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지와 새끼 손가락 감각 이상...
'팔꿈치 터널 증후군' 의심해야
사무직 회사원인 김현석 씨(32세)는 석 달 전부터 심해진 손저림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수개월 전부터 손저림이 있어왔으나 조금 쉬면 나아지는 것 같고 해서 그대로 버텨왔지만 최근에는 손이 저리는 것은 물론이고 옷에 단추를 채우거나 볼펜을 쥐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져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근전도 검사를 통해 ‘팔꿈치 터널 증후군(척골신경 압박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았다.
* 팔꿈치 터널 증후군 vs. 손목 터널 증후군
팔꿈치 터널 증후군은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손목 터널 증후군(수근관 증후군)’과는 다른 질환이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주로 엄지, 검지, 중지에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팔꿈치 터널 증후군은 약지나 새끼 손가락 쪽에 증상이 생긴다.
그런데 저린 증상이 손가락 부위에 나타나다 보니 그 원인이 팔꿈치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병으로 오해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팔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 특히 주의해야
팔꿈치 관절 안쪽에는 인대로 둘러싸인 터널이 있고 그 내부를 척골신경이 통과하게 되는데 반복적인 팔꿈치 굴곡이나 직접적인 압박에 의해 척골신경이 눌리거나, 정상위치에서 벗어날 경우 팔꿈치 터널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폈다 굽혔다 하는 동작을 많이 한다거나, 소아기 때 팔꿈치 골절 등 외상을 입은 적이 있다든가, 턱을 팔로 괸 채 컴퓨터나 책상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잠을 잘 때 팔베개를 하고 자는 습관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결절종이나 팔꿈치 골관절염에 의한 변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압박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들 사이의 근육이 말라서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고, 특히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구부러져서 마치 갈퀴모양으로 변하기로 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손아귀의 힘이 현저히 줄어들어 옷의 단추를 채우거나 문고리 잡기, 동전 집기 등 일상생활도 불편해진다.
대부분 앞에서 살펴본 김 씨처럼 변형이 초래되어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겼을 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는 이미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팔꿈치 터널 증후군의 초기 증상을 잘 알고 조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어떻게 진단하나
간단한 자가진단법으로 팔꿈치의 이상을 체크할 수 있는
`팔꿈치 과굴곡 검사`가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팔꿈치를 구부리고 두 주먹을 귀 가까이에 댄 자세를 1분 정도 유지했을 때 약지와 새끼 손가락에 손 저림 증상이 생기거나 더 심해지면 팔꿈치 터널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일단 팔꿈치 터널 증후군이 의심되면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고 또한 단순 방사선 사진을 촬영하여 골극의 유무 및 염증성 관절 질환을 파악하여야 하며 초음파 검사나 자기 공명 영상 촬영을 통해 척골신경의 부종이나 팔꿈치의 위치의 변화에 따른 척골신경의 압박 현상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방법을 정하기 위해 신경의 손상 부위와 정도, 상태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 하기도
초기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생활 방식의 개선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척골 신경을 압박할 수 있는 반복적인 팔 사용을 삼가고 잘못된 작업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소염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부목을 약 45도 굴곡한 상태에서 손목 관절을 함께 고정하는 것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장시간의 부목고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밤에만 착용하는 것으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는 근전도 검사상 이상이 없거나 약한 압박이 있는 경우 시행해 볼 수 있으며 만일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없을 시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척골 신경의 압박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피부를 절개해 팔꿈치 뒤쪽에 있는 척골신경을 팔꿈치 앞쪽으로 이동시켜 신경의 주행 경로를 짧게 바꾸어 압박을 줄여주는 척골 신경 전방 전위술이 가장 많이 이용된다. 소아기 때의 골절에 따른 팔꿈치 뼈 변형에 의한 경우에는 절골술을 시행하여 신경이 늘어나는 것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수술의 공통된 목적은 팔꿈치 관절을 구부릴 경우에도 척골 신경에 압박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절경을 이용하여 최소 절개술에 의한 신경 감압술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팔꿈치 터널 증후군은 발견 및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의 효과 또한 감소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적절한 자가진단을 시행하고 팔꿈치의 이상을 의심하여 병원을 빨리 찾는 것이 좀 더 나은 치료결과를 가져 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글 :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정진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