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하는 학생들이 출출할 때 즐겨먹는 분식집 음식이 개성 있는 ‘요리’로 진화하고 있다. 분식집 ‘미미네’의 모토는 ‘분식을 파는 요릿집이 되자’는 것. ‘미미네’의 새우튀김을 한입 베어 물면 탱탱한 새우와 튀김옷의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번진다. ‘미미네’에서는 튀김을 간장에 찍어 먹지 않는다. 일반 소금과 파래소금, 마늘소금 세 가지 소금에 찍어 먹으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연매출 4억원 튀김녀’로 TV 프로그램 <스타킹>에도 출연했던 ‘미미네’의 정은아 대표는 원재료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새우튀김 가공법을 꾸준히 개발해 지난해 7월과 9월 한국과 일본에서 특허등록까지 마쳤다. “왜 새우튀김으로 특허를 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몸에 좋은 ‘새우 머리’를 모양 그대로 먹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새우 머리에는 혈관 벽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주는 HDL 콜레스테롤이 풍부한데, 머리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우튀김을 하는 방법이 없어 다들 머리를 떼어 버리더군요. 그래서 수없이 새우를 손질하면서 연구를 거듭했죠.”
그는 2년여간의 노력 끝에 새우에 튀김옷을 두 겹 입히고 다섯 차례의 가공 과정을 거쳐 새우 머리와 몸체, 꼬리 등을 모양 그대로 맛있게 튀겨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새우의 몸통 부분은 부드럽고 머리와 꼬리는 새우깡처럼 바삭바삭한 튀김을 만드는 비결은 반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반죽을 발효시켜 만들어요. 계절과 그날그날 온도에 따라 반죽이 달라지죠.”
김치통에 넣어둔 반죽으로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튀김이 더욱 바삭바삭한 것을 보고 착안했다 한다. 그는 게임회사 네오위즈게임즈에서 홍보를 담당했었는데, 4년 전 돌연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창업에 나섰다. 왜 좋은 직장을 그만뒀냐고 묻자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 휴가 때마다 맛집 탐방을 다녔는데, 그러면서 ‘나도 음식을 맛있게 잘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분식점을 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만류도 많았다.
“분식집을 하고 싶었는데, 모두 왜 좋은 직장을 나와 그런 일을 하느냐고 반대했어요.”
그는 인천 한 주택가에서 13㎡(4평) 규모의 분식집을 차렸다. 온수조차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게 ‘미미네’의 출발점이다. 그 후 2년간 매일같이 새우와 씨름하며 신개념의 새우튀김을 개발했고, 세계 맛집 블로그 ‘더 레스토랑’에 오를 정도로 맛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홍대튀김녀’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미미네’의 주 메뉴는 새우튀김과 떡볶이.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손님이 없어 버리는 양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는 만든 지 30분이 지난 떡볶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주었다. 그런데 그 떡볶이를 맛본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1년 6개월 만에 매장을 66㎡로 넓히며 서울 서교동으로 옮겼다. 이곳을 지난해 말 다시 4배인 240㎡로 넓혀 리뉴얼했다. 지난해 8월엔 신도림 디큐브백화점에까지 입성해 점포가 2개로 늘어났다. 매출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미네’ 떡볶이의 고추장 소스는 조미료를 최소화한 천연 재료를 고집한다. 소스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문래동에 소스 공장도 세웠다. 집으로 가져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떡볶이와 소스를 따로 포장해 팔기도 한다.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게 그의 철칙. 새우는 사우디아라비아산 최고급을 쓰는데, 길이 12cm 큰 새우의 껍질을 까고 일일이 손질하여 손바닥만 하게 튀겨낸다. “돈 벌었다고 내 주머니에 넣으면 돈이 도망갑니다. 창업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바로 이거죠.” 그는 재료에 아낌없이 돈을 썼더니 투자했던 돈이 5배, 10배로 불어나서 돌아왔다고 말한다. “좋은 재료에 돈을 아끼지 말자”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끊임없이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재료비를 아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에게 관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고객과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는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식을 어떻게 하면 나만의 색깔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까’를 항상 고민해왔다며 그동안 만났던 손님들 이야기를 했다.
“싸우다 온 커플이 떡볶이, 튀김을 나눠 드시다 화해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한 할아버지는 지나가다 저희 집에서 튀김을 사서 손자에게 주었는데, 손자가 다른 곳 튀김은 안 먹는다며 저희 집 것만 사달라고 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찾아오는데,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6년여 동안 IT 업계에 몸담았던 정은아 대표는 IT와 분식을 비교한다.
“게임과 분식 둘 다 재미있는 일이지만, 지금이 더 재미있어요. 당시 제 역할은 위에서 누군가 큰 틀을 만들면 그걸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었어요. 지금은 제가 그 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심리적 압박감은 있지만 올해는 더 많은 분식 메뉴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지금 ‘미미네’는 공장과 매장 두 곳을 합쳐 직원 35명을 두고 있는데, 조리과 학생들을 파트타이머나 직원으로 쓰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간식문화를 한국 식문화의 중요한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왜 요리는 해외에서 배워 와야 하죠? 앞으로 아카데미도 만들고 싶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싶어요.”
‘미미네’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맛이 있는 장소’라는 뜻으로 한문과 영문 표기를 각기 ‘美味乃’ ‘MiMiNe’로 한다. 중국어로는 ‘비밀’(미미의 뜻), 일본어로는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는 뜻까지 풀이해 상표등록까지 진행하고 있다. 새우튀김은 한국・일본뿐 아니라 중국・미국・유럽에서도 특허출원 중에 있다. 시작이 미미하다고 해서 끝도 미미할 순 없다며 대한민국 대표 분식점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하는 분식점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제 꿈은 튀김과 떡볶이를 전 세계인의 간식으로 만드는 거예요. 특히 새우튀김만큼은 대한민국이란 타이틀로 가져가고 싶어요. 새우튀김 하면 다 일본만 떠올려요. 제일 번성하기도 했고, 제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이 튀김만큼은 한국이 원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떡볶이는 저지방 음식으로 양념 소스인 고추장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 비만과 고지방식의 서양인에게 어필할 수 있지요. 앞으로 미미네 소스로 만든 스파게티와 파스타를 먹을 날이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