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훈련 후기
3일간 진행된 순서에 따라 진행 내용과 소감을 정리해 봅니다. 복습 삼아 정리하다 보니 내용이 좀 깁니다. 전체적인 소감은 제일 뒷 부분에 있습니다.
### 1 일차
## 오전
1. 입 떼기 : 아무런 말이든 자유롭게 말하기
2. 자기 소개 & 잘 통하는 사람 : 닉을 정하고 닉에 대한 설명, 잘 통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와 그 이유 말하기, 2인 1조로 4회 진행 :: 나의 닉은 유유(부르럽게 흐르자. 좀 더 유연해지기 위해서), 옆지기(오랫동안 같이 살다 보니 서로를 잘 알게됨)
3. 더 잘 통하고 싶은 사람 및 방법 찾기, 4인씩 1조로 조별 작업 후 이젤패드에 적어서 발표 :: 옆지기(남은 여생을 같이 살아갈 사람이니까. 둘만이 함께 하는 시간 갖기, 여행
4. 상황 설명하고 적합한 감정 카드 찾아 주기. 그중에서 3장 골라서 좌측 사람에게 주고, 받은 사람이 대신해서 감정 읽어주기, 4인1조 ::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 한 후에 옆 사람에게 그 감정 카드를 전해주고 그 사람을 통해서 나의 감정(사실은 내가 했던 말)을 듣는데 너무나 잘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서 내식으로 해석하고 되돌려 줄게 아니라 그냥 상대방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줄 때 상대방은 훨씬 더 잘 이해받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반영적 경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역시 배움은 이론이 아니라 실습과 훈련을 통해서 배운다.
5. 감정의 중요성 강의 : 입력 -> 필터 -> 출력, 필터에는 신념, 가치관, 지식, 경험, 종교, 상황 등등.... 외부로 표출되는 '감정'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 즉, 존재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의 감정을 알아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알아주는 것이다. ::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우친다. 감정에는 그 사람의 전체 인생이 묻어서 나오는 것이다. 그 사람이 표출하는 감정을 잘 이해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잘 이해해주는 것이다. 상대방 감정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친다.
## 오후
1. 감정 표현하기 : 감정만 말하기, 설명이 필요하면 감정을 먼저 말한 후에 덧붙이기 :: 생각이 늘 앞서는데 생각을 생략하고 감정만 말하기인데, 나에겐 참 어색하였다. 마치 어린애들이 자기감정만 툭툭 던지는 느낌이었다.
2. 타인 감정 알아주기 : 타인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고, 그다음에 나의 감정/생각 말하기 :: 나는~ 이라고 말하기 전에 당신은~ 이라고 말하는 연습이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어색하고 잘 되지 않았지만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상대방이 말할 때 나의 감정에 대해 먼저 말을 해주니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감정/생각을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느낌이 달랐다. 늘 외부의 자극(상대방의 말, 사건)에 대해 빨리 판단하고 나의 뜻을 전하거나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진 탓에 상대방의 감정, 의도를 먼저 읽는 것이 쉽게 되지 않았다. 마치 처음 수영 배울 때 팔꺽기 동작이 어색하듯이 이런 방식의 반응이 참 어색하였다. 그래도 하다 보니 차츰차츰 익숙해졌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이 다 그렇게 되어 갈수록 우리의 분위기는 너무너무 좋아졌다. 천국의 대화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A4용지에 아래 내용 적어서 붙이고 세션후 스스로 체크하기
- 이 교육을 받고 나서 직장 생활이나 개인의 삶 속에서 무엇이 좋아지길 바랍니까? 상대방의 말속에 담긴 느낌이나 감정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함으로써 상대방과 더 잘 소통할 수 있게 된다.
- 위의 결과를 얻기 위해 내일부터 어떤 훈련에 집중하겠습니까? 생대방의 말에서 '내용'보다는 '감정'을 먼저 읽자. 감정 단어를 많이 외우자.
@ 오늘 오후의 실습(대화)는 상대방을 감정과 의도를 알아주고, 인정하고 칭찬하는 대화였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은 나에게 유머러스하게 분위기 잘 만들어준다. 남을 도우려는 배려심이 많다. 눈이 예쁘다(이건 좀...^^)
### 2 일차
1. 어제와 동일 : 상대방 감정 상태 먼저 읽고 이야기해주고. 그런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주고 그다음에 나의 느낌,감정,생각 이야기하기. 오늘은 상대방의 감정 읽기 +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어떤 의도인지)까지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감정읽기는 좀 되는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기는 어려웠다. 내가 평소 타인에 대한 인정이 부족해서 인가? 남 코치님께서 자신이 사용하는(자신에게 있는 특성) 단어가 아닌 다른 단어를 그냥 막 던지듯이 한번 해보라는 조언을 주셨다. 나에게 딱 맞는 조언일 듯싶다. 약간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데, 이런 나의 스타일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은 신중을 잠시 내려놓고 '막 던지는' 연습을 해보는 것.
### 3일차
- 에피소드 : 학촌님 옆에 앉아 있었는데, 학촌님의 도와주기 위해 남 코치님이 학촌님에게 요청을 하고 기다리는 상태(학촌님은 약간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고 있는) 였는데, 박 코치님이 그 모습을 보고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때 내 생각에는 '조금만 그야말로 조금만 더' 버티고 기다렸다면 학촌님이 그 벽을 넘어서 한 단계 진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 생각을 말하는 데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화가 실렸다. 남 코치님이 그런 나를 보시고서 "화가 난 상태에서는 남을 도울 수 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난 처음에 동의를 할 수 없었다. 화가 난다는 것은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 인데, 화를 내지 않으면 에너지가 올라오지 않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가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을 강하게 주장했다. 남 코치님은 그 상태에서는 즉, 감정에 휩싸인 상태에서는 남을 돕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말씀하셨다. 화란 것은 내가 내지 않으려고 해서 안 내지는 것은 아니고 일단 올라오게 되어 있으나(일단 에너지늘 발생 하나) 통제를 하지 못하면 내가 그 에너지에 휩쓸려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설명을 듣고나니 수긍이 되었다.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였다. 어쩌면 옴 명상(AUM, Awareness Understanding Meditation, 네들란드 휴머니버시티에서 만든 다이나믹 명상의 일종)에 수차례 참가하면서 인간의 가장 원초직인 에너지가 분노(Angry)인데, AUM명상시 그 에너지를 제일 먼저 이끌어 내서 다른 감정, 상태로 변형해 가는 경험을 많이 하다보니, 감정(분노)의 에너지를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했었나 보다.
###전체적인 소감
'감수성 훈련' 프로그램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어쩌면 다른 곳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비슷할 거라는 생각에 참여를 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작년 말에 어떤 세미나에서 남코치님의 '감정'이란 주제의 강의를 듣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담가(심리치료사)가 아닌 코치가 진행하는 집단상담(편의상 이렇게 표현합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다. 차이가 좀 있을 것 같고 또 상담학을 전공하셨지만 오랫동안 코칭을 해오신 남 코치님의 진행은 좀 다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달랐고, 많이 배웠고, 참여하기를 잘했다는 것이다. 또 참여하고 싶고, 다른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핵심적인 차이를 이야기 하자면 상담쪽에서 진행하는 집단상담은 치료적 접근을 많이 하는 편이고, 감수성 훈련은 소통에 포커싱되어 있었다. 내용적인 접근도 달랐지만 진행자의 진행방식과 태도도 치료사로서의 태도나 관점보다는 지지자(칭찬, 인정, 지지, 격려, 진심어린 조언)의 태도와 관점이었다. 그래서 인지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다. 바람으로 옷을 벗지는 것이 아니라 햇볕으로 스스로 옷을 벗게 하는 접근이랄까.
남 코치님과 박영선 코치님 두 분의 공동 진행(Co-Leader로서)은 미리 각본을 짜도 이렇게 하기 힘들 정도로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분간의 신뢰와 배려 그리고 존중이 깊이깊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신뢰와 배려와 존중의 태도는 그대로 우리 참가자에게도 적용되었고 우린 너무도 안전하고 신뢰받는 공간 속에서 마음을 활짝 열게 되었다. 이번 훈련의 성공요소는 프로그램의 구성도 좋았겠지만 두 분 진행자의 태도와 마음자세가 더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안전한 공간이고 지지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를 드러내고 한 발짝 더 사람들에게 들어갔다. 평소 나의 스타일 보다 약간 더 설치는(?) 셈이 되었는데,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재치있고, 유머스럽고, 잘 도와주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해 주었다. 따뜻하고 고마웠다. 내가 다른 데서도 이렇게 행동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어쩜 원래 그런 면이 있는 아이였는데 성장과정에서 많이 숨기고 억눌러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할 걸음 더 다가가자는 생각을 하였다.
이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우리는 '거울이 아니라 타인의 눈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을 알게 됨) 내가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도 발견하였다. 나를 보니 망설이고 재는 모습이 꽤 많아 보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기로 다짐해 본다.
재지 말자. 쫄지 말자. 치고 나가자. 용감해지자.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자. 진심을 담고 있으면 눈치 보거나 실수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 없다. 좀 더 다가 가자. 실수나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 해봐야 뭐가 잘 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머리로 배우려 하지 말고 하면서 배우자.
함께 했던 분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려 봅니다. 빨강머리앤님, 학촌님, 풍덩님, 보약님, 만해님, 고민좀님, 용인토박이님, 새미님, 개정판님, 신님, 씨앗님, 모니님, 농부님, 바다님, 유풍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유유
첫댓글 유유님! 잘지내고 계셨나요 ~? 유유님께서 많이 배우고 느끼셨다니 행복해요 ~~
저도 유유님 글로인해 더 배우고 가는기분이에요 ! 아참 !!! 유유님 ~~ 저도 떠올려주세요 ~ , ~ ♡ ㅋㅋㅋ
에쿠~ 풍덩님을 빠트렸네요. 풍덩~ 빠트리고 싶었나 봐요...ㅋㅋㅋ
@유유 유유님의 유머에 서운할뻔 했던 제 마음이 사르르....ㅋㅋㅋ 고마워요 !
아오~~~~
유유님!
제겐 진행 매뉴얼이 제대로 없었는데, 이렇게 매뉴얼을 만들어 주셨네요. ㅎㅎㅎ
잘 정리해서 쓰겠습니다.
이로써 유유님은 머리와 가슴을 함께 잘 쓰는 분임을 만방에 알리네요.
그리고, 한분한분의 후기에 댓글을 달았는데, 단 행동도, 그 내용도 감동입니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세심한 사랑, 배움과 훈련에 대한 끈기와 열의의 결정체라고 봅니다.
멋있어요!!!
ㅎ~ 유풍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습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소감을 정리하면서 <감수성 훈련>의 진행 과정을 제대로 정리한 건지, 의미는 제대로 파악한 건지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다행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좀 더 디테일하게 진행 장면(순간)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건 기억이 잘 안나서 못했습니다.
다음에 또 참가하게 되면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익히게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우아~ 마음만 부드럽게 흐르는 게 아니라, 글도 부드럽게 흐르네요. 내용 정리+소감을 같이 접하니 머리와 가슴이 함께 채워집니다. 멋진 자료, 퍼가도 되죠? 이 글에 '좋아요' 꾸욱! ^^
신님이 저의 별칭을 빗대어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좋은데요.^^
자료 퍼 가신다는 말에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혹시 보충할 게 생각나시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다시 감수성 훈련을 받는 듯 생생한 중계~~와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