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1/22~23)에 갑판장과 선장님은 휴가를 내고 딸아이와 함께 1박2일간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음식점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록 토요일 하루라지만
영업을 온전히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아예 못 할 짓(?)도 아닌지라 결행을 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선장님과 갑판장의 빈자리를 공백없이 지켜주신 식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염치 불구하고 앞으로도 가끔씩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주문진 바닷가에서..
이번 여행의 발단은 초등학교 6학년생이 되는 딸아이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르치고, 키울 것인가에 대한 궁리로 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바로 말씀을 드리자면 딸아이가 중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단 1년간 만이라도 자연을 만끽하며 성장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궁리 끝에 산촌학교로 1년간 유학을 보내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하여 전학수속과 딸아이를 1년간 돌봐 주실 분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겁니다.
원래는 토요일에 면담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그 약속이 출발 하루 전날에 갑자기 일요일로 하루 연기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모처럼의 여행일정이 출발 전부터 꼬였습니다. ㅜ.,ㅜ;;
동선을 고려해서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숙소를 예약해 났는데 말입니다.
참소리박물관/강릉
강릉이 생각보다 훨씬 멀더군요.
안이한 출발시각으로 인해 차안에서 반나절을 허비하고,
다시 갈 일이 절대로 없을 어느 바닷가 횟집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4시입니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관광은 해야겠기에 부랴부랴 참소리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참소리박물관은 입장료(성인 7천원, 어린이 5천원)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강릉이 자랑할 만한 세계적인 명소입니다.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하면 시간이 대략 1시간 30분 가량 소요가 됩니다.
관람을 마칠 때 쯤이면 축음기와 발명왕 에디슨, 그리고 한 사람의 수집광이 주는 감동에 푹 빠지실겁니다.
강릉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보헤미안/강릉
이미 사위는 어둑해졌지만 강릉까지 온 김에 보헤미안을 방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헤미안은 우리나라의 바리스타 1세대이신 박이추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입니다.
요즘 갑판장이 서교동 카페 '망명정부'의 아이참님이 내려주시는 시큼한 커피의 맛에 푹 젖어 있는지라
강릉에 오면 보헤미안에도 꼭 들려보고 싶었습니다.
보헤미안의 케냐는 과일이나 견과류보다는 쵸코렛과 버터가 도두라지더군요.
수가솔방/강원도 평창
잠자리는 평창의 여우재 너머 깊은 산속에 있는 수가솔방으로 정했습니다.
작년엔가 처제네가 다녀 온 후로 언니(선장님)에게 호들갑을 떨며 좋다고 자랑을 한 곳이라 선뜻 정했습니다.
식사와 솔잎찜질, 취침까지 한 곳에서 해결이 가능하긴 한데 아주 맛있다거나, 아주 편안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숙소는 황토방이 모두 예약이 되서 별채(방가로)를 이용했습니다.
오죽헌
둘째 날 아침식사는 수가솔방에서 된장찌개백반(6천원)으로 간단히 해결을 했습니다.
평창에서 양양으로 가려면 다시 강릉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어제 둘러보지 못한 오죽헌과 선교장에 들렸다 가기로 합니다.
율곡 이이 동상 앞에서 오천원권을 들고 기념촬영/오죽헌
오천원권 지폐의 주인공이신 율곡 이이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을 드리지는 않겠지만 가급적 자료를 찾아 보실 것을 권합니다.
공부해서 남 주지 않으니 분명히 남는 장사일 겁니다.
무식하면 딸아이 앞에서 망신을 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신사임당 동상 앞에서 5만원권을 들고 한 기념촬영/강릉시립박물관
오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이신 신사임당에 대해서도 공부하실 것을 권합니다.
그럼 언젠가는 딸아이 앞에서 으쓱하실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선교장
사실 갑판장도 선교장은 이번이 첫 방문입니다.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주한외국인들이 한옥에 대해서 언급할 때 마다 빼놓지 않고
으뜸으로 언급을 하는 곳이 바로 선교장입니다.
그네들이 그러는데는 분명히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암튼 외국인들도 으뜸으로 치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정작 자국인이 잘모른다면 체면이 안 서는 일입니다.
행랑채/선교장
여행의 재미를 위해 다른 가족들을 꾀여서 함께 오고도 싶었습니다만
딸아이는 우리 가족만의 여행을 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만의 호젓한 여행은 참 오랫만이지 싶습니다.
널뛰기/선교장
널뛰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하며 요령도 필요합니다.
공중으로 뛰어 올랐던 사람의 두 발이 널판지에 닿는 순간 그 반동을 이용해서
널판지 위의 사람이 얼른 뜀질을 해서 공중으로 치솟는 것이 요령입니다.
몇 번만 해보시면 쉽게 터득을 하실 수 있습니다.
공중부양/선교장
때론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같고,
때론 미운 일곱살 같은 딸아이입니다.
하루에도 오만 번도 넘게 바뀝니다.
타어어 펑크 수리중/동해고속도로 속초방향 휴게소 부근
대충이나마 강릉구경도 했고, 가격대비 만족도가 형편없는 자칭 '가승음식점'이라는 곳에서 점심식사도 했으니
이제 양양으로 출발합니다.
허걱! 그런데 이게 무슨 난리랍니까.
동해고속도로를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질주하던 중에 타이어가 빵꾸났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갓길에 만들어 놓은 경찰차 전용의 주정차를 위한 둔덕이 보여 일단 그 곳에 주차했습니다.
그리곤 타이어 교체를 위해 갑판장이 트렁크를 뒤지려는데 선장님이 못미더워서인지 긴급출동서비스를 호출합니다.
선장님 曰 '참 쉽죠~잉'
철딱서니 양양 산촌유학센터/강원도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
철딱서니 양양 산촌유학센타는 지난 1월 초에 딸아이가 2박3일간 겨울캠프를 다녀왔던 곳입니다.
딸아이가 하는 말이 '태어나서 제일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은 곳'이랍니다.
인근에 있는 상평초등학교 공수전분교는 학생수가 적어서 2009년에 폐교가 될 위기에 놓였었는데
원주민과 양양군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철딱서니 양양 산촌유학센타를 유치하여 벽지학교를 되살릴 수 있었답니다.
상평초등학교 공수전분교의 2010년도 재학생은 아마 스물 댓 명 쯤일 겁니다.
이 중 3명만이 원주민 아이들이고, 나머지는 도시에서 산촌으로 유학을 온 아이들입니다.
딸아이와 양양이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지난 겨울캠프 때 양양이와 많이 친해진 모양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을 해 보니 그건 순전히 딸아이 만의 착각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양양이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서서 서로 양양이를 부르는데
야속한 양양이는 단 한 번도 딸아이에게 눈길조차 주지를 않더군요.
그래도 딸아이는 양양이가 마냥 귀여운가 봅니다.
양양이의 반의 반 만큼 만이라도 아빠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바램을 잠시 품어 봅니다.
(완전 부럽삼 ㅡ.,ㅜ;;)
한계령휴게소
공수전리에서의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한계령을 넘을 때 스멀스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귀를 애일 듯한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계령휴게소에서 기념촬영을 강행한 철딱서니 없는 아빠와 딸내미입니다.
'만석집'의 양곱창 2인분(2만6천원)/홍천
홍천에 있는 양곱창집인 '만석집'은 갑판장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방문하고 싶어했던 식당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음식점입니다.
단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지만 이미 그 곳을 방문했었던 지인들의 입담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곳이기도 하구요.
서울에서 홍천까지의 물리적인 거리를 감안한다면 일부러 찾아 가기는 어렵지만
그 근처를 지난다면 꼭 방문을 해 보리라 다짐을 했던 곳이라 이번 여행일정에 포함을 시켰습니다.
원래는 첫 날 점심 때 방문 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이 꼬인 덕분에 둘째 날 저녁에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석집의 양곱창은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입니다.
꽹가리를 닮은 오목한 무쇠팬에 야채와 함께 양곱창을 볶아내니 야채에서 나온 즙으로 인해 금새 흥건해 집니다.(첫 번째 사진)
일단은 야들야들한 양(소의 첫 번째 위장)부터 먹고, 그 다음은 졸깃한 염통을 먹습니다.
이 때쯤 알곱창이 자태를 들어내는데 밑손질을 어찌나 꼼꼼히 했는지 기름이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두 번째 사진)
먹기 좋게 잘려진 곱창의 단면을 보면 안에 구수한 곱이 들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세 번째 사진)
손님은 먹는데 치중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쥔장이 알아서 다 해줍니다.
딸려 나오는 들깨드레싱의 야채샐러드에서도 솜씨가 느껴집니다.
역시나 딸려 나오는 생간과 처녑(소의 세 번째 위장)의 양도 넉넉하여 그 것 만으로로 소주 두어 병은 거뜬하지 싶습니다.
소주 한 잔/만석집
저녁 때 방문한 양곱창집에서 소주 한 잔을 걸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게 갑판장의 생각입니다.
1년전이었다면 나홀로 운전을 담당해야 할 불쌍한 인생이라서 음주불가였겠지만
혹독한 댓가를 지불해 가며(~ing) 선장님을 오너드라어버 대열에 동참케한 갑판장입니다.
그러니 이런 자리에서 소주를 마다 할 수가 없겠지요.
'캬~ 술맛이 끝내줍니다.'
돌솥밥과 청국장/만석집
2인분 이상 주문이 가능한 돌솥밥과 청국장(각 1인분의 가격은 2천원씩)은 선택사항이라기 보단 필수사항이지 싶습니다.
야채즙과 양구이의 즙을 머금고 있는 달궈진 무쇠팬에 청국장을 바로 부어서 끓이는 방식인데 청국장에도 야채가 풍성합니다.
청국장의 맛은 솔직히 기대 이하입니다만(콤콤한 맛이 안 납니다)
청국장이 아닌 된장찌개라 생각하면 평가가 달라집니다.
야채의 단맛과 양곱창의 기름짐이 적당히 어우러져 내는 고소한 된장찌개의 맛은 돌솥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합니다.
콩과 흑미, 좁쌀이 섞인 돌솥밥의 맛은 그냥저냥입니다만
갓지은 밥에서 나는 밥내음은 침샘을 자극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습니다.
암튼 이런 양곱창집이 갑판장의 지척에 없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만일 이런 음식점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갑판장의 수명이 한 10년쯤은 단축이 되었지 싶습니다.
<늘 일상탈출을 하고픈 철딱서니 없는 갑판장이 씀>
- 덧붙이는 말씀 :
갑판장이 15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며 깨달은 사실 한 가지는 '내가 아니어도 회사(또는 담당업무)는 별탈 없이 잘 돌아 간다.'는 겁니다.
다만 잠시 불편할 뿐이죠.
이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훨씬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매주가던 강원도를 한주 포기하고 강구로 향했더니....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못뵙고와서 아쉬웠는데 ,,, 여행후기에 염장까지 더해지는군효 ㅎㅎㅎ 어찌됐건 미모의 신임 선장님께 대접 잘 받고 돌아왔으니 됐고!!! 강구호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여기서라도 봤으니 됐고!!! 근데 저 양은....뱃속이 꼬일정도로 탐이 나네요 ^^
모처럼 작정하고 오신 날 부재중이어서 송구스러웠습니다만 두시고 가신 포트와인은 맛있게 마시고 있는 중입니다. 마침 요즘들어 디저트 와인의 달다구리한 맛이 땡기던 중이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애들은 6실때까지 부모에게 하는 평생효도의 80%를 한다고 하드만... 저리 예쁘게 커주면 되는거지 ^^ 처음 태어날때의 생각만 가지면 아무 욕심도 안생길텐데 그게 잘 안되니까..에휴~~비우기가 채우기보다 더 힘들지. 그나저나 부부가 어려운 결심을 했구만...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거야...덧붙이는 말에 백만 47표.ㅎㅎ
덧붙이는 말에 공감을 하는 것을 보니 때가 되었구만...'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것'은 회사에서 뿐 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새겨 둘 만 하더만...암튼 갑판장이 없어도 강구막회는 아주 잘 돌아 간다네...참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