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을 돌아보면 여러 일들이 있었다. 세계적으로는 정초부터 시작된 전쟁이 있었고, 우리 나라는 파탄의 벼랑 끄트머리로 질주했었고, 언제나 그렇듯 스포츠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한 귀퉁이에는 프로레슬링이 있었다. 옆 나라 일본에선 2003년을 '프로레슬링의 해'라고 평가한다고 한다. 한동안의 정선을 멈추고 코바시 켄타라는 특등 항해사와 함께 역사의 획을 긋는 대 항해시대를 시작한 '프로레슬링 노아', 그리고 파괴왕 하시모토 신야와 폭주왕 오가와 나오야를 선봉으로 '수완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제로-원'. 이 두 단체와 토류몬같은 인디 아닌 인디 단체의 분발로 '일본 프로레스'는 그동안 다소 침체기에 있었던 과거를 털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한발짝씩 꾸준히 달려가고 있다.
일본 뿐만이 아니다. 북미 프로레슬링의 대부인 'NWA'의 새 계승자라고 할 수있는 'NWA-TNA'는 "과연 북미 프로레슬링을 재패한 WWE에 맞서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하는 당초의 우려를 하나 하나씩 뿌리치면서 명실상부 '북미 프로레슬링 No.2'의 위치에 올라섰다. 아마도 그 발전의 페이스는 전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을 수준이라고 평가받는다. 경량급의 한계를 초월했다는 X 디비전, 구 WCW와 ECW의 알짜 선수들을 '제대로' 써먹고있는 프로모터의 역량, 그리고 NWA의 계승이라는 명분. 이 것들은 과연 NWA-TNA가 WWE와 맞설만한 유일한 단체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다.
그러나. 과연 'WWE'의 상황은 어떠한가?
2001년 숙적 WCW를 흡수 합병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프로레슬링 단체'로 발돋움한 WWE는 당시 역사상 최고의 조건이라는 평가를 받고있었다. WWF시절부터 있었던 기존 선수들과 WCW&ECW의 슈퍼스타들을 '독점'하다시피한 WWE는 '라이벌조차 없는 상황'이었으며, 북미 프로레슬링 시장, 아니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파하는 엄청난 위치에 있었다. 과연 그 누가 한 단체에서 '스톤콜드와 부커T, 라이노'들을 동시에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런 엄청난 수준에 올라있었던 WWE는 방심했다. 경쟁자가 없던 것이 WWE로는 큰 미스가 된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자랑하던 합리성은 찾아볼 수 없었던 스토리라인, 안이한 선수 관리, 그리고 경기보다 시그먼트에 주력하는 듯한(그 것도 식상한) 비 효율적인 경영방식. 이런 여러 악재들은 근 2여년동안 꾸준한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고, 현재 WWE의 고질병으로 자리잡았다.
자, 이제 2004년이 밝았다. 2004년역시 작년, 재작년, 그리고 그 전과 같은 경영과 방식을 고집하는 WWE라면 그 미래는 극히 어둡다고 할 수 있다. WWF가 왜 신생 WCW에게 엿을 먹었는가? WWF가 90년대 중후반 어째서 그렇게 고생을 했는가?
이런 WWE의 고질병은 경영진들이 꼭 바로잡아야할 부분이다. 본 문에서는 이런 전문 경영적인 면보다는 그 문제가 되는 '푸쉬'에 대한 부분을 말해보려한다.(아마도 전문 경영을 언급할 사람은 그리 많지않을 테고, 본인은 그 쪽에 속하지않는다.)
2004년에 '반드시' 푸쉬를 받아야할 선수. 그리고 향후 WWE의 미래를 책임질 만한 선수. '세대교체'를 이끌어갈 만한 선수. 이 들을 주목하라.
2-1. Randy Orton in Past.
1981년 4월 1일 생(우리 나이론 24살 정도). 키 193 cm 몸무게 111 kg.
카우보이 밥 오튼 가문의 3세대 레슬러로 2002년 스맥다운에서 데뷰한 것으로 알고있다. 솔직히 본인은 랜디 오튼의 스맥다운 시절은 그리 많이 알고있진않다.(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SBS 스포츠가 다이기에 iTV에서 방송하는 스맥다운쪽은 문외한에 가깝다.) 스맥다운 시절의 오튼은 선역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고있다. 아마도 '3세대 선역 신인'이 기믹이었던걸로 생각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Raw 브랜드로 옮겨왔고, 변형식 넥브레이커를 피니시로 했던 그의 신인 시절(선역)은 갑작스런 어깨 부상을 맞이한다.
2-2. RNN.
대개 부상으로 침몰한 선수들은 어느 정도 팬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터프이너프1의 우승자'이자 'No.1 신인'이었던 '메이븐'이다. 푸쉬를 막 받으려는 상황에서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결정된 메이븐은 그의 빈자리를 채웠던 '크리스토퍼 노윈스키'에게 인지도 상에서 밀렸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랜디 오튼은 달랐다. RNN.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CNN 방송의 패러디였던 오튼의 자체 방송이었다. 자신의 부상 회복을 알려주면서 팬들에게 계속 '건방진 모습'을 어필했던,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라면서 관심을 유도했던(물론 자동답장이었디만) 오튼은 부상으로 장기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 잊혀지는 불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것이 랜디 오튼이 신인들 중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잊혀지지않는다. 부상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자신의 모습을 계속 어필했던 오튼은 팬들에게 잊혀지지않았다. 게다가 RNN에서 보여주었던 건방진 모습은 그의 '악역화'를 예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랜디 오튼은 부상에서 회복하였고, 그의 레슬링 캐리어 초반을 장식할 분기점을 맞게된다.
2-3. Evolution.
트리플H와 매니저역할로 따라다녔던 릭 플레어. 그 둘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스테이블', 단체를 이끌었던 리더라는 것이다. 트리플H는 그 유명한 'DX', 그리고 릭 플레어는 스테이블 시리즈의 첫번째라고 할 수 있는 전설의 '포 호스맨'. 이 둘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단체의 결성을 예고한 것이었고 2003년 그 단체가 결성되었다. '진화'를 뜻하는 '에볼루션'이라는 단체. 릭 플레어의 '포 호스맨'을 모티브로 한 듯한 4인체제를 예고했기에 트리플H, 릭 플레어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랜디 오튼은 에볼루션의 멤버로 컴백하였다.
에볼루션이 무엇인가? 당시 Raw의 악역들은 그리 많지않았다. 케인도 당시에는 마스크를 쓰고있는 선역이었던걸로 기억하고, 크리스 제리코&크리스천의 콤비도 탑힐의 위치에는 2% 모자른 듯했다.(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누구와 대립했는가?)
게다가 약 2년동안 꾸준히 탑힐을 고수하고있는 트리플H는 만성적인 부상으로 경기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었고, '더티 챔피언' 릭플레어는 그의 보좌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더욱 '악역단체'의 필요성이 절실했었고, 그 답이 바로 '에볼루션'인 것이다.
탑힐 단체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랜디 오튼은 바티스타와 함께 당시 선역 태그팀이었던 '부커T&골더스트'와 대립, 슬럼프모드 골더스트를 전기선에 던져버리는 잔혹한 악행을 일삼았다. 그러나 악재는 이 들에게 들이닥쳤고, 아이러니컬하게 랜디 오튼과 바티스타, 막 푸쉬를 주려는 단체의 주축인 이 둘은 거의 동시점에 부상을 당해 역시 장기간 결장이 결정되었다.
이 둘이 없어져버린 에볼루션은 트리플H, 릭 플레어의 초라한 2인 단체로 전락해버렸고, 운이 지독히 없는 단체로 불리기도 했다. 두 신인에게 기대어 부담을 줄여보려던 트리플H는 어쩔 수 없이 몸을 혹사시켰고,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던 그는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WWE 부커진과 지독히 운이 없는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었다.(아마도 그 때 이 둘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트리플H는 '대부'의 이미지를 더욱 굳힐 수 있었을 것이다.)
고전하고 있던 이 둘에게 다시 돌아온 랜디 오튼. 조깅하다 발생한 부상으로 컴백 시점에 늦춰진 바티스타의 공백을 메우려 열띤 활동을 벌인 그는 트리플H와 함께 '엘리미네이션 챔버'에도 출장하고, 어느덧 'Legend Killer'라는 별명과 함께 명실상부한 '신인 No.1'의 자리에 매김하게 된다. 현재 그는 인터컨티넨탈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믹 폴리와의 '하드코어 레전드'스토리를 수행 중이다.
3. 어째서 그를 주목해야하는가?
긴 서론은 끝내고 어째서 랜디 오튼, 그를 주목해야하는지 말해보도록 한다. 랜디 오튼을 지칭하는 대명사라면 '3세대 레슬러, 레전드 킬러'등이라 말할 수 있겠다.
프로레슬링계에서 3세대 레슬러, 레슬링 가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프로레슬링계에서 엄청난 업적을 가지고 있는, 그러나 레슬링계의 '케네디家'라고 불리는 '하트 家', 현재 WWE에서 맹활약 중이자 '가문만의 스타일'을 창출하기도 한 에디, 차보의 '게레로 家'. 그리고 밥 오튼에서 랜디까지 이어진 '오튼 家', 그리고 피플스 챔피언 더 락의 집안 또한 레슬링 가문이다.
이 유서깊은 명가에서 길러진 3세대 레슬러들은 '가문의 보도'라고 불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고 자라왔기에 기술이나 재능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프로레슬링이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왠지 다른 듯한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 랜디 오튼의 그 유명한 겸양은 가정교육이 잘 되었다고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 사생활 평가는 접어두고 한가지 언급할 부분이 있다.
3세대 선역 신인으로 데뷰-> 대 푸쉬-> 별 반응없는 팬들-> 악역변신-> 대 활약-> (악역으로의) 팬들의 환호(야유가 되었건) -> 배반 -> 라이벌과의 대립 -> 슈퍼스타 등극.
누굴까? 바로 피플스챔피언 더 락의 행보이다. 물론 이 구도가 완벽하진않지만 대략 더 락이라는 선수가 걸어온 길의 요약이라고 하겠다. 락키 마이비아라는 이름으로 데뷰하여 I.C 챔피언을 거머쥐는 푸쉬를 받았으나 팬들은 그를 그렇게 달갑게 보진않았다. 결국 더 락은 악역으로 변신했고, 부상에서 컴백한 날 당시 악역이던 '파룩'을 도와줌으로써 NOD에 가입한다. 그리고 리전오브 둠, 켄 샘락, 아메드 존슨, 하트 파운데이션등과 대립함으로써 악역 '락'의 입지를 굳혔다.
어딘가 낯이 익지않은가? 챕터 2에서 언급했던 랜디 오튼과 너무나 비슷한 행보라고 생각되진않는가?
WWE의 No.1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피플스 챔피언 '더 락'. 그리고 이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있는 랜디 오튼. 오튼을 제 2의 락으로 만들려고하는 WWE라고 보는 것은 본인 뿐일까? 예전부터 랜디 오튼을 제 2의 락이라고 평하는 이가 많았다. 그 것은 단순히 허언이 아닌 것이며, 실제로 랜디 오튼은 그 행보를 착실하게 걷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더 락의 신인 시절과 비슷한 몸놀림. 높은 타점의 드롭킥을 뛸 수 있을 정도의 운동신경, 그리고 검증받은 바 있는 마이크웍. 바로 더 락의 모습 그대로이다.
에볼루션에 가입함으로써, 그리고 악역 I.C 챔피언을 지나면서, 그리고 '레전드 킬러'라는 닉 네임을 가지게 됨으로써 그는 (선역) 전설들을 격파해나가고, Raw의 탑힐 자리를 지켜가고있는 것이다. 에볼루션은 분명 트리플H에게 초점이 맞춰 결성된 팀이지만 점차 시간이 갈 수록 무게의 중심은 랜디 오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느낌 뿐만이 아니다.
4. 랜디 오튼의 미래.
현재 랜디 오튼은 믹 폴리와 대립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하드코어 레전드'의 대결이다. 이 대결은 약 1달전부터 시작되어, 레슬매니아에서 그 절정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오튼과 로얄럼블에서 일격을 가한 믹 폴리. 그들의 대결은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본인은 레슬매니아 20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있다. 바로 세대교체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레슬매니아20에서 믹 폴리와 경기를 끝낸 랜디 오튼에게 남은건 '락이 그랬듯' 하극상이 가장 유력하다. 락이 NOD의 리더 파룩에게 일격을 가함으로써 자신이 NOD의 리더가 된 것처럼, 랜디 오튼도 에볼루션의 리더 트리플H에게 도전해서 에볼루션의 리더가 되는 것, 그리 부자연스럽진않다. 루머로만 돌던 트리플H(With 릭 플레어)의 선역화와 랜디 오튼(&바티스타)을 위시한 신인들의 대 반란. 아마도 이 것을 잘 살려야 WCW가 그리고 WWE가 실패했던 세대교체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랜디 오튼의 경기력은 아직 미숙하긴하다. 젊은이의 펄펄뛰는 패기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게 결정적이다. 그러나 레슬매니아 때의 믹 폴리와의 대전은 그의 캐리어 뿐만아니라 그의 경기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아직 20대, 젊은 나이이다. 또한 RKO 이야기를 안 하지않을 수 없는데, 최근 그의 피니시 RKO는 기존 에이스크러셔의 형태 이외에도 여러가지 모습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백스테이지 No.3이자 에이스크러셔의 원조인 '쟈니 에이스'가 랜디 오튼에게 직접 전수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2004년 신인들의 반란이 암암리에 예고된 만큼 그 들을 이끌만한 리더의 역할을 맡을 사람은 랜디 오튼 이외에는 그리 떠오르지않는다. 그의 역량은 단순히 선배 뒤치닥거리하는 후배를 넘어서는 것이니까.
믹 폴리에게, 그리고 트리플H에게 RKO를 먹이는 랜디 오튼. 2004년에는 꼭 보았으면 하고, 보아야 할 모습이라고 본다.
2004년에는 랜디 오튼을 주목하라.
- S.D.G.
- 바닥을 꿰뚫는 가소로운 필력탓을 해봅니다.
- 다음은 존 시나를 언급하고자합니다.
첫댓글 퍼온글이여서 죄송합니다 . 좋은 글인거 같아서 출저쓰고 퍼왔습니다. 다음부턴 스스로 쓰는것도 노력해 보겟습니다.
잘 봣씁니다.....랜디오턴...미래에는.월드챔피언이 확실하게 될것 같은데..
음 그나져나 릭도 선역이 되나여? 그건 첨들어 보는뎅... 릭이 좀더 오턴과 같이 있었으면 하는데여
랜디오턴 . 이자말고도 만이 각광받던 신예인 '크리스토퍼 노윈스키'도 부상으로 지금 은퇴를 논논하고있쬬 -_-. 오턴이 부상없이 쭈욱 이대로 커간다면 , 메인이벤터를 넘어 ICON 이 될수 있을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