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리만큼 저평가된 영국 본 윌리엄스의 들꽃이란 모음곡이다. 이 곡은 그가 한 아가씨에게 사랑에 빠져 쓴 곡인데, 난 이곡을 들을 때마다 첫사랑을 따라 들판을 헤매던 소년 시절의 고향 풍경이 떠오른다.
https://youtu.be/SlJOdIoIz7I
본 윌리엄스의 비올라와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를 위한 Flos Campi(들꽃)는 20세기 모든 악기를 통틀어 가장 개성 넘치고 상상력이 풍부한 협주곡이다. 이 작품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는데 분위기와 작품 전체에 걸쳐 가사 없는 합창이 요구되는 독특한 구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작품은 1925년 본 윌리엄스가 왕립 음악 대학에서 공부할 때 한 젊은 여성에게 푹 빠졌을 때 작곡했는데 그는 그 여성을 무척 사랑했지만 깊은 관계는 맺지 않고 오랫동안 강렬한 에로틱한 감정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자 했던 그의 의도가 숨겨진 작품이다.
솔로몬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답게 곡은 분명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허황된 분위기가 아니라 부드러운 애무와 열정적인 포옹과 같은 육체적인 욕망을 의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윌리엄스는 그녀와의 에로틱한 사랑을 표현했다.
랄프 본 윌리엄스의 들꽃(Flos Campi)은 솔로 비올라, 가사 없는 혼성 합창단(SATB), 그리고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6악장 모음곡이다. 구약성서의 아가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몽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이 곡은 1925년에 작곡되었으며 비올라의 애수 어린 독주를 중심으로 합창단이 악기처럼 가사 없이 허밍 등으로만 참여하여 신비로운 분위기의 풍경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느끼는 음악의 기묘한 소리는 악기와 보컬의 이질적인 조합에서 기인한다. 독주 비올라, 현악기를 제외한 모든 악기가 하나씩 있는, 사실상 실내악 앙상블에 가까운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26명 이하의 소규모 무 가사 합창단의 조합이다. 이 곡에서 독주악기로 등장하는 비올라는 본 윌리엄스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 중 하나였으며, 그의 오케스트라 악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비올라 독주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서 비올라는 장미의 목소리Vox Floris일까? 만약 그렇다면 비올라처럼 열정적이고 애절하게, 그리고 간절히 그리워하며 노래하지만 가사가 없는 진짜 목소리는 무엇일까? 독주든 합창이든, 가사 없는 인간의 목소리에는 항상 모호함이 존재한다.
랄프 본 윌리엄스(1872-1958)는 젊은 시절 옛 튜더 왕조 시대의 민요에 관심이 있었다. 그 시대의 민요 스타일의 특징인 기존의 전통적인 장단조의 조성 음악 틀에서 벗어나 중세 교회 선법이나 현대 재즈 등 다양한 음계와 화음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모달화성(선법화성)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단순한 리듬과 독창적이고 투명한 대위법적 성부 진행, 그리고 명확한 멜로디는 그의 독창적인 음악적 표현의 기반이 되었으며, 이는 20세기 전반 유럽 음악의 다성 음악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품 Flos Campi(들꽃)는 매우 독특한 곡으로 인간의 목소리가 작품에 기묘하고 따뜻한 매력을 더하여 비올라의 어두운 음색과 조화를 이룬다.
구약 성경 아가서의 짧은 구절에서 각 악장의 이름을 가져와 작품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솔로몬 왕의 불멸의 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곡을 들으면 떨리는 마음의 내밀한 고백임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올라 독주 파트의 구성에서도 핵심적인 주제이며 음악의 열정적인 표현과 내면의 긴장감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들꽃」이라는 뜻의 플로스 캄피(Flos Campi)는 음악의 장르를 분류하기 어렵다. 비올라 독주, 소규모 합창단,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이란 부제가 붙어 있지만 합창곡도 아니고 비올라 협주곡도 아니다.
곡 전체에 걸쳐 가사가 없는 합창은 또 다른 악기처럼 사용되며 비올라는 기교적인 파트가 있지만 악기들 중 하나의 음색으로 존재한다.
이 곡은 1925년에 작곡되어 런던에서 초연되었는데 본 윌리엄스의 친구인 헨리 우드 경이 지휘했다. 곡의 6개 악장들 모두 솔로몬의 노래에서 발췌한 라틴어 구절로 된 제목은 성경 구절이긴 하지만 사실은 관능적인 사랑 노래로 솔로몬 왕궁을 떠올리게 하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음악 전체에 흐른다.
아래의 각 악장에 인용되는 구약 아가서의 인용구들은 음악이 무엇을 불러일으키거나 암시하는지에 대해 아주 모호한 암시만을 제공할 뿐이다. 제목조차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제1악장: Lento
Sicut lilium inter spinas, sic amica mea inter filias... Fulcite me floribus, stipate me malis, quia amore langueo. 가시덤불 속의 백합처럼 내 사랑 그대는 딸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도다... 그대는 꽃으로 나를 위로해주고 사과로 내 생기를 돋우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므로 병이 생겼음이라. (아가 2:2, 2:5)
제2악장: Andante con moto
Jam enim hiems transiit, imber abiit et recessit. Flores apparuerunt in terra nostra, tempus putationis advenit; vox turturis audita est in terra nostra. 겨울이 지나니 비도 그쳤다. 대지엔 꽃이 피었고 새들이 노래할 때가 되어 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리는구나. (아가 2:11~12)
제3악장: Lento-Allegro moderato
Quaesivi quem diligit anima mea; quaesivi illum, et non inveni... Adjuro vos, filiae Jerusalem, si inveneritis dilectum meum, ut nuntietis ei quia amore langueo... Quo abiit dilectus tuus, o pulcherrima mulierum? Quo declinavit dilectus tuus? et quaeremus eum tecum. 내 영혼이 사랑하는 그녀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도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너희가 내 사랑하는 그녀를 찾거든 내가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해다오... 여인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여, 내가 사랑하는 여인은 어디로 갔느냐? 내가 사랑하는 그대가 어디로 돌아갔느냐? 우리가 함께 그대를 찾으리라. (아가 3:1, 5:8, 6:1)
제4악장: Moderato alla marcia
En lectulum Salomonis sexaginta fortes ambiunt... omnes tenentes gladios, et ad bella doctissimi. 보라, 용사 60명이 솔로몬의 가마를 에워싸고 있도다... 모두 칼을 들고 있으며 전쟁에 매우 능숙한 자들이로다. (아가 3:7~8)
제5악장: Andante quasi lento
Revertere, revertere Sulamitis! Revertere, revertere ut intueamur te... Quam pulchri sunt gressus tui in calceamentis, filia principis. 돌아오라, 돌아오라, 술람미 여인이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우리가 그대를 볼 수 있도록... 오, 귀한 자의 딸이여, 샌들을 신은 그대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가 6:13, 7:1)
제6악장: Moderato tranquillo
Pone me ut signaculum super cor tuum, ut signaculum super brachium tuum; quia fortis est ut mors dilectio. 나를 도장처럼 간직해라 그대의 마음속에, 그대의 팔에 도장처럼 새겨라.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도다. (아가 8:6)
-배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