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어스가 앤더슨에게 운명을 믿느냐고 묻는다. 앤더슨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모피어스는 앤더슨이 매트릭스라는 마음의 감옥에 가두어져 있는 노예라고 말한다...빨간약을 먹고 앤더슨은 네오로 태어난다.
-네오와 사이퍼의 의식차이, 파란약과 빨간 약의 도구로서의 기능적 차이에 대해...
네오와 사이퍼 둘 다 진실을 알고 빨간약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서로 같다.
하지만, 네오는 진실을 알고, 죽을 줄 알면서도 참된 진실의 세계를 지키려했던 반면,
사이퍼는 진실의 세계에서의 위험하고 죽음을 감수하는 삶 보다는 매트릭스의 안락한 삶을 위해 진실의 세계를 포기한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둘 다 나름의 보는 바가 다를테니...
파란약은 매트릭스의 세계 속에 그냥 있게 하는 것이고, 빨간 약은 매트릭스의 세계를 벗어나 진실한 세계를 보게 하는 도구이다.
사이퍼는 빨간약을 먹고 진실한 세계를 알게 되지만, 모피어스를 증오하고 빨간약을 먹은 것에 대해 후회한다. 진실을 알기 보단 차라리 허구 속에 살며 편안한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밖의 참된 세계는 위험하고 죽음도 있다.(네오가 죽음조차도 매트릭스라는 걸 깨달아 영웅이 되기 전까지는) 반면에 네오는 빨간약을 통해 진실한 세계를 알게 되었으면서도 그곳에서조차 진실이 무엇인지 확정하지 못한다. 모피어스가 진실한 세계를 보여주며 네오가 영웅이라 말하는데도 그는 단지 매트릭스를 벗어났을 뿐 매트릭스를 만들어낸 세계를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그가 진정한 영웅이 되고 매트릭스의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은 죽음을 무릅쓰고 모피어스를 구하는 영화 끝부분이다.
빨간약과 파란약의 역할은 무엇일까... 난 빨간약이 죽음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길 인도자라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의 삶을 살면서도 지금의 삶이 실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실재였다는 것을 우리는 죽어서야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네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빨간약을 택한다. 그는 진실을 찾는 사람였을까... 영화속의 그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으로 비춘다. 그렇다고 해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진실로 통하는 약을 냉큼 집어삼킨다는 것은 영 납득하기 힘들다. 사이퍼나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을까... 그동안 매트릭스의 삶이 그렇게도 버리기 쉬운 것이였을까... 영화적 설정이 좀 다분했다 해도 왜 그리 쉽게 빨간약을 삼키게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네오가 선택한 진실의 세계가 어쩌면 또 다른 매트릭스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사이퍼처럼 허위의 세계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다.
난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고 싶다. 빨간약과 파란약을 정하라면 네오가 빨간약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집어삼켰듯이 난 파란약을 단숨에 집어삼킬것이다.
사람들은 왜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일까, 진실을 안다고 하는 것 자체가 거짓은 아닐까. 난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 현실은 현실일 뿐이고 실재는 실재일 뿐이다. 더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동굴의 비유를 말해본다면 난 그냥 동굴 속에서 그림자를 보며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나도 진실의 세계를 알고 싶고 보고 싶다.하지만,동굴밖의 진실의 세계를 본다해도 그것이 동굴밖의 참된 세계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또 다른 동굴속의 그림자일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난 자신의 믿음이 실재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네오는 자신의 믿음이 매트릭스의 세계를 벗어나 진실의 세계를 보는 것이였기에 그 믿음을 실행한 것이고, 사이퍼는 진실을 봤지만, 매트릭스의 안락한 세계를 믿고자 했기에 매트릭스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이다.
매트릭스의 사이퍼, 진실한 세계의 네오... 누가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있을까?...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분명 다르다. 네오는 목적지로 가는 바른 길을 알고 길을 갔다. 사이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을 갔다.
목적지가 다를 뿐 둘은 모두 자신의 믿음을 향해 걸었다.
첫댓글 BR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