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을 누비던 물고기들이 ‘사랑해요’, ‘반가워요’ 하며 정겹게 인사를 건넨다.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달나라행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오르는 두 명의 아이와 핑크빛 오리 배를 타고 유유히 꽃밭을 지나는 선녀들. 길게 이어진 형형색색의 기차는 차곡차곡 낙엽이 쌓인 마을 계곡을 신바람 나게 달린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군포시 속달동 4통 납덕골의 풍경이다. 드라마틱한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집 벽,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조화로우면서도 운치 있는 풍경을 선사한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그림동화를 선물해주고 싶다면 수리산에 둘러싸인 산골마을, 납덕골 벽화마을로 가보자. 마을 구석구석,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예쁜 그림들을 찾아다니다보면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이, 마음 속 깊이 숨어있던 어른들의 노스탤지어가 깨워나 배시시 웃음 짓게 할 테니.
동화 보듯, 그림책 넘기듯 즐기는 벽화마을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시골마을 특유의 정취를 풍기는 납덕골. 그리고 벽화세상 |
납덕골 벽화마을은 도심 가까이에 있어 쉽게 만날 수 있다. 외곽고속도로를 타고 산본 IC로 빠져나가거나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대야미역에 내려 걷거나 마을버스를 갈아타면 금방이다. 납덕골은 군포시민은 물론이고 안양, 안산 시민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사랑받고 있는 군포의 진산 수리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골마을이다. 특히나 수리산은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도심지역에 쭉 뻗어 내린 산등성이와 울창한 푸른 수림, 다양한 등산코스 등 도시민들의 발걸음을 당기는 매력들을 지니고 있어 사시사철 사랑받는 산이다. 수리산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수리산이 품고 있는 마을, 납덕골과 덕고개마을의 풍경 때문이기도 하겠다. 행정구역상 군포시 속달동에 속하는 납덕골과 덕고개마을은 오랜 세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작년 초에서야 제한이 풀렸다. 허니 자연스레 원시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을 터. 특히나 납덕골 마을은 논과 밭을 끼고 구불거리는 정겨운 시골길, 그 길 따라 이어지는 호젓한 계곡 등 시골의 특유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납덕골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 동화 보듯, 그림 책 읽듯 그려지는 풍경에 누구든 시선을 빼앗기고야 만다.
납덕골에는 ‘달나라로 가는 사다리’ 가 있다
토끼가 방아찧는 달나라행 사다리, 핑크오리를 타고 꽃밭을 지나는 선녀들 등 동화 속에 온 듯한 그림들 천지다
벽화마을에 처음 붓질을 한 사람은 바로 마을 입구 수리산 갤러리를 운영 중인 김형태 서양화가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낡은 집이 많았던 마을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김 대표는 같은 동호회 화가 10여명을 불러 마을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고 작년 여름 비로소 완성하게 된 것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낡은 집 담벼락 사방으로 그려진 해바라기 꽃밭이다. ‘미니슈퍼’ 라는 이름을 붙인 가게 집 모퉁이에도 꽃밭이 펼쳐진다. 옆에는 동화속에서나 보았던 어린 양들이 튤립 향기에 만취되어 있는 듯 미소를 짓고 있다.
벽화마을 담벼락 뿐만 아니라 집벽, 담장마저 알록달록 예술 옷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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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가로지르는 계곡 왼쪽 옆으로 본격적인 벽화길이 이어진다. 알록달록 블록을 담장으로 쌓아 올려놓은 집하며, 낡은 벽과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그려낸 벽화들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할 만큼 예쁘다. ‘가을걷이’ 라는 시도 눈에 띈다. 허수아비, 고추잠자리 나는 배경에 ‘멍석에 빨간 고추 마르며, 희나리꽃 만들고 먼지 깍지 메주콩 온 집안 돌고 돌때면 동무들의 노랫소리 들려오네’ 라는 서정적인 글귀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속달동 4통 마을회관 앞에는 납덕골마을의 벽화 중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그 중 하나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달나라로 가는 사다리’ 다. 두 명의 아이들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데 그 기막힌 설정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문득 드는 생각. 하늘과 잇닿아있는 사다리가 실제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한다면 고백해 보세요, 저 물고기들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배경 위에 그려진 각양각색의 벽화들.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한다 |
바로 옆 벽화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배를 탄 사람을 자신의 뱃속에 태운 물고기가 ‘사랑해요, 반가워요’ 라고 외치는 그림이다. 그리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입을 맞대고 ‘사랑해요’ 라고 고백하는 장면이다. 나도 모르게 ‘그래, 나도 반갑고, 사랑해’ 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깜찍하다’ 는 말은 이럴 때 써야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을 회관을 지나서도 벽화는 계속 이어진다. 해질녘 나무 위로 철새들이 나는 풍경이, 그리고 담장 너머에는 채 떨어지지 않은 빠알간 단풍나무가, 발아래에는 두툼하게 쌓인 낙엽들이 한데 어울려 어디가 그림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 그려진다. 이 외에도 황소와 농부가 밭을 일구는 모습, 지붕 위에 올려진 박을 쳐다보는 여인의 모습, 청개구리를 보며 연못이라는 시를 지은 초등학생의 글도 눈길을 끈다. 아이와 엄마가 납덕골로 놀러오라 손짓하는 모습도 벽화 속에 담겨 있어 더욱 정겹다. 마을 어디를 들이대도 그럴 싸인 사진들이 찍혀 나오니 카메라 들고 다니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오래된 동양화 속을 거닐듯 걷는 덕고개당숲
신령스러움이 가득한 덕고개 당숲. 가을철 형형색색 단풍이 든 고목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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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철 당숲 풍경 군포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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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덕골에서 덕고개마을도 지척이다. 덕고개란 납덕골의 남동쪽에 있는 골짜기를 지칭하는데 갈치저수지에서 납덕골로 이어지는 중간 지점에 신령스러움이 깃든 당숲이 있다. 당숲은 전국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마을 숲’ 우수상에 선정된 곳이다. 주변의 수리산을 감싸 도는 오솔길을 따라 가다 보면 선뜻 시야를 사로잡는 고목군락의 위용이 이채롭다. 고목군락에는 서어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너도밤나무 등 수령이 100년~300년 가량 된 고목나무 60여 그루가 양쪽으로 서 있는데 왠지 모를 신령스러움마저 느껴진다. 덕고개 마을주민들은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동제를 바로 이 당숲에서 지내왔다. 한편 덕고개 당숲처럼 우리나라 전래의 수종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수백 년을 이어져 내려온 자연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특히 가을철 단풍이 제 빛을 발할 무렵 당숲의 아름다움은 절정을 이룬다. 주변의 낙엽송이나 잣나무숲과 구분되어 다양한 색채로 곱게 단풍이 든 고목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동양화속의 풍경처럼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갈대 서걱대는 서정의 물결, 갈치저수지
낚시 명당이자 산책명소로도 제격인 군포의 자랑, 갈치저수지
당숲에서 나와 수리산 골짜기 방향으로 내려 가다보면 또 다른 서정적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바로 군포의 숨은 비경이라 불리는 갈치저수지다. 이 일대의 들녘은 예전에 갈대가 많았던 곳이라 하여 ‘갈티’ 또는 ‘갈치’라 불리는데 그 지명을 따서 갈치저수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곳은 소위 ‘잘 낚는다’ 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낚시 명당이자 산책명소로 제격이다. 햇빛에 반사돼 은빛으로 바르르 몸을 떨고 있는 듯한 물결, 바람에 서걱대는 갈대들의 모습 등 고즈넉한 풍경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 하다. 특히나 노을 질 무렵 갈치저수지에 비친 수리산의 모습은 과히 절경. 그 뿐 아니다. 근처 반월저수지까지 걷는 7킬로미터의 산책로는 군포의 자랑거리 중에 하나다. 운동화에 간편한 복장으로 왔다면 반월저수지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굽이굽이 모퉁이 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수림과 자그만 논과 밭이 만들어 내는 아기자기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길 테니.
팔색조 같은 반월저수지의 낮과 밤
가족이나 연인들의 고즈넉한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산책로, 관찰테크 등 시설도 잘 갖춰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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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저수지가 혼자만의 ‘사색의 공간’ 이라면, 반월저수지는 군포시민들에게 일상의 고단함을 토닥거려주는 ‘휴식’ 의 공간 같은 곳이다. 호수를 연상시킬 만큼 크고 넓은 반월저수지는 전망데크, 관찰데크, 산책로, 벤치 등이 있어 낚시꾼과 더불어 가족이나 연인들이 호수의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기에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두어 개의 둔치가 마련되어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다 맘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잠시 멈춰 설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이국적 정취를 풍기는 풍차집, 호수 건너편 자그만 산등성이가 일년 내내 만들어주는 듬직한 물그림자, 호젓이 피어오르는 새벽의 물안개, 해질 무렵이면 가슴속까지 그리움으로 물들이는 주홍빛 낙조….
반월낙조의 아름다움_군포시청 제공 |
밤이면 수면위로 길게 꼬리를 끌며 하늘까지 이어지는 은빛 달그림자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에 살포시 자리하는 시 같고 그림 같은 마음을 얻게 된다.
특히나 해질녘의 노을이 아름다운데 군포8경 중 제4경이 바로 ‘반월낙조(半月落照)’ 이다. 이렇듯 빼어난 자연을 담고 있기에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화가나 도예가 등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실 겸 카페를 열어 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이 아니더라도 반월호수에 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 반월호수의 다양한 낮과 밤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기 때문이다. | |
첫댓글 제가 살고있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한번 오세요 그리고 오신다면 미리 쪽지글주세요 군포지역 오시는 모든회원님의 식사는 제가 책임질께요 수리산 밑차락의 풍경 꼭한번오세요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