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의 IMF가 온다는 국민들의 걱정, 과연 기우일까?
로이터통신이 27일 신흥국 통화 위기가 번질 시 신흥국 모두가 외환위기의 피해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로이터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지에서 발생한 위기를 빗겨갈 수 있는 신흥개발국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분석했다.
이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정부가 “우리는 외환보유액과 무역흑자 등을 통해 기초체력이 튼튼하기에 주변 신흥국들의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신흥국들의 위기를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지난 10여 년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규모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상대가 안 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는 저서 “이번엔 다르다”에서 세계 각국의 금융위기 원인과 진행과정을 파헤쳤다.
그들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덴마크 금융공황부터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66개 나라의 위기 사례를 연구한 결과 자본의 국제 이동이 자유로웠던 시대에 반복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데이터를 증명했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란 쉽게 말해 자산 거품형성을 말한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신흥국에 엄청난 규모의 자산 거품이 일었음을 로이터는 지적했다.
둘째, 1997년 당시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은행을 통해 이뤄졌지만, 지금은 주로 채권시장을 통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JP모건의 추산으로는, 신흥시장 채권 발행규모는 1993년 4,220억 달러에서 현재 10조 달러로 늘었다. 그만큼 단기적인 대규모 자산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셋째, 1997년 당시보다 가장 큰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s)같은 유동성 높은 금융상품의 인기라고 지적했다.
지난주 신흥시장 증시에서 빠져나간 25억 달러 가운데 ETF가 약 50%를 차지했다.
유동성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 시 급격한 자본유출이 가능해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로이터가 분석한 3가지 위험의 핵심은 자산 거품이 붕괴할 시 급격한 자금유출로 신흥국의 위기가 연이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정부가 자신하는 것처럼 한국이 신흥국 위기에서 절대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한국은 신흥국 위기에서 “보다 자유롭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707억 3천만 달러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
둘째, 3,464억 6,000만 달러의 높은(?) 외환보유고
이 두 가지가 정부가 다른 신흥국들과 달리 기초 체력이 튼튼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여기에는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위험요소가 상당 부분 내재 돼 있다.
우선 수출에 따른 흑자다.
수출은 5천709억 2천만 달러로 3.0% 늘고, 수입은 5천102억 1천만 달러로 0.8% 줄었다.
이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재고효과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 흑자가 커진 “불황형 흑자”이며 그 이익도 대부분 삼성 현대 2개 대기업에서 가져갔음은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또한, 대중국 수출 규모가 작년보다 8.6%(1,458억 4,000만 달러) 늘어 26%를 기록했다. 지나친 중국 수출 의존도는 그림자 금융과 지방정부 파산이 시작되고 있는 중국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수출구조는 만약 중국에서 그림자 금융이 연쇄 디폴트 하면 한국경제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기형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수출 흑자가 신흥국 위기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파제가 될 수 없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도 실제와 다르다. 외환보유고는 가용외환보유고가 중요하다. 현재 가용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가용외환보유고가 정부가 자신하는 3,000억 달러보다 훨씬 적다. (실제로는 그 1/10도 안 된다는 건 한국은행 에코스를 보면 다 밝혀지고 있다.)
그런데 2013년 8월 IMF와 우리금융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단기유출예상 금액을 3,210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아시아 1위며 표시된 현재 외환보유고 금액과 거의 비슷하다.
본 기자는 앞서 표시된 외환보유고가 가용외환보유고보다 많을 수 없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신흥국의 위기에 가장 크게 노출된 국가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뿐만 아니라 FRB가 2차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했다.
그로 인해 터키는 단숨에 금리를 5.5%나 인상했다.
신흥국들의 연이은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2차 양적완화 축소는 미 국채 금리의 상승을 이끌 것이고 이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다.
그럼 한국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의 위기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최고의 단기자금유출국인 한국은 단칼에 위기에 놓이게 된다.
국민들이 제2의 IMF를 걱정하는 것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이유다.
이처럼 정부의 “신흥국 위기, 우리와 다르다”는 주장은 근시안적이며 단순한 소아기적 예측이 아닐 수 없다.
(펌 2014년 01월 30일 (목) 13:57:09 조은뉴스 김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