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진공관의 수명은 길다
입문자들 중에는 진공관이 소모품이고 따라서 이를 교체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진공관 앰프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공관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다. 30년 가까이 이런 저런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면서, 진공관을 갈아 본 기억은 불과 수차례에 불과하다. 그 수차례 중에서도 실수로 진공관을 깨뜨렸다거나(뜨겁게 달궈진 진공관은 땀 한방울이 떨어져도 파손될 수도 있다), 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서 고급관으로 교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바꿈질을 자주 하지 않는 주변 애호가들의 경우를 보면, 신품 구입후 3년 ~ 5년 후에야 진공관 교체를 고려하는 듯하다. 5년 후에도 교체하지 않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진공관의 수명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켜고 끄는 것을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자주 켜고 끄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비단 진공관 앰프 뿐아니라, 반도체 앰프를 포함하여 어떤 전자제품이건 통용되는 진리다. 켤 때와 끌 때는 전류가 갑자기 흐르거나 갑자기 끊기므로 부품들은 미세하나마 충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잠시 화장실에 가기 위해 앰프를 끄거나 한두 곡만을 듣기 위해 앰프를 켜는 일은 피하도록 하자. 한 번 켰으면 최소 30분 이상은 켜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껐을 때도 마찬가지) 기기의 수명에 큰 도움이 된다.
한편, 진공관은 품질의 편차가 매우 큰 부품이다. 제작사에 따른 가격 차이가 매우 크며, 같은 회사에서 만든 같은 형번의 진공관들이라도 차이가 작지 않다. 아주 저급한 진공관은 적당한 사용환경에서도 수명이 짧을 수 있고, 돌발적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몇 달간 음악을 잘 들었는데 갑자기 앰프에서 연기가 나면서 고장이 날 수도 있다. “불이다!” 라고 호들갑 떨지 말자. 진공관 앰프를 오래도록 사용하면서 이 진공관, 저 진공관을 경험하다보면, 특히 30~40년된 낡은 중고 앰프를 사용하다보면 대개 한두번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현상은 진공관으로 많은 전류가 흐르면서(진공관이 순간적으로 확 달아오른다) 앰프 내부에서 저항이나 캐패시터가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 때문에 스피커가 상하거나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런 고장은 전문점에서 어렵지 않게 수리가 가능하다.

진공관의 수명은 진공관 내부에 발라진 은회색의 게터의 상태로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선명하게 은회색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명하게 사라지거나 검은색으로 변색된다. 진공관의 수명은
메이커에 따른 구조의 차이나 진공관에 얼마나 높은 전압을 걸리는지, 또는 얼마나 자주 음악을 들었는지나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하므로 ‘몇 시간이다’라고 획일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무척 길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할 수 있다.
3. 진공관의 교체
비록 처음이라고 하더라도, 진공관을 교체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혹시 잘못 꼽아서 앰프가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하지는 말자. 진공관의 핀은 가운데 가이드가 있거나, 핀 배치를 비대칭으로 하여 오직 한 방향으로만 끼울 수 있지, 결코 잘못 끼울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즉, 같은 형번의 진공관을 구입하여 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고정 바이어스’ 방식의 진공관 앰프는, 진공관을 갈아 끼운 다음, 테스터나 표시창을 보면서 반고정 저항을 돌려 바이어스 전압을 맞춰 줘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한 번만 해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테스터가 없다면 하나 장만하도록 하자. 오디오하는 집에 테스터가 없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발매되는 대부분의 진공관 앰프는 ‘자동 또는 셀프 바이어스’ 방식이므로 그저 갈아 끼우는 것으로 끝이다.

더불어 1년에 단 한번이라도, 진공관을 뽑았다가 다시 꼽아주도록 하자. 진공관의 핀은 앰프의 소켓과 접촉하여 연결되므로 이물질이 끼어들거나 부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몇번 뽑았다 꼽았다 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청소가 된다. 이 때 진공관의 핀에 접점 개선제 같은 것을 발라주면 소리가 맑아지고 또렷해지는 등 소리를 개선시킬 수 있다. 고정식 바이어스 방식의 진공관 앰프라면 하나씩 뽑았다가 꼽아서 원래의 위치를 변경하지 않도록 하자. 물론 바이어스 조정을 다시 할 의향이라면, 출력관의 위치를 골고루 바꿔주는 것도 좋다.
만일 출력관이 네 개이고 그 중 하나가 고장이 나서 출력관을 교체할 때 하나만 바꿔도 괜찮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히 다른 메이커의 같은 형번 진공관을 써도 괜찮냐는 질문이다. 이 경우 앰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수 있다. 좌우에 다른 진공관이 꼽혀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소리도 좌우가 다른 것은 아닐까 하는 ‘찜찜함’만 견딜 수 있다면 실용상으론 문제가 없다.

만일 출력관들을 오래 사용했다면 나머지 세 개도 수명이 다했을 것이므로 함께 바꿔주는 것이 좋다. 보통 진공관 앰프는 두 개, 또는 네 개의 출력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은 조금 오르겠지만, 진공관을 측정하여 비슷한 것들을 추려놓은 ‘매치드 페어(2개씩 묶어 놓은 것)’, ‘매치드 쿼드(4개씩 묶어 놓은 것)’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