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4 안학수 소설집이 나왔다. 나는 어제 받아 오늘 읽었다. 오늘 출판기념회가 솔카페에서 있었다. 선영참배를 했고, 시비를 방문했다. 저녁식사는 속앓이를 하고 있어 아쉽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소설가 황선만의 사회로 시작됐다. 신이빈소설가가 <종말이 지나간 세상>의 뒷 부분 글을, 김환영화백이 작가의 말 무거리예찬을 낭독했다.출판사 작은 숲 대표이신 강봉구님이 책의 출간과정을 이야기 했고, 교정을 위해 서너번 책을 읽으며 맘이 진정시키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소설를 관통하는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름다운 슬픔'이 아니지 않을까 말한다. 뒤이어 최시한교수님. 이 책에 발문을 하셨다. 이야기 소리를 만들기 위해 소설가는 어마어마한 투쟁을 했겠구나 했다. 신체적 제약과 사회 활동과 경험의 한계가 있음에도 소설을 쓰겠다는 기백과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감동을 했다고 한다. 소설에는 작가의 분신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본인이 느꼈을 외로움과 괴로움이 간접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다. 억눌리고 소외된 삶들이 잘 살았으면 하는 염원이 깃들여있다고 한다.
촛불점화를 하고, 서희작가님의 인삿말이 있었다. 시국이 어수선한데 모임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했었지만, 이미 모임을 알리는 웹자보도 발송되었기에 이렇게 하게되었다. 생전 작가가 사랑하고, 작가를 사랑하는 분들이 여기 다 모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뒤이어 금상소설가모임 대표이신 조동길공주대교수님이 작가의 상징말로 '따뜻함, 평화, 치열함'이었다고 말한다. 충남작가회의 이오우대표는 직접 작성한 추모사를 읽으셨다. 빛나는 언어를 듣느라 미처 글을 정리하지 못했다.(한마디로 입벌리고 들었다.) 이어서 송계숙 시인의 '고장난 공중전화' 동시를 낭송했다. 강병철소설가가 작가와의 생전 에피소드를 엮어 구수하게 말씀해 주셨다. 이정록선생님이 본인이 지은 동시에 붉은 돼지꼬리로 첨삭해 준 일화를 이야기 해 주었다. 역시 강호의 이야기꾼 다왔다. 김영석 평통사 보령지역 대표께서 작가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이야기 해 주셨다. 이어 내가 선생님의 전모를 아는 사람에 나밖에 없을거다라고 자랑하며 이야기 했고(궁금하면 나를 만나시라), 동생이신 안봉수목사님이 약간 울먹이며 형님을 회상하셨다. 마지막으로 박경희시인께서 동시 조가비를 낭송해 주셨다.
무거리
무거리는 예전 집에서 명절때 떡을 만들 때, 고운 떡가루를 얻기 위해 체로 치는데 그 때 체에 남은 거친 가루를 일컫는다. 어린 작가에게는 이 것이 '잔치에 들지 못하는 외로운'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무거리는 시루떡을 만들 때 가마솥과 시루가 닿는 틈을 메꾸는데 사용되고, 먹을 것 없던 시절 무거리가 떡이 된 시룻번은 아이들의 간식이 되었다. 작가는 소설집에서 우리 시대의 무거리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회 발전의 밑둥을 떠 받치면서 소리 없이 사라져 간, 사회 발전의 힘이 되어 준, 그러나 차별과 배제, 왕따와 무시를 겪으면서도 살아내온 무거리들.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집에 '무거리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열리는 데 작은 일깨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을 조금 넣었을 뿐이다'라고.
종말이 지나간 세상
선망조업 선원으로 장어잡이를 위해 먼바다에 열흘 동안 나가있던 재문. 경찰서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재문은 띠동갑인 22살 영선과 결혼해 살고 있다. 그녀에게는 40개월된 홍아라는 아이가 딸려 있었다. 재문은 아이를 사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나가는데, 어느날 재문이 바다에 나가 있는 사이, 영선은 아이를 홀로두고 집을 나간 것이다. 아이는 방치된채 사경을 헤매다 결국 죽었고, 영선이 재문의 재산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했음이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나중에 붙잡힌 영선에게 재문은 따져 드는데..
재문은 부동산 많은 노총각이 아니었다는 자신이 큰 죄를 저지른 것 같고, '성정을 잃은 기계인간'을 믿은 것에 자책하고 만다.
사탄의 무죄
성원은 잘나가는 전도사였다. 개척교회도 부흥시켰다. 이제 그는 대형교회 교육전도사로 들어가 담임목사의 사위가 되고, 그 교회를 물려받을 꽃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그를 유난히 따르는 남학생 영범과 동성애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실제로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없는 일로 넘어갔으나, 성원의 동성애자에 대한 언어와 태도가 담임목사와 교단 지방노회의 노여움을 사 파혼과 파종을 당한다. 세월이 흐른 후 영범은 자신의 동성애적 기질로 성원이 오해를 받고 파종을 당했다는 것에 괴로워 한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그는 유언에 "저를 이반으로 만든 하나님께는 절대로 회개하지 않겠지만, 저 때문에 피해당하신 전도사님께는 천배 사과드립니다"는 언어를 남겼다.
바람장벽
순하는 어머니의 바람을 듣고 어머니의 옛 고향으로 향한다. 며느리감으로 인사온 처녀의 이름이 소씨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순하에게 이야기 했다. 어머니는 사랑했던 이와 헤어졌다. 사랑했던 이, 민섭이 빨갱이 자식이였고, 특히 그 형이 자신의 가족, 친척들을 인민재판을 통해 죽였기 때문이다. 빨갱이 자식에게 자신의 딸을 줄 수 없다는 것이 부모의 입장이였다. 그러나 맥락은 서로 연결된다. 민섭의 가족은 유격대에 의해 몰살되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빨갱이라 했다고 한다. 고아가 되어 양자로 내려운 이 곳에서 민섭은 그 자들의 한 놈을 보게 되는데, 그 들에게 양아버지가 보도연맹원으로 끌려가 살해된다. 인공전쟁이 나고 인민군이 되어 내려운 이복 형이 이 사실을 알고 마을의 우익 세력을 살해하게 된 것이다. 민섭은 마을에 남아 어머니와 결혼하고자 노력했으나 끝내는 성사되지 않았다. 민섭은 끝내 끝까지 너를 기다리겠노라고 울부짖었다. 그렇게 60년의 세월은 흘렀고, 순하가 어렵게 찾아 간 민섭의 집에서 민섭과 어머니가 젊을 적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민섭은 노환과 치매로 요양보호시설에 모셔져 있음을 알게된다. 민섭의 성은 소씨고, 손주 며느리될 처녀의 가족이었다. 어머니는 이념과 사상이 후대에 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눈물지며 말한다.
조현병자의 아카페
봉해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반골 빨갱이다. 사사건건 지역정부의 시책에 반기를 들고, 전쟁반대와 평화실천을 주장하는 것이 꼴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주변에 깔려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사는지 오래여서 봉해를 아는 사람이 많이 있다. 헛헛하고 외롭고 억울한 맘으로 구장터 시장을 배회하는데, 거기서 50년 전 헤어졌던 경원을 만나게 된다. 경원은 외지 사람으로 어머니와 누이와 같이 이 도시로 어릴 적 흘러 들어왔다. 어느날 봉해는 경원네 빚쟁이가 와서 설쳐댈때 그의 아버지가 고정간첩이였다는 것을 안다. 봉해는 당시 큰 형 봉학이 사모하는 현옥과 경원이 사귀는 것으로 경원을 얄미워하고 있었다. 봉해는 이 사실을 소문으로 퍼뜨렸고, 이 사실을 안 현옥 집안에서 파혼을 선언했다. 이에 경원집은 타 지역으로 떠났고, 현옥은 음독 자살을 시도하고 그 후유증으로 몇 년 지나 사망했다. 경원은 연좌제로 온갖 고생을 다하고 나름 성공한 삶을 이루었다. 경원은 은퇴를 하고 옛 추억이 있던 도시를 찾아 온 것이다. 봉해는 지독한 빨갱이로 낙인찍힌 자신이 그 옛날 지독한 반공 아이였다는 것에 아이러니를 느낀다.
머구리에서 무거리로
건준과 나는 오래전 연인관계였다. 건준은 목회자가 되기를 소망했다. 나도 그와 결혼할 것을 약속하고 교육대학을 들어가고 피아노도 배우고 신학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건준은 교통사고로 일가족을 잃게 되고, 작은 삼촌에게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 뺏긴다. 이후 광부가 되어 돈을 벌어 목회 터를 살려는 계획을 갖는데, 고모부의 권유로 산 땅이 사기인 것을 알게된다. 하여 건준은 키조개를 캐는 머구리가 되는데, 사고로 잠수병에 걸린다. 서서히 근육이 굳어가는 그에게 나의 오빠가 동생과 헤어질 것을 요구한다. 중간 사정은 기나 여기서는 생략하고 결국 나는 남편과 사별하고 장애인이 된 건준이 사는 도시로 돌아온다. 40년만이다. 그러나 건준은 나를 모른다.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고 감정이 복잡해 짐을 느낀다. 건준은 나를 알아보기나 할까?
가오가 더 필요하면
장애인 단체 회장이 이사진들에 의해 탄핵을 당하게 된다. 그간 무급으로 활동비도 거의 쓰지 않은 채 헌신해 온 회장을 장기 집권한다고 말이다. 주령은 장애인단체에 파견나온 공무원이다. 예의 없는 이사의 커피 심부름과 성추행에 항의를 하다 되레 건방지다고 역공을 당한다. 상급자는 주령을 타 지역으로 전근을 시킨다. 회장은 의연하게 이사진의 반발에 대처한다. 주령은 사무실 짐을 옮기는 날 같이 일하는 가람에게 문자로 데이트 신청을 받는다. 평소 태도가 맘에 안든 동료였다. 그 때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현은보에게 회장님 일로 상의하자는 문자를 받는다. 가람은 문자를 씹는 주령에게 " 남자가 가오가 있지, 이젠 내가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할 것 같아 가오떨어지는 걸 감수하고 고백하는거다". 주령이 문자를 보낸다 " 가오가 더 필요하면 내가 현은보 씨에게 문자 하느라고 떨어뜨린 가오가 길에 깔렸으니 주워다 써라.참고로 가오는 일본말인 줄이나 알고 있니?". 가오의 가오떨어짐의 순간이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 재문, 성원, 민섭, 봉해와 경원, 건준,그리고 장애인 단체 회장과 주령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무거리'이다. 사상과 이념, 성소수자, 범죄적 인격장애, 부조리한 군상들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쓰지 않고 돈 벌려는, 돈 벌어 인생의 의미를 쫓을려는 사람들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고, 느끼는 거지만, 소설 속 어딘가에 내가 있다. 나를 찾는다. 이런 독법은 거의 병수준인 것같다. 성원을 양가성를 가지고 바라보는 이웃이고, 빨갱이 자식에게 자식을 내줄 수 없는 아버지이고, 건준의 재산을 뺏는 삼촌이기도 하다. 혹은 인생의 아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무엇이 그래도 제일 나야~ 하면서 자기위로, 자기취면하면서ㅡ, 절대로 소설의 소재도 안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뭔 벼락에 맞아 변한 사람처럼, 휴지를 주워도 지구를 구하는 맘으로 살아가는 대인인 양 살아 갈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이런 모든 것이 버무려져 세상이 되고 사람들이 된다. 죽을 때까지 지지고 볶고 하면서 살게 될 운명이다. 소설의 끝을 끝내고 이런 소망은 가져 본다. 나름 행복하시길, 다들. 남의 안녕도 또한 빌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