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무용과 동문들의 춤
전통춤 뉴노멀, 본질을 추구하는 매혹의 춤판
2013년 5월2일(목) 오후8시,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 이화여대 무용과(창설 50주년) 한국무용 전공 출신 춤꾼들로 구성된 중견 칠인의 무사(舞士)들이 경합한 ‘장단 곶, 디딤마루 네 번째 이야기’,
이 부제가 붙은 춤판은 예술감독 김은이(동아대 무용과 교수)의 엄정, 엄선한 인물과 작품으로 동원(同源), 개별 수행의 결과를 소신 있게 발표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배꽃 무예총림(舞藝叢林)은 지난 해 까지 삼년간 연대적 정지작업을 끝내고, 금년 공연은 사십대 주축의 젊은 피로 배꽃춤판을 수혈했다.
수묵화 분위기에서 파스텔 풍으로 바뀐 에너지 충만한 일곱 춤은 집중과 신명을 배합, 춤의 간극을 음미하도록 양식의 탑을 구축했다. 관찰자의 안목에서 모순의 공간을 최소화 시키고자하는 노력, 혜안이 돋보였다.
사회자 황희연(생태문화나눔 대표)은 아나운서 투의 매끈한 사회를 능가하는 투박함과 정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이 날의 "배꽃춤판"의 의의를 되살렸다. 그들의 지엄한 스승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 한명옥(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 윤덕경(서원대 교수), 박재희(청주대 교수), 윤성주(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등 선배들과 후배들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모두 독무로서,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춤연기자 모두가 이대 무용과 출신이다. 조명 구성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춤 연기자들은 열두 명의 현장음악 연주, 전통 복식의 자연스런 색감 등의 도움으로 노련한 춤 연기를 선보이며 공간을 장악했다. 또한 자신의 개성과 개인기를 과시함으로써 스스로 문화적 전통의 형성자가 되었다.
연희자에게는 압박과 관람자에게는 기쁨이었을 이번 공연은 우리의 전통 춤에 관한 한, 익히 알고 있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에 작은 손짓, 몸짓, 호흡의 기류, 사위에도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경연장 이상의 힘든 공연임에 틀림없었다. 특색 있는 비장(秘藏)의 무기를 소지한 자만이 도량의 처마선이 되고 기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자리였다.
작년 아르코대극장에서 예악당으로 옮긴 이 낭만적 제목의 춤판은 전통춤의 서사적 품격과 서정적 향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공연이었다. 최은규(강선영류 ‘태평무’), 김미선(최선류 ‘호남살풀이춤’),김현아(최종실류 ‘소고춤’),윤여숙(강태홍류 ‘산조춤’),이동숙(은방초류 ‘장고춤’),이미영(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남수정(박병천류 ‘진도북춤’)이 그 주인공이었다.
최은규(아라무용단 대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로서 서울시립무용단 단원 시절의 열정을 그대로 담아 ‘태평무’를 화려한 의상에 걸맞은 기교와 힘으로 수사적 예형(藝型)을 보여주었다.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을 지닌 ‘태평무’는 의젓하면서도 경쾌하고 가볍고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가 신명, 기량의 과시가 돋보이는 춤이다. 그녀의 입장을 밝혀주는 ‘태평무’의 현재, 정교한 수사적 분석과 철학적 상부구조의 접근을 필요로 한다. ‘태평무’의 데코람(decorum)은 늘 희망을 준다.
김미선(서울교방 3인향 동인)의 ‘호남살풀이춤’ 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15호 호남살풀이춤 이수자, 조갑녀류 민살풀이춤, 제3회 전통무용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에서 입증된 기교를 비유의 세관(細關)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녀는 고뇌의 심연을 통과한 춤은 고도의 진지성으로 민속에서 예술로의 승격을 용의주도하게 이끌고 있다. 이 춤은 곧게 뻗은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직선사위의 남성적 최선류 살풀이춤의 역동미를 잘 보여준다. 살풀이장단에서 자진모리장단으로 넘어갈 때 손목에 수건을 휘감아 낚아채는 춤사위가 일품이다.
김현아(서울예술단 부수석)의 민속무용 ‘소고춤’은 뛰어낸 표정연기와 경쾌한 장단으로 춤추며 이전 작품들의 엄숙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제10회 경기국악제 무용부문 대상을 수상한 그녀가 마당놀이의 멋과 흥을 불러 들여 벅구놀음의 독특한 춤사위와 가락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무대화시킨다. 춤의 실천법칙에 따라 절도 있게 몰아치는 춤사위를 굿거리, 자진모리, 동살푸리, 휘모리등 다양한 가락에 맞추어 소고를 두드리면서 활동적 발 디딤과 대삼, 소삼의 몸짓으로 어우러져 신명을 풀어낸다. 그녀의 춤은 소고(笑考)의 연희를 보여주었다.
윤여숙(부산무용협회 부회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 97호 살풀이춤 이수자, 2012년 부산 젊은 예술가상, 제36회 전국 전통예술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강태흥류 ‘산조춤’은 강태홍의 가야금 산조에 춤을 얹은 것이다. 산조춤은 우조의 산뜻함과 우아함, 평조의 안정되고 편안함, 계면조의 섬세함과 아기자기한 멋이 어우러져 고도의 절제된 춤 기교가 그 특징으로 엇박의 묘미를 취하고 있다.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중모리 순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녀는 이 춤의 형상인(形象因)에 주목하고 있다.
이동숙(춤다솜무용단 단장)의 ‘장고춤’은 예술적 지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민속춤이다. 은방초 자태, 이매방 기교적 수사, 서영님의 장고춤을 총합한 춤이다. 상체의 아름다운 선과 발동작의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장고를 비스듬히 어깨에 둘러메고 다양한 장단의 변화와 도약을 이루고 있는 춤이다. 흥과 멋을 자아내는 질과 정도의 다양한 모방(mimetic)이 감정의 엄숙한 공감, 선정적(煽情的)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녀는 장고와 자신을 양극(兩極)시키지 않고, 서민(Jederfrau)의 카타르시스 규범을 잘 따르고 있다.
이미영(국민대 무용과 교수)의 ‘교방굿거리춤’은 신세대작무대 경연대회 최우수 안무자상,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수상에서 보여준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교방, 권번 춤의 전통적 예술성과 법통을 소지한 춤이다. 이미영은 김수악의 애달프고 구성진 구음, 춤사위에서 풍겨 나오는 교태미, 어우러짐의 멋을 잘 보여준다. 춤의 후반부, 소고를 들고 춤을 추면서 흥겨움에서 즉흥 춤이 만들어 진다. 그녀의 심리묘사가 돋보인 연기력, 일체감, 리듬감은 여진이 있다. 씩씩한 교방굿거리춤은 연원적(連源的) 미토스의 우울을 과감히 털어낸다.
남수정(용인대학교 무용과 교수)은 제28회 서울무용제에서 ‘닥, 천년지설’로 대상을 수상한 춤꾼이다. 그녀의 ‘진도북춤’은 모내기 들노래와 풍물에서 유래한다. 신청농악 등 다양한 가락과 춤사위를 곁들인 작고 가벼우며 쐐기가 없는 걸북 춤, 쌍북춤이다. 장고를 대신한 북은 잔가락과 엇박이 특징이다. 강한 맺음, 섬세한 유연함, 완급의 양손 북가락의 절도감 등이 어울린 박진성(迫眞性)의 농무를 보여주었다. 남수정은 음악과의 완전한 호흡으로 독무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고 완벽한 대미를 장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오월의 배꽃춤판, 배밭의 착한 사람들이 모여, 육십년을 춤춘 스승과 오십을 맞은 무용학과의 자연스런 조우는 낭만무우(浪漫舞友)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뜻 깊은 자리였다. 앞으로의 비전과 지난날의 자산 모두가 가치 있음을 인지시키는 작업, 그 중심에 배꽃전사가 있음을 공표하는 공연은 무용사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김미선
이화여자 대학교 무용과 졸업
서울교방 3인향 동인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15호 호남살풀이춤 이수자
조갑녀류 민살풀이춤, 승무 전수자
제3회 전통무용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
최선류 호남살풀이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15호 호남살풀이춤은 비감어린 계면조의 호남류 살풀이와 달리 곧게 뻗은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직선사위의 남성적인 역동미가 돋보인다.
살풀이 장단에서 자진모리 장단으로 넘어갈 때 손목에 수건을 휘감아 낚아채는 춤사위가 일품이다.
□ 김현아 소고춤 공연
□ 윤여숙
부산무용협회 부회장
중요무형문화재 제 97호 살풀이춤 이수자
2012년 부산 젊은 예술가상 수상
제36회 전국 전통예술경연대회 최우수상
한국무용예술학회 이사
부산대학교 이학박사
전 부산예술대학 무용과 교수
강태흥류 산조춤
이 산조춤은 가야금 산조의 명인 강태홍(1893-1957)이 자신의 가야금 산조가락에 춤을 얹어 성립시킨 것으로 1948년부터 그의 직계 춤 제자 김온경에게 전수하여 윤여숙으로 이어지고 있는 산조춤이다.
이 춤은 우조의 산뜻함과 우아함, 평조의 안정되고 편안함 그리고 계면조의 섬세함과 아기자기한 멋이 복합적으로 표현되는 고도의 절제된 춤 기교가 그 특징으로 엇박의 묘미를 취하고 있는 춤이다.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중모리 순으로 구성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