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대폰 벨이 갑자기 울려 보니 김사장이다.
“물이 다 뒤집어졌는데 뭐하는거여..빨리 나와!”
“알았어 10분안에 갈게“
요 며칠 장마철이라 장대같은 폭우가 내려 한강물이 흙탕물이 되었다.
릴대와 장비를 대충 챙겨 자전거에 실었다.
내자전거는 뒤바퀴 안장 옆에 내모진 접이식 철사 망이
양쪽으로 달려있어 수월찮게 잡 물건이 많이 들어가는 짐차 다~~ㅎㅎ.
아파트 뒤 쪽길을 따라 내려가 그늘진 숲 속에서 썩은 나뭇잎을 헤치고
프라스틱 통에 말지렁이를 몇 마리를 집게로 잡아 넣고
고수부지로 내려와 반포대교 옆 서래섬으로 냈다 달렸다.
벌써 낚시대를 물속에 던져 놓고 자리 깔고 삥 둘러앉아
술판이 벌어 지고 있었다.
김사장을 중심으로 늦둥이, 떠벌이박, 물퍼, 귀털,총각,피아노,
남궁이, 한강 멤버들이 거의 다 와 있었다.
다들 한강에서 10년이 넘게 알고지내는 말 하지면 낚시 친구들이다.
50이 넘어서야 초등학생 고명 딸을 가진 늦둥이, 항상 말이 많은 떠벌이,
지하수 탐사 공사장에서 막일하는 물퍼,귀에 털이 삐져나온 귀털,
동양고속 정비사인 동양, 나이 50 넘도록 장가 못간 총각
피아노 조율사인 피아노,남궁이,등 각기 직업과 특징에다 별명을 불렀다.
나는 이사로 회사를 제대했다 해 최이사,
연대 상대 출신으로 변리사인 김사장,말발이 가장 세고 나이도
그중 한,두살 더 많아 김사장이 묵시적으로 오야붕 노릇을 하고 있다.
나는 얼른 닐대를 던져놓고 한자리 깔구 앉았다.
벌써 단골 메뉴인 탕수육과 두꺼비 빈병이 몇게 나 딩굴러져 있다.
김사장이 다시 휴대폰으로 주문을 한다. “여기 한강인데 탕수육 하나와
소주 두 개 더 가져와라! 생수 써비스 잊지말고!”
“많이들 잡았어?” “웬걸 떠벌이하고 귀털만 두어다마
(한다마가 장어 1센티 정도 굵기다)
한 마리씩 잡고 나머진 두꺼비만 잡고있어!.ㅎㅎ”
김사장이 벌써 혀가 꼬부라져 있다.
“아니 오늘같은 대목에 그것밖에 않되?.”
“누가 않이래! 프로인 내가 못잡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엔..ㅎㅎ”
“형님은 몇 일째 허당만 치면서 두꺼비만 잡고 있어” 하고
늦둥이가 한마디 한다.
“근데 왠 감자가 솥 체 이렇게 많이 있어?.
”응 물퍼가 시골에서 가져온 감자를 솥체 삶아 오토바이에 실고 왔어!“
“아니 요전에는 와이프 몰래 집에 있는 갈치 조림을
냄비 체 가져 오더니만 않 쫓겨 나고 또 솥체야?”
“왜이래 이번에는 와이프가 직접 삶아 줬다고“ 물퍼가 볼멘 소리를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전라도가 고향인 물퍼는
무엇이든 물 퍼주듯이 인심이 좋다.
그때 갑자기 릴 대에서 방울 소리가 요란하다.
떠벌이가 잽싸게 뛰어가 닐 대를 하늘 높이 쳐 올려 닐을 감기 시작했다.
“어이! 제법 묵직한 게 세다마는 족히 될 것 같은데?”
“십x 쓰레기들 때문에 올리기 더럽게 어렵네”
쓰레기 한 뭉치를 뒤집어 쓴 장어가 요동치며 올라 왔다.
“와앗다! 십만원 짜리다! 어이 김사장! 노량진에 빨리 전화해!”
노량진 시장 민물고기 집에서 명색이 자연산이라
한강 장어를 킬로에 칠,팔 만원씩에 사간다.
떠벌이가 깡통에든 땅강아지를 꺼내 낚시용 팬치로
앞 다리를 능숙하게 잘라 닐대 낚시 바늘에 꿴 다음 다시 강으로 던진다.
사당 시장에서 소규모 순대 공장을 하는 떠벌이는
우리들 중 가장 고기를 잘 낚는 꾼이며 순대 매상보다
고기 잡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미끼도 한남대교 건너 낚시 용품 집에서 마리당 팔 백원하는
땅강아지를 쓴다.
땅강아지는 전문 업자가 목장 옆 땅속에서 잡는데
구제역이 한창 돌때는 방역으로 귀해져 마리당 천원이 넘어가는 귀족 미끼다.
그 외 미끼는 길이가 한뼘이 족히 넘는 말지렁이 (보통 비온후
한강숲에서 잡는데 우리는 똥 지렁이라고 한다)나
물지렁이 사다 쓰는데 말지렁이는 10센티가 넘는
동물용 대바늘(볼펜대 끝을 불에 녹여 연결한다)로 대가리부터
꿰여 꼬리쪽 끝으로 나오게 해 10호용 바다 낚시 바늘로 연결해
꿰여 쓰는데 보통 기술로는 잘 되지 않는다.
나는 꿰는 법도 잘 모르고 대바늘도 없어 전문가인 떠벌이가 대신 해준다.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장어 장수가 왔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다들 많이 나오셨네요..”
“잔말 말고 얼른 이놈들 다 달아 봐!” 떠벌이가 세 마리 장어가 든 망태기를 건너준다.
“물때가 이렇게 좋은데 오늘도 이게 다 예요?”
“이거 왜이래? 마리 수는 적어도 다마는 어제보다 더 굵은 놈들이야!
오토바이 뒤에 실은 대형 프라스틱 통 속에서 능숙하게 저울을 꺼낸다.
“일 킬로하고 오백이네!” 하고 두말없이 샘을 치루고 행하니 가버린다.
떠벌이는 머릿속으로 오늘 술값을 대충 계산하고는
집에 갈때 나머지 돈은 같이 잡은 귀털과 마리수와 굵기에 따라 나눠 가진다.
어느듯 장마가 끝나 장어 철이 지나면
다시 붕어 떡밥낚시로 채비가 바뀐다.
어느 듯 가을철로 접어들면 전문 꾼들도
하나 둘 잠수를 타고 골수 꾼 몇 사람만 남는다.
첫댓글 선이님 낚시 즐겨하시나 봅니다.
이글 읽어 내려오면서 저도 머릿속으로 장어 몇마리 낚아 올렸습니다. ~~ ㅎㅎㅎ
좋은글 감사합니다.
요즈음 한강 낚시는 예전과 달리 고기가 잘 잡히질
않아 허탕 칠때가 많답니다!~
낚시꾼들도 많이 줄었지요!~
ㅎㅎㅎ..낚시를 하시는 장면이 눈에 훤하게 잘 묘사하여 주셨네요.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선이님은 하모니카로 물고기를 부르면 어떨실지? ^^
저 곳 본향으로 가신 분들도 계시고...
타지로 가신 분들도 계시네요.
ㅡ.ㅡ
종종 글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낚시로는 잘 않 잡히니
하모니카로 유인해 봐야겠네요!~
그렇습니다. 전국 각 도 사람, 각종 직업인들이 다 모였었답니다.~
그래서 더 각별하고 정이 깊었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