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록학교 실체의 주인공이자
제가 제일 존경 하옵는 상록수의 작가 심훈 선생의 광복절을 맞아 오늘의 시한편을
소개 합니다.
그날이 오면
【시 전문】- 심훈(沈薰)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1930. 3. 1) -
【해설】
작품집 <그날이 오면>(1949)의 표제시인 이 시는 제일고보에 재학 중 3ㆍ1 운동에 참가, 진두지휘를 하다가 투옥된 바 있는 심훈의 투철한 현실 인식과 애국심을 집대성한 걸작으로 이육사의 <절정>과 함께 30년대를 대표하는 저항시의 하나이다.
이 시는 일제 강점기에 나온 저항시로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시인의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과 조국 광복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게 드러나는 시이다.
일제하 저항시의 계보를 보면, 경술국치 당시 황현의 절명시로부터 1920년대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30년대 심훈의 <그 날이 오면>, 그리고 일제 말기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를 꼽을 수 있다. 이 시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해방의 그 날에 대한 열망이 직접적으로 표출된 시이다. 해방의 그 날이 오면, 시인 자신의 육체를 환희의 제물로 삼아 머리로 종로의 인경을 두들기고 가죽으로 북을 만들어 치며 행렬의 앞장을 서겠다는 단순하고 격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는 격렬한 감정에 휩싸여 시적 균형성을 잃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민족 해방을 향한 강렬한 애국적 열정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어느 시인보다도 뜨겁게 느껴진다.
이 시는 대응하는 두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연이 '그 날이 오면'이라는 가정적 미래로 시작하는 대신 제2연은 '그 날이 와서'의 가정적 현재로 되어 있음에 유의하자. 한편 제1연의 '삼각산'이 제2연에서 '육조'로 변화되고, 제1연의 '인경'이 제2연에서 '북'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나 제1연에서 제2연으로 넘어가면서 시상이 크게 진전되지는 않는다.
【개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저항시
▶성격 : 저항적, 의지적, 낭만적, 격정적, 직접적, 희생적, 역동적
▶어조 : 절절한 호소와 강인한 의지가 담긴 격정적 어조
▶심상 : 시각적, 청각적 심상
▶어조 : 남성적 어조, 의기가 넘치는 강건한 어조, 호소력 있는 어조
▶표현상의 특징 :
- 미래지향적, 극한적인 시어 사용.
-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극한적인 시어의 사용
- 경어의 종결 어법
- 비유를 통해 자기희생의 의미를 강조하였다.
- 의인화와 과장의 수법으로 그날에 대한 열망을 표현
- 반복의 기교로 억제할 수 없는 격정적 감정 표현
▶제재 : 광복의 그 날
▶주제 :
- 광복의 그 날을 염원하는 간곡한 절규
- 조국 광복에의 간절한 염원
▶출전 : 1930년대 발표, 유고시 수필집 <그 날이 오면>(1949)
【구성】- 병렬식 구성
▶제1연 : 그 날이 오면 죽어도 한이 없음.
▶제2연 : 그 날이 와서 기쁨의 우렁찬 소리를 듣기만 하면 당장 죽어도 원이 없음.
【어휘ㆍ시어 풀이】
<하량이면> : 한다면(가정). 할 양이면
<인경(人磬)> : 통행 금지를 알리기 위해 설치해서 치던 큰 종. 인정(人定).
<육조(六曹)> : 옛날 조정의 여섯 관아(官衙)를 말하는 것으로 표면적으로 궁궐을 지칭하며, 심층적으로는 잃어버린 나라를 말한다.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 광복의 감격과 기쁨을 이기지 못해 조국 산천도 살아 꿈틀거릴 듯하다는 뜻이다. 의인화한 표현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 이 구절은 상원사 동종(銅鍾)에 얽힌 전설을 차용한 것으로 자신의 희생을 통해 '새날'이 밝아 오고 있음을 알리겠다는 비장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드는 칼로∼들처메고는'과 의미상 대구를 이룬다.
<드는 칼로 이 가죽이라도 벗겨서> : 광복의 기쁨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과 고통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희생정신을 표현한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