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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태안반도여 “어이 씨 부럴 우리새끼들 어이 할꺼나”라는 할머니의 넋두리에 나는 그만 가슴이 울컥하여 돌아 서서 나도 모를 서러움에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주루룩 흘려 내린다. 헌 옷가지로 연신 모래와 자갈을 닦으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현지 할매의 푸념이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한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서산 I.C를 나와 태안쪽으로 한참을 달려와 야트막한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눈앞에는 오염된 서해 바다 같지 않는 파란 바닷물이 마침 불어오는 겨울 높새바람에 물살을 일으키며 일렁이고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우리를 반긴다. 엄니의 자궁같이 포근하고 아늑하다고 해서 모항이라고 했다는 조그마한 어촌마을인 모항항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0시10분을 가리키고 있다. 직원18명과 학생4명, 직원들이 정성스레 모아준 헌옷가지들을 싣고 서울서 7시10분에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으니 오십여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자욱이 끼여 있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무척 막히고 정체가 심하다. @서해안 살리기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봉사하는 사람은 자기를 희생하고 남을 배려 할 줄 알며 계산을 하지 않는 조금은 바보스러운 순박한 사람이 아닐까! 이번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가장 힘든 일은 역시 사람동원이다. 연말이라 시간 내기가 힘든 여러 동료들에게 함께 동참할 것을 권고해 보지만, 웃음으로 다음에 가겠노라는 대답이 허공으로 메아리가 되어 돌아 올 때는 어깨가 축 처진다. 그러나 언제까지 처져있을 수만 없지 않는가? 다시 한번 더 참석할 동료를 독려하고 준비물을 체크해 본다. 준비물은 갈아입을 옷, 고무장갑, 목장갑, 마스크, 방제복, 장화를 준비하고, 김밥천국에서 아침과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으로 준비하고, 홈에버 에서 약간의 음료와 과일을 준비하였다 우리가 봉사 활동할 지역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항 주변으로 결정되었다. @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우리가 작업할 모항주변 횟집, 노래방 모든 업소들은 한결같이 “12월 8일 기름 유출사고로 무기한 영업을 정지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모항지나 방제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주차하고 작업을 하기위해 차에서 내려 방제옷을 입고 장갑을 끼고 마스크와 장화를 신고 현장사무소에서 안내해 주는 방파제를 올라가니 해변을 따라 작업하는 사람들이 마치 갈매기가 떼를 지어 물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오히려 아름답게 보이는데, 불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기름 냄새를 몰고 와 코를 자극하여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껍다. 해변을 따라가며 작업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바위가 있는 좀 위험한 곳은 군인들이 기름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고, 포크레인이 바위와 돌을 부수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해변 곳곳에 수십 개의 큰 플라스틱 통이 서 있어 가 보니, 모래와 원유가 범벅이 된 시커먼 기름이 통마다 가득 담겨있고 기름제거 작업을 한 걸레들이 포대마다 가득 담겨 해변가에 이리저리 어지럽게 놓여있다. @죽음의 바다 우리는 물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쪼그리고 앉아 돌멩이 하나하나씩 흡착포로 기름을 닦아내고, 삽으로 모래를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많은 검은 타르가 올라오고 땅속 깊은 곳에 모래에 엉겨 붙어 있는 시커먼 기름찌꺼기를 제거하다보니, 차가운 바닷바람에도 어느새 이마에는 땅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나는 물이 고여 있는 곳에 돌멩이를 들시며 혹시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어디에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볼 수가 없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이 우리 인간들의 삶을 편안하고 편리하게 해 줄지는 모르나, 인간의 삶의 질을 효율적으로 기여하는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환경재앙을 부른 서해안 원유유출 사고를 보며, 나는 우리 인류가 만든 빛나는 과학기술과 문명에 의해 우리가 살고 있는 하나뿐인 지구환경은 더 큰 위협을 받고 있고 경제 논리에 의한 무분별한 개발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할 다른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고, 결국 다른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우리 인간도 살 수 없을 것이니까...... @밀물이 들어오고 쪼그리고 앉아 하는 작업에 오금이 저리고 팔다리가 결리고 아팠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기막힌 현실이 더 아픈지 흡착포로 돌을 닦는 것인지 마음의 도를 닦는 것인지 말없이 묵묵히 연신 기름을 닦고 있는데 물이 들어오니 오전 작업은 그만하고 나오라고 해 주변을 살펴보니 어느새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다. 우리는 방파제로 나오면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니 입고 있는 방제복과 장화는 온통 기름투성이로 범벅이 되어있고 그 모습이 마치 지구를 청소하러온 우주인 같이 우스꽝스럽다. 땀을 흘린 후 먹는 도시락은 정말 맛이 있다. 밥은 식고 반찬은 차가웠지만, 밥이 꿀 송이처럼 달아 개 눈 감추듯 뚝딱 해 치우고, 육개장 사발면 하나를 더 먹고 나서야 포만감을 느낀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있듯이 입맛 없는 사람들 모두 서해안 살리기 일에 동참해 보시라 ...... 오후작업을 하려면 또 반납해야 하는데 남자들은 적당한 곳에 볼일을 볼 수 있지만 여자들은 길게 줄을 서야하고 또 방제복을 내려야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썰물이 빠지고 12시에 들어온 물이 14시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여 우리는 다시 방파제 넘어 해변가 모래밭으로 가면서 오전에 닦아 놓은 돌들을 살펴보니 에구 이게 뭔 일이여 도로아비타불이 아이가, 죽어라 닦아놓은 돌들은 온통 기름에 도로 범벅이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속상해라, 나는 속으로 이것은 어쩌면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에이 뭐 유출된 기름 다 닦아 내면 될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고쳐 먹으니 오히려 손놀림이 빨라진다, 우리가 하는 작업이 몇 달이 걸릴지 아니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나 나는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계속 이곳에 와서 기름과의 한판 멋있는 대결을 해 보리라...... @하늘이 무너져도 희망은 있다 허리가 아파 이제는 모래 바닥에 철퍼덕 앉아 발로 흡착포를 이리저리 부비며 모래에 묻어있는 기름을 닦으며 하늘을 쳐다보니 무심한 흰 구름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점심을 평소의 두 배 정도 많은 량을 먹었는데도 뱃속에서 쪼로록 소리를 내며 아우성이다.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며 왜 막걸리를 먹는지 이해 할 것 같다고 말을 하니 옆에서 일하시던 분이 어디서 왔시유? 노동일이 소화제랑게요 하며 우유와 빵을 준다. 오늘 여기서 처음 만난 사람들임에도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이 모두 공동으로 먹을 것도 나누어 먹고, 흡착포도 같이 쓰고 바가지로 물도 함께 퍼 날으며 힘을 합쳐 일을 하니, 힘도 덜 들고 금방 친해진다. 높새바람이 바닷물을 몰고 와 바위에 부딛치며 속살을 드러내고 바위에 묻어있는 기름을 씻어가니 물이 온통 오색빛깔 기름띠를 만드네 흡착포를 던지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저 서방인양 찰싹 들여 안긴다.
어느새 겨울 동지의 해는 서산 마루에 걸러 뉘엿뉘엿 기우는데 오늘 우리가 한 일의 흔적을 찾아 봐도 어디에도 일한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진주에서 달려온 대학생의 땀방울에서, 익산에서 열일 다 재껴놓고 한 달음에 달려온 아줌씨의 환한 웃음에서 부산에서 달려온 아자씨 왈, IMF도 극복했다 아입니꺼 그런데 이까짓꺼 기름 하나 못 이기겠심니꺼, 우리 한번 해 보입시더, 착하기만 한 줄 알았던 민초들의 뚝심이 죽음의 서해를 반듯이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2007년 12월 22일 육종영 |
첫댓글 자네의 그 헌신적인 희생이 재난의 구렁텅이에서 하루 속히 빠져 나올걸세...우리 칭구들도 봉사활동 한번 혀야 하는뎌...번개한번 할까유ㅠㅠㅠ자네같은 칭구가 있어 자랑 스러우이...
그려 잘 지내는가? 연말이라 무척 바쁘비? 자네가 한번 추진해 보게나 응구와 전화도 좀하고
친구가 열심히 기름덩이를 닦고 있을 때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부끄러우이~` 우리 사회에 더불어 함께 하고자 하는 친구같은 사람이 있기에 그래도 살 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싶네 그려~. 고생 많으셨네. 현장에 다녀온것 같이 생생한 느낌을 주는 좋은 글 감사하이~~ 자네 글 솜씨가 나보다는 몇갑절이나 더 좋으이~~ㅎ~~
잘 지내는가? 난 아직 자네에 비하면 잇빨도 안 났는걸 자네의 알콩달콩한 글솜씨야 말로 읽는 이로 하여금 싱금을 울리네 그려 ~~ 자네 쎌폰 좀 올려주게 목소리 함 들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