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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자 배워야 하나?
(우리나라의 한자교육문제를 생각해본다) 복사골문화센타 한문강사 지용선
한자교육문제는 지난 50년간 수많은 논란을 계속해왔으나, 아직도 결론을 못낸 문제다. 결국엔 대학생도 교과서를 잘 못 읽는 등 한자교육을 등한시한 폐해가 있자 이제야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한자급수시험이 붐을 이루고 있으며 학생들은 한자 습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자급수중심의 교육방식은 여러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현재 10여 단체에서 시행하는 한자능력시험으로 인하여 학부모들이 많은 과외비와 응시료를 지출(한자능력시험으로 년 간 수 백 억의 비용이 지출됨)하고 있으며, 대학교에서도 학생을 상대로 한자 시험을 보면서 응시료(숙대에서도 숙대생을 상대로 한자시험을 보면서 4-7만원의 응시료를 받았음)수입을 올리고 있고, 교육당국은 초중고의 국어교과서에서 한자를 제외시키므로 한자능력자격증 제도를 만들도록 조장한 결과가 되었다. 이에 나는 중등교육만 받아도 1800자 정도를 배우게 되어 한자급수 시험이 필요 없도록, 조속히 제대로 된 국어속의 한자교육 시행을 촉구 하면서, 한자혼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우리 國語에서 漢字는 무엇이며 한자를 없앨 수 있는가?
먼저 ‘漢字’와 ‘漢字語’와 ‘漢文’의 뜻부터 알아보자. 우리말을 풀이한 책이 ‘國語辭典’이라면 국어사전에 수록된 단어가 우리말이 아니겠는가. 국어사전에 수록된 어휘의 2/3가 한자어다. 한자어는 한자가 근원인 낱말이므로 한자와 한자어는 당연히 국어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보아야 한다. 반면에 한문은 한자로 된 문장(古韓語)을 말하므로 국어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한문과 한자어는 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 ‘漢字’와 ‘漢字語’는 ‘國語’ 이고, ‘漢文’은 ‘古代韓語’ 이기 때문이다.
한자는 우리가 만든 것도 있고, 상당수는 우리선조인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한자는 중국글자를 빌려서 쓴 것이다. 그러나 몇 천 년을 써왔으니 우리글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는가. 찌아찌아족이 쓰는 한글이 우리말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學́校’를 xuexiào(쉬에시아오)라고 발음하면 중국어가 될지 몰라도 ‘학교’라고 발음 한다면 단연 우리말인 것이며, ‘東西’를 dōngxī(똥시)라고 발음 한다면 중국어가 되겠지만 ‘동서’라고 발음 한다면 우리국어가 되는 것이요, ‘鳥’를 nio(니야오)라고 읽으면 중국어이고, ‘조’라고 읽으면 한국말이다. 오직 우리만이 그렇게 발음하기 때문이며, 수 천 년 동안 우리가 써온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5만여 자의 한자의 우리말발음은 총 490어에 이르지만 중국어 발음은 410개가량으로 입성(ㄱ,ㄹ.ㅂ받침)이 소멸 되었다. 康熙字典(1716년발행)의 反切法((초성+중성종성)형식의 발음기호)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발음이 옛 발음을 거의 그대로 유지함을 알 수 있다.
몇 자만 살펴보자. 「和 : hé̀(허:현재의 중국어 발음). 戶戈切(화:강희자전의 발음)」. 「八 : bā(빠). 布拔切(팔)」. 「人 : rén(런). 如鄰切(인)」. 「學 : xué(쉬에). 胡覺切(학)」. 「如 : rú(루). 人余切(여)」 와 같이 중국내에선 변화된 음을 우리는 唐나라, 靑나라시대의 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우리가 얼마나 잘 지켜온 글인가.
우리 국어의 70%가 한자어인데 한글전용론자 들은 한자어가 우리글이 아니므로 쓰지 말자고 하며, 한자어를 한글발음으로만 쓰거나, 아니면 순수우리말로 바꾸어 쓰자고 한다.
漢字語의 단독어는 전체 어휘의 20%가 되지 못하며, 80% 以上이 異意同音語라고 한다. 그럼에도 한글전용론자들의 말에 따라 국어사전에서 한자를 없앤다고 가정한다면, 그 많은 동음이의어(한글학회국어사전엔 22,983개(25%)의 동음이의어가 수록됨)는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가?
‘連戰連敗’와 ‘連戰連覇’, ‘防火水’와 ‘放火犯’의 ‘방화’를 한글로만 표기한다면 뜻이 정반대가 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며, ‘門外漢’을 ‘無腦漢’으로 이해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한자가 삭제된 국어사전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방법은 어떠한가. ‘腎結石’은 ‘콩팥 돌 맺힘 병’. ‘心臟瓣膜症’은 ‘염통 오이씨막 제구실 못함 병’. ‘二等邊三角形’ ‘두 변이 같은 세모꼴’. ‘梨花女子大學校’은 ‘배꽃 계집 큰 배움 집’ 등이 될 터인데 어째 단어 같지가 않고, 낱말풀이가 되었으니 문장이 너무 번잡해지므로 사용하기에 알맞지 못하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역사 내내 한자를 우리글로 사용해 왔다. 그 결과로 선조들이 남겨주신 정신적 문화 기록유산의 거의 모두가 한자로 되어 있으며, 우리의 헌법은 한자의 도움 없이는 한 줄도 이해하기 힘 든다. 우리글의 겉모습은 한글이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 몸통은 한자인 것이 한자어다. 지금 우리가 쓰는 국어의 70%이상이 한자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어떻게 한자를 배우지 않고 한자어를 알 수 있겠는가?
2. 우리글은 한글이면 충분한가?
한글은 훌륭한 글이다. 과학적이며, 배우기 쉽고, 쓰기 쉽고, 무엇보다도 워드로 구현되는 한글의 수는 11,172개나 된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글은 오직 한글뿐이다. 단연 최고의 발명품, 표음문자의 왕자라 할 만하다.
이 ‘한글’은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는 글자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글을 12년 동안이나 배운 후에 대학에 입학했는데도 불구하고 교과서도 읽지 못하고, 부모님의 이름도 쓰지 못한다고 한다. (대학생의 20%가 자신의 성명을 못 쓰고, 80%가 부모의 성명을 못 쓴다고 한다.)
‘산토끼’의 반대말은 몇 개나 될까. (속말에 의하면, 바다 토끼. 판 토끼. 알칼리 토끼. 집토끼. 죽은 토끼. 끼토산 등 6개라고 한다.)
우리말의 ‘갈’과 ‘돌’은 무슨 뜻인가 (秋(갈 추), 之(갈 지), 耕(갈 경). 磨(갈 마)....... (石(돌 석), 朞(돌 기), 旋(돌 선)......)
우리 옛한글 용비어천가를 읽어보자. [불휘기픈남간바라매아니뮐쌔곶됴코여름하나니],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므로, 꽃이 좋게 피고 열매가 많습니다.]
다시 백년이 안 된 한글 춘향전(완판본)을 읽어보자 [슉종대왕직위초의셩덕이너부시사셩자셩손은계계승승하사 금고옥족은요슌시졀이요으관문물은우탕의버금이라] [肅宗大王 卽位初에 聖德이 넓으시사 聖子聖孫은 繼繼承承하사 金鼓玉笛은 堯舜時節이요 衣冠文物은 禹湯의버금이라.]
위와 같이 한자어의 도움 없이는 그 뜻을 알 수 없다. 또 한자는 몇 천 년을 지나도 잘 변치 않으나, 한글 문장은 쉽게 변하는 발음을 기반으로 쓰는 표음문자이므로 백년만 지나도 해석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글을 한글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한글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3. 한자의 효용성
우리의 국어 속에서 활용되는 한자의 특징을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로 한자는 효율이 높은 글이다. ‘國’자 한자만 알아도 국어사전에 대략 250개에 이르는 國자가 들어가는 단어의 뜻을 반은 짐작할 수 있게 되며, 1300자를 알면 5만 6천 단어를 알 수 있고, 3천자를 알면 60만 단어를 알 수 있다고 한다.
漢字 없이 60만 단어를 하나하나 배우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상상도 안 된다. 허지만 한자 3천자를 배우는 일은 일 년이면 가능하다. 일 년이면 60만 단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를 가르쳐서 하나뿐이 모른다면, 제대로 된 교육이라 할 수 없다. 한글로 한자어를 가르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교육은 하나를 가르쳐서 열을 알도록 하여야 진정한 교육이다. 한자로 한자어를 가르침이 그러하다.
둘째로 한자는 道具언어다. 국어과목에 외에도 수학 과학 역사 등 모든 과목에서 쓰이는 도구언어다. 아래의 용어를 읽어보면 안 배운 단어라 할지라도 고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公論:空論. 放火:防火. 紀念植樹:食水. 壬申誓記石. 瞻星臺. 銳角:鈍角. 抛物線. 捕鯨船. 顯微鏡. 望遠鏡. 爬蟲類. 兩棲類......]
또한 文化語, 學術用語, 新造語의 99% 이상이 漢字語라고 한다.
셋째 한자는 기억하기 쉽고, 획수가 적고, 간단하다. 다음 표를 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한편 복잡한 한자가 더 잘 기억된다는 보고도 있다.
4. 한자는 몇 자를 언제쯤 배워야 하는가.
한자는 5만자가 넘는다고 하지만, 한자 전문가도 5천자 정도며, 다 알 필요도 없다고 한다.
중국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91.36%가 1000자, 98.06%가 2000자, 99.63%가 3000자 라고 하며,
동양제일의 고전인 논어는 약 13700여자로 이루어 졌지만, 사용된 글자는 1355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마주앉아 얘기해도 90%정도밖에는 상대의 뜻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데, 한자어를 98%만 알면 충분하지 않을까.
따라서 2000자만 배우면 고급국어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보며, 3000자를 안다면 고전도 알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 밖의 글자들은 지금은 잘 안 쓰는, 고유명사 이거나, 없어진 글 이거나, 異體자 이므로 0.3%를 더 알려고 몇 만자를 익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日本의 경우, 石井勳(이시이이사오)박사는 “한자는 유치원시절에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일본의 700여개의 유치원에서 한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초등학교에서 1006자, 중학교에서 1945자를 가르친다고 한다.
이에 나는 감히 제안 한다.
우리도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은 50자, 2학년 100자, 3학년150자, 4-6학년은 200씩 배워 900자를 배우도록 하고,
중학교에서는 매 학년 300자씩 1800자를 배우도록 하고,
고교에선 550자를 필수로 하여 2급 한자능력(2350자)을 얻도록 하고, 선택과목으로 1150자를 더 배워 1급 한자능력(3500자)을 얻도록 하되,
이 모두를 국어교과서 내의 문장에서 한자어의 한자를 노출시키는 방법으로 교육함이 가장 좋겠다.
이상과 같이 하여, 한자능력시험 중에서 교육급수시험(3급이하)은 제도권내로 흡수하여 없애고, 1급과 2급만을 존속시키면, 학부모 부담도 덜고, 학력도 향상 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한문이라면 몰라도 국어의 범주에 드는 한자나 한자어를 私교육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어교과서에 한자를 섞어 쓰는 형식의 제대로 된 한자교육을 조속히 제도권내로 흡수하여 시행도록 촉구 하는 바이다.
樂而忘憂 지용선 |
첫댓글 貴下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
올려 주신글 잘읽고 감동받았습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