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동77계단
목포의 송도는 소나무가 많은 작은 섬이었다. 합방된 1910년 일제는 소나무를 모두 베고 벚나무를 심고 신사를 세웠다. 그 뒤 주변지역의 매립으로 육지와 이어졌다. 해방 뒤 신사는 허물어지고 산동네가 되어 지금의 송도마을로 이어지고 있다. 남은 것은 제국 신사를 오르던 근엄한 77계단이다.
이른 아침 찾은 송도마을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하늘로 곧장 뻗은 77계단보다, 거기 놓은 보행자용 난간보다, 3평 남짓 되는 집과 한 간 집이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작은 집을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180센티미터의 내 머리가 닿을 정도의 천정을 가진 집도 있었다. 일본의 집들이 좁긴해도, 한 간 집, 세 평 집이라니. 최소의 것만을 가진 삶이 빈한 보다 극한의 절제로 다가왔다. 이곳에 살려면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는 듯. 과거가 되어버린 동네. 하지만 계단을 내려온 할머니 한 분은 평생을 이곳에 깃들어 사셨고, 그래서인지 작은 새처럼 인사를 했다.
내 부피가 콘크리트와 잡동사니로 엉킨 산처럼 느껴졌다.
골목 모퉁이에 시멘트를 바르고 화분에 심긴 다알리아를 음각한 그림이 보였다. 화분 놓을 수도 없는 곳에도 생명을 키워야 한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