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남해안에 폭우를 뿌린다는 7월의 마지막 날, 한반도 남쪽항구는 잿빛 먹구름이 머리위에 내려와
있고 많이 무덥습니다
부산의 유명 해수욕장을 채운 나신의 청춘들이야 비가 오든말든 최고의 계절이지만 젖꼭지가 배꼽까지
처지고 똥배가 남산만한 몰골로 이제 그런 풍광과는 영 멀어진 이 노인에게는 그저 많이 덥기만 합니다
제가 이 창백하고 푸른 별 지구에 주민등록을 한 이후 벌써 67년째 여름이지만 어느 한해라도 덥지않은
기억이 없으니 투정을 부린들 아무 소용이 없은즉, 여름을 덥게 만드신 조물주의 깊은 뜻을 겸허히 존중
할 뿐입니다
우리 아름다운 5060 식솔들께서는 절정의 이 여름을 모두 어찌 견디고 계시는지요..
밥세끼의 지겨움을 벗지 못하고 여즉도 모이를 찾아 참새처럼 배회타가 오랜만에 인사올리오며 지금은
일요일이건만 일찍 행상길에 나섰다가 후덥지근함에 잠시 가로수 그늘 아래서 귀신들아 내 잡아가소로
퍼져있습니다ㅎ
더해서, 오늘이 7월의 마지막이라 점심으로 보신이나 하자싶어 똘똘하고 돈많은 후배들에게 연락을 해
보니 전부 제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휴가중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옵니다..
때는 바야흐로 휴가철이언마는 어제가 오늘과 다르지않고 내일도 오늘과 별시리 다르지않을 이 연식의
초라한 백수는 계절 가는 줄을 모릅니다
여의치않은 세태를 욕하며 스스로의 허망함을 위로차 하릴없이 라디오 가요프로를 이리저리 돌리자니..
패티김 할머니의 불후의 명곡,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이별' 이 흐릅니다
몇만년전, 호모 사피엔스가 이 지구에 나타난 이래로 큐피트의 화살 오조준으로 사랑하는 연인간의 가슴
아픈 이별은 도대체 얼마나 많았을런지요마는..
이별, 그 애잔한 단어를 주절이며 털없는 두상의 땀을 훔치고 시답잖은 몇줄 앞뒤없이 나열해봅니다
이별도 사람의 일이라 여러 종류의 형태가 존재할 것인데 연인간의 이별도 당사자들에게는 목숨까지도
버릴 정도로 실로 슬픈 사단이기는 하나, 언젠가 이 지구를 떠나야하는 유한한 인간이란 동물의 진정한
이별은 죽음이 함께하는 영원한 이별이 아닐런지요
땅이 꺼지고 하늘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불효만 남은 부모와의 이별, 차마 거론하기도 어려우나 부모
보다 자식이 먼저 떠나는 참척의 슬픈 이별..
그런데, 모자라는 제가 패티김의 노래를 들으며 뜬금없이 문득 떠오른 것은 부모와의 이별, 자식을 먼저
보내는 참척의 아픔에 이어 만약, 동생들이 나보다 먼저 떠나면 내가 그걸 어찌 받아들이고 무릇 감당이
될 것인가.. 하는 동생들과의 영원한 이별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올 때는 당연 순서가 있었으나 이제 4남매가 모두 60줄에 들었으니 인생사 섭리상 어쩔 수
없이 갈 때는 순서가 없지 않겠느냐 하는, 남의 지갑 여는데만 눈 충혈되어 천방지축으로 사느라 지금껏
한번도 생각해보지않은 불안감이 쓰나미로 밀려왔습니다, 저도 철이 드는 건지요..
이런 저의 불안감은 제 짧은 세상지식에서도 젊은 날 읽은, 젊은 나이에 형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그린, 동생을 땅에 묻고 돌아온 뒤의 박목월 선생의 시 '하관' 에서 그 절정
을 만납니다
'관이 내렸다..
깊은 가슴 안에 밧줄로 달아내리듯
나는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하직했다..
그 후로 그를 꿈에서 만났다
턱이 긴 얼굴이 나를 돌아보고
형님!
불렀다..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질을 하고
형님!
부르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내 목소리는 미치지 못하는
다만 여기는 열매가 떨어지면
툭 하는 소리가 들리는 세상..'
구름에 달가듯 산 시인의 고향은 경주 건천.. 신라천년 고도 경주는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철 붐비는 길
로 저처럼 밥세끼로 허덕이는 날품꾼들은 시내로 가는 길을 외곽으로 우회해 건천읍으로 더러 다닙니다
저는 그 어른의 시가 좋아 황남빵을 우물이며 일부러 지나치기도 하고요
며칠전 포항 행상길에 스친, 입구에 주차장 몇개가 그려진 시인의 생가마을에도 여름이 한창이었습니다
'너는 어디로 갔느냐.. 그 어질고 안스럽고 다정한 눈질을 하고..'
부족한 저이지만 오늘은 만사를 미루고, 해가 바뀌어도 전화 한통없는 괘씸한 것들이기는 하나 물건너
멀리 사는 동생들에게 전화라도 해야겠습니다, 혹여 나중에 후회라도 덜 할래면요~
그러나 이 또한 저의 교활하고 천박한 이기심임을 숨길 수야 없습니다마는..
첫댓글 잘읽고 갑니다.
세상사 내공이 만만찮은 분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아름다운 5060에서 선별
을 한다는 게 실로 큰일일 것인데 쉽지않은
수고하심에 인사올립니다
형제애에 대한 뜨거운 그리움
이별에 대한 애뜻함등
많은것을 생각하는 글..잘 읽고 갑니다
제 뜻과는 상관없이 4남매의 맏이로 세상에
왔으나 제대로된 효도나 형과 오빠로서 그럴
듯한 선물 하나 못한 무능력자입니다
목월선생의 이 시는 고등학교때 중간고사용
으로 외웠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뜻을
압니다ㅎ
구봉님의 '너는 어디로 갔느냐?" 감명깊게 잘읽었습니다
경주에는 박목월 선생님하고 박두진이든가요 시비들이 길가나 공원에 세워 진걸로
알고 있습니다
술술나가는 문체가 아주 유려합니다 특히 박목월님의 형재애에 대하여 의미있는 글을 올리시셨군요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먹고살만 하니 지자체에서
지역의 웬만한 문인이면 기념관은 구비가
되어있습디다.. 이제 저도 어린 나이는 아닌데
대시인의 시를 빌려서야 세상이치를 이해합니다
해가 바뀌어도 전화 없는 그들을 탓하는 저야 말로 모자라고
부족해서 이러는가 싶습니다
원망도 않고 기다리지도 않고 잘만 살던데
왜 나만 전화에 원망하는지요
그래서 저도 잊고 저대로 잘 살다 몰래 죽으려 합니다 ㅎㅎ
구봉님 오랜만입니다
원체 버릇없는 제 동생들이라 안부는 기대도
않습니다만 잘못 가르친 제 죄도 크기에 먼저
연락을 합니다.. 여기 잡글을 올리고보니 상금
을 노리고 온 흑심이 밝게 드러나는지라 얼굴
붉어집니다ㅎ
누구나 한번 쯤 가져보는 생각들이겠습니다.
편하면서도 공간이 가는 글이라서 추천올립니다.^^
동생들도 나이를 먹고 힘겹게 세상을
버티어내느라 마음뿐이고 왕래는 거의
없습니다.. 더구나 동생 셋이 모두 외국
에 살아 그 공간의 제약도 심하지요
제가 떠날 때나 볼래남요ㅎ
인터넷상에 장문 올라오면 집중력이 약해서 왠
만큼 잘 쓴 글 아니고는 대충 보는데요.
긴장하고 끝까지 읽었어요.
거침없이 냉소가 장난이 아니네요.^^
(많이 배우고 감사의 마음을 놓고 갑니다)
연설과 여자치마는 짧은 게 좋다는 인간사
진리도 여전히 생생합니다만 요즘은 인터넷
의 쓰잘 데없는 장문도 실로 공해입지요
댓글한줄도 중노동인 제가 되잖은 잡설로
눈을 어지럽힙니다.. 고맙습니다
부모를 잃으면 고아
배우자를 잃으면
불리우는 단어가 있는데
자식 같은 분을 잃으면
깊은 가슴에 밧줄로 받아내리는 일보다
더 한
할 말이 없은 슬픔
참척이란 걸
구봉님 글을 통하여
또식자를 배웁니다 ㆍ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도 있듯
전화 하셨으리라 보고
오랜만이라 더욱 반갑습니다ㆍ
진부한 표현으로 눈코 뜰 새없이 바쁘실
시기에 나비처럼 날아와 한침을 주시니
실로 망극하옵니다ㅎ 형만한 아우없다는
격언은 형은 그래야한다는 당위의 가르침
혹은 세상의 압력입지요..
구름에 달 가듯이
바람에 구봉님 소식 오듯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참척의 슬픈 이별은 행여라도
생각지 마옵소서.
초록 지구별을 떠날 때 까지
바랑 속에 숨은 사연들도
들추지 않아서 좋은 세월입니다.
만만찮은 속세를 살아내면서 누구나 앞앞이
다 말못할 바랑속의 사연 한둘은 품고 있겠
습니다만 입가벼운 저는 경중을 모르고 조잘
댑니다..참 오랜만에 인사올리는데 가출한
처지같아 민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