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최용현(수필가)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년)’는 살인현장을 목격한 두 남자가 갱스터들의 추적을 피해 여장(女裝)을 하고 여자공연단에 들어가서 벌이는 코믹한 소동을 그린 코미디 로맨스영화로, 거장 빌리 와일더 감독이 각본과 제작, 감독까지 맡았다. 여장남자의 티가 덜나게 보이려고 일부러 흑백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마릴린 먼로와 잭 레먼은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상상을 받았다. 2000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한 코미디영화에서 1위를, 2017년 BBC가 52개국 253명의 영화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코미디영화 1위를 차지했다.
금주법 시대인 1929년 시카고, 단속을 피해 관(棺) 속에 밀주(密酒)를 숨겨 운반하던 스패츠 갱단을 뒤쫓던 FBI는 이들이 들어간 주점을 불심검문한다. 이때 무희들의 춤에 맞춰 연주를 하고 있던 색소폰연주자인 조(토니 커티스 扮)와 베이스연주자인 제리(잭 레먼 扮)는 도망치다가 주차장에서 스패츠 일당이 자신들을 FBI에 밀고한 찰리 일당을 무자비하게 사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두 사람은 얼굴이 노출되는 바람에 총을 쏘며 추적하는 스패츠 일당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같은 방을 쓰던 두 사람은 빚에 쪼들리고 있던 형편이라 새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스패츠 갱단 때문에 그 악단에는 복귀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여성순회공연단에서 여성 색소폰연주자와 베이스연주자를 찾고 있었다.
스패츠 일당을 피해 시카고를 무사히 빠져나가는 방법은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떠나는 여성순회공연단에 들어가는 길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여자로 변장하여 단장의 오디션을 통과하고 여성단원들과 함께 마이애미 행 열차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조와 제리는 각각 조세핀과 다프네라는 이름을 쓰면서 여성단원들과 함께 꿈같은 새 생활을 시작한다.
조는 악단의 리드싱어인 슈가(마릴린 먼로 扮)에게 홀딱 반한다. 술을 좋아하는 슈가의 허벅지 벨트에 끼워져 있던 휴대용 위스키가 연습 중에 바닥에 떨어지는데, 이미 두 번이나 들킨 슈가는 한 번만 더 들키면 악단에서 쫓겨날 처지였다. 이때 조가 자신이 떨어뜨렸다고 하면서 위기를 모면한 슈가는 조를 가장 믿음직한 친구로 생각한다.
슈가는 남자 색소폰연주자만 보면 사랑에 빠졌다가 헤어지는 징크스가 있다. 그 결과 악단을 여섯 군데나 옮겨 다니다가 여성순회공연단에 오게 된 것인데, 슈가는 이것이 자신의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슈가가 이 악단에 오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겨울에 따뜻한 플로리다로 몰려오는 백만장자들 중에서 한 사람을 잡기 위해서이다.
마이애미에 도착한 여성단원들이 숙소인 호텔에 오자, 제리의 미모에 반한 늙은 백만장자 필딩3세(조 E. 브라운 扮)가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구애를 한다. 제리는 그 남자와 식사를 하더니 초고속으로 약혼까지 한다. 놀라는 조에게 제리는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이혼해서 위자료를 챙길 거야.’ 하고 말한다. 조는 남자와 남자의 결혼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깨워주는데, 그러자 제리는 크게 낙담한다.
한편, 선장 제복을 입수한 조는 쉘 석유회사의 사장으로 변신하여 슈가를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이날 밤 제리가 필딩3세를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조가 필딩3세의 호화요트에서 슈가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조는 슈가의 백치미를 이용하여 재미를 보려고 자신에게 불감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러자 슈가는 조의 반응을 살피며 열렬히 키스를 퍼붓는다.
며칠 후, 조와 제리는 이 호텔에서 열리는 갱단회의에 참석하러 온 스패츠 일당과 마주치게 되면서 다시 쫓고 쫓기는 대소동이 일어나는데, 조는 슈가에게 남미로 떠난다며 이별전화를 한다. 슬픔에 빠진 슈가가 단상에서 애절하게 노래 부르는 것을 본 조가 그녀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자, 그때서야 슈가는 조의 정체를 알게 된다.
조와 제리는 요트를 타고 도망칠 계획을 세우는데, 제리가 필딩3세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하러가자고 말한다. 조와 제리가 필딩3세의 요트를 탈 때, 슈가도 조의 뒤를 따라와서 요트에 오른다. 요트가 출발하고, 필딩3세는 제리에게 결혼이야기를 꺼낸다. 제리는 자신은 금발도 아니고, 과거가 문란한데다, 아이도 낳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필딩3세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제리가 가발을 벗어던지며 자신이 남자라고 밝히는데, 필딩3세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답을 남기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아무도 완벽한 사람은 없어(Well, nobody’s perfect).’
이 엔딩 대사는 AFI 선정 100대 영화의 명대사 중에서 48위를 차지하였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마릴린 먼로의 백치미에 두 여장남자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해프닝과 로맨스를 담은, 시대를 초월한 걸작코미디 영화이다. 두 남자는 얼굴화장을 하고 금발 가발을 쓰고 가슴과 엉덩이에 패드를 넣은 뒤 종아리를 깨끗이 면도하는 등 3시간에 걸친 작업으로 여자로 변신하는데, 마지막엔 무성영화시대 여배우들이 입던 드레스를 재활용한 원피스를 입었다.
마릴린 먼로에게 여주인공 슈가 역을 맡아달라고 제의를 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백치미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거부했었다. 그러나 당시 남편인 아서 밀러의 격려와, 출연료 외에 영화 수익금의 10%를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제안이 있어서 결국 캐스팅에 응했다. 마릴린 먼로는 이 역할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평생 본인이 벗어나고 싶어 하던 백치미 역할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첫댓글 토니커티스의 변신에 놀람.
이목구비가 이쁘게 생겼지요.ㅎ
한참동안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