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개봉된 영화 Cast Away 에서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 할 수 있는 톰 행크스는,
항공택배회사 페덱스의 직원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이 바다를 표류하고 무인도에서 지내고
구출되는 과정이 그려진 총 2시간 30분의
상영시간중, 70여분 동안, 페덱스 상자는 주인공과 함께
자연스럽게 영화에 등장하게 되는데요,
게다가
무인도에서 구조된 주인공이 우편물을 잊지 않고 고객에게 배달함으로써 단순히 페덱스라는 브랜드가 노출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페덱스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메시지가 전세계 관객들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죠.
이처럼
영화, TV 드라마, 뮤직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 등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속에 기업의 제품을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의식, 무의식적으로 자사 제품을 광고하는 것,
이를 PPL, Product Placement라고 합니다.
PPL은 원래 영화 제작시 소품담당자가 영화에 사용할 소품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이르는 말이었는데요,
이제는 기업의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PPL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에 등장한 m&m 초콜릿입니다.
이
초콜릿 캔디는 ET와 지구의 어린이들을 이어 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데요, 영화개봉 3개월만에 매출이
66%나 늘어, PPL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007 시리즈의 본드카로 등장하는 BMW, 포레스트 검프의 나이키 운동화, 맨인블랙의 레이밴
선글라스, 아이엠샘의 스타벅스 등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애용품과 직장 등으로 등장하여 전세계
관중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91년
'결혼 이야기'란 영화에 삼성전자 제품이 혼수용품으로 등장한 것에서 PPL이 시작되었는데요, 특히 한국의 첫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쉬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의 음성 메시지가
나오기 직전, "SK텔레콤 소리샘입니다"라는 음성 노출은
국내에서 PPL이 효과를 거둔 첫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자, 이러한
PPL과 같은 새로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툴이 등장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TV 광고 위주의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툴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죠. 전통 매체를 통한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홍보 메시지에 대한 불신이 증대하고,
TV 광고의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면서 대중매체를 이용한 마케팅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미 제한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또
광고를 건너뛰며 시청할 수 있는 DVR (Digital Video Recorder) 제품이 확산됨에
따라 TV광고량이 2007년에는 현재의 1/4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해외 선진기업들은
이런 'Post Mass Media 시기'에 대비하여
대중매체의 한계를 극복할만한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툴을 적극 개발하게 되었는데요,
그중
기업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것이 PPL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PPL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에 집중한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는 시청자들이 광고의 홍수 속에서 느끼던 심리적 거부감과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PPL은 비용 대비 노출 효과가 크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일반적으로 TV 광고가 제작비와 매체비를
합쳐 5~6개월간 약 2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제품을 드라마에 삽입하면 수천만원에서 1~2억원 정도의 비용으로
고객 접근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중사가 초코파이를 먹는 장면은, 단돈 100만원으로
상당한 매출 효과를 거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죠.
한편
영화를 활용한 PPL은 영화 관객 뿐 아니라 비디오,
케이블 TV, 공중파 방송 등 2차, 3차에 걸친 후속 시장을 통해 고객과의 접촉률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PPL을 위해서는 컨텐츠 기획부터 비디오, 케이블 TV 등 2차
파급 단계까지 전략적으로 계획하여 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BMW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Z3 모델 홍보를 위해 개봉 전부터 백화점, 영화관 등에 전시하고 길거리에서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하는 로드 쇼를 실시해서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합니다. 한편,
좋은 PPL은 영화나 드라마상에서 자연스럽게 응용될 수 있으며 시청자에게도 거부감 없이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어야 하는데요, 너무 노골적이거나 억지스러운
PPL은 오히려 광고로만 받아들이는 역효과가 날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PPL은 어디까지나 간접광고의 한 형태이지 만능해결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중매체 위주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롭고 독특한 툴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비용 대비 효과나 참신성 등을 고려하여 한가지 방법에 치중하기 보다 다양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