더라고
안타깝지만 앞으로라도 자주 찾아뵈야겠다고 했던
그의 말을 들으면서, 안타깝기도 했었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했었다.
내가 평소에도 항상 느껴온 것이지만
현재에 가진 걸로 좋은 상황에서든
나쁜 상황에서든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음에 무언가 이룬다음
더 가지게 되면 잘 하겠다고 하는 경우에
거의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다.
효심은 있는데 멋지게 성공한 후에 하겠다고 하면
그 성공의 정도가 얼만큼인지 자기 자신도 헷갈리게 되고
지난 과거와 비교해보면
분명히 몇 보 진보되고 겉보기엔 성공했더라도
본인만이 잘 아는 내면에서는 아직 덜 되었다,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기 쉽고
자타가 공인할 만큼 성공했다 싶을 즈음에는
부모가 건강을 잃게되어
맛있는 것을 사드려도 못 드시게 되고
예쁜 옷가지를 선물해드려도 입고 외출하기도 힘들어지거나
좋은 집을 선물해도 누군가를 초빙하고 즐기며
나눌 수 있는 건강 여건이 되지않아
모든게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미 운명을 달리하시게 되어
남는 자의 가슴에 지독하게 뿌리내리는 한이 자라게 된다.
단돈 천원짜리 하나로도
부모님이 어린시절을 추억하며 잠시 추위를 잊으며
드실 수 있도록 붕어빵을 사들고 자주 찾아뵙고
자식 그리워하며 외로운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드리는 게
현재에서 누구라도 할 수 있는 효도일 것이다.
성공하여 수십억짜리 선물을 챙겨 가더라도
그때에 부모님이 느끼시는 참 행복은
붕어빵 한봉지 들고 자주 보여드리며
사는 이야기 주저리 주저리 들려드리는
즐거움과 따뜻함에는 견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부모님 정도의 연세에 이르면
어리석은 자 아니고서는 대부분,
이 세상의 물질적인 것들이 결국 별다른 기쁨을 주지 못함을
이미 깨달으시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것 만난 것도 취하기 힘들어지고,
이미 늙어서 가벼운 산책마저 힘들 지경이 되면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이 바뀌고 자연이 변화하면서
주는 갖가지 풍요로운 선물에도,
또 일년이 가고 한살 더 늙어가는 서러움에
시큰둥하게 되기도 한다.
오로지 자식만은 좀더 편안한 삶을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매불망 자식의 소식만을 그리워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고서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기는 힘이든다.
하지만, 나와 내 자녀와의 관계속에서
잘난 자녀만 내 자식이고, 못난 자녀는 내 자식이 아닌 게 아니듯이,
어떤 자식이든 간에,
사랑스럽고 안쓰럽고 마음이 궁금하고 꿈이 궁금하고
사는 게 궁금하듯이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만 내게 연락해 오는 게 아니라,
항상 자식의 연락만은 반갑고 좋은 것 처럼.
우리의 부모들도, 우리의 성공에 대한 소식 한 번을 듣기 위해
참고 기다리기에는 자식 사랑이 너무 커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지
연락해주고 얼굴을 보여주고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품고 사시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이 진국이더라도 행함이 없는 효심은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서야 자신의 한탄 속에만 남아있을 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이 되고만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동안
자기와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하여
장님임에도 불구하고 동생 집에 모셔다 드린 후
일년에 한 번도 찾아뵙지 않다가,
돌아가신 후에 제사는 자기가 지내야 한다고
우기는 어리석기그지없는 행동을 했다.
한심하지 않은가?
이제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께,
오늘 당장 전화드리고, 편지 드리고, 찾아뵙자.
살아계실 때, 한 번 찾아뵙는 것이 돌아가신 후 무덤 앞에
매일 찾아가는 것 보다 나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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