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학교 선배가 ‘수곡중학교의 분위기도 좋고, 선생님들도 너무 좋으니까 꼭 교생실습으로 나갔다 와’ 라는 추천을 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 말 한마디와 수곡중학교가 다른 학교에 비해 교생실습생들을 위한 시스템을 잘 구축해놓았다는 이야기를 토대로 망설임 없이 수곡중학교로 실습학교를 선택했던 기억이 있다.
행복씨앗 학교
수곡중학교를 가고서야 알았다. 수곡중학교가 혁신학교로 2015년에 선정이 되면서 ‘행복씨앗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면서 기존에 학교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게 되어 이제는 수곡중학교로 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접하게 된 수곡중학교의 처음 느낌을 표현하자면, ‘놀라움’이었다. 첫째, 학교는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있으며 둘째, 열정적으로 학교를 개혁해보려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고 셋째, 학교와 선생님 모두 교생실습생들을 예비 수곡중 선생님들로 여기고 하나하나 챙겨주는 점이었다.
교생실습을 갔던 첫 주에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교생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체육대회 사전 설명회로 1시간을 사용하시는 학교의 문화를 볼 수 있었다. 작년에 체육대회를 2학기 때 했더니 학생들이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교생선생님들이 오는 1학기 때로 바꾸고, 체육대회를 하고자 하는 기간을 투표해서 이틀로 바꾸었다는 말씀,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종목들, 바꾸고 싶은 종목, 혹은 새롭게 넣고 싶은 종목들을 설문조사해서 그 결과를 우리에게 보여주시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종목들을 시도하려고 바꾼 스케쥴표까지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안에서 정말 학생들의 니즈를 채워주기 위해 힘쓰는 학교의 노력 또한 눈여겨보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몇몇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 중에 몇 선생님은 교생선생님들에게 무엇인가 더 알려주고 싶어서 점심도 교생선생님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이것저것 이야기해주시는 선생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참관을 하고 나서 어땠는지 물어보시고서는 1시간이 넘도록 학생들에게 어떻게 수업을 하면 좋은지 어떤 방법이 가장 좋았었는지 이야기해주시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실시해주는 교육이라든지, 연수라든지 이것저것 참석하면서 교수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들어오라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아 주셨다.
학교 자체로서도 매주 수요일은 학교 스케줄 자체를 일찍 끝내고 학생들을 일찍 보낸 후에, 한 학급을 정해서 공개수업을 하고 수업 피드백을 주거나 협의회를 하는 등 교사들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교사란 자기가 스스로 공부하며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갈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한다는, ‘스승’의 의미로 나아가야 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끼리도 ‘서클’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서로서로를 알아가고 소통해나가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교생선생님들을 대상으로도 이 ‘서클 활동’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동그랗게 의자를 두고 서로 앉아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집단 상담과도 같은 시간이었는데, 서로가 동그랗게 앉아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한사람도 빠짐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함께 소통해나가는 장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이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업 면에서도 혁신학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우선적으로 학교 교실 배치의 변화였다. 기존에 교탁을 바라보고 있었던 자리배치에서 ‘ㄷ’자로 바뀌어져서 서로서로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진행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수업이든지 학생들이 실제로 활동해볼 수 있도록 ‘활동’을 추가하고, 수업 방식 자체를 모둠별 수업으로 바꾸어 혼자서 학습을 하기 보다는 서로서로 협동하면서 함께 학습하며 소통해 나아가는 수업을 꾸리고 있었다. 또한 프로젝트식 수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학교와 교사 모두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의 혁신을 위한 과정 중’
다만 현재 혁신학교로서의 수곡중학교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학교의 혁신을 위한 과정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본 교재에서도 언급했지만 시간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학교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이에 대한 효과는 확실히 기대만큼 크지 못하다는 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식 위주의 수업으로 나아가다 보니, 학생들은 활동식 수업이 아닌 강의식 수업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분명히 학생들에게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내용들은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어 들어가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수곡중학교 교사 중 한분은 내게 학생들이 수업 중에서 하고 있는 활동과 교과 내용이 연결되어 학생들이 배워야하는 그 내용이 활동에 스며들어 잘 전달되어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지울 수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하셨을 정도였다.
실제 수업에 들어갔었을 때에도 열정적인 교사들과 학교에서 열정적인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는 않았다는 점도 하나의 ‘과정’중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는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는 수업과 모둠별 수업과 연결이 되는 부분인데, 학생들의 수준은 각양각색이라기보다는 정말 잘 따라오는 학생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 둘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둠별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완전히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고, 참여하는 학생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었다. 그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열심히 하려는 학생도 활동하려 하지 않는 학생 때문에 더욱 열정이 식게 되어서 결국에는 모두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수업 분위기로 치중되게 되었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고려해서 수업을 진행하면 잘 따라왔던 학생들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되어버려 결국 지루한 수업이 되어버린 셈이라 잘 따라오는 학생도 공부에 대한 흥미도를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셈이었다. 그렇게 교사 또한 지치게 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학교와 교사와 학생이 서로 함께 소통하고 대화하고 기다리는 노력
그러나 「수업」의 저자인 이혁규씨가 말한 대로 ‘혁신학교운동은 대부분 우리 의식과 행동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습속에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을 버려야할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하면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대한 흥미를 나타내면서도 활동과 이론적인 부분이 서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수업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은 함께 계속 풀어 나아가야하는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라고 할지라도 모두가 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활동을 통해 교과의 내용을 습득하는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학교와 교사와 학생이 서로 함께 소통하고 대화하고 기다리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학교의 혁신을 위한 과정’에서 ‘학교혁신의 모본’이 되어 많은 학교가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욕심을 내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자발적 혁신학교운동이 일어나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재림 _ 충북대학교 교육학과
(충북NGO센터 청년인턴제를 통해 충북교육발전소와 소중한 인연을 맺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