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14. 금 己丑일
편재 묘지 간여지동.
띠를 장성에 놓으면 축은 육해살. 덕분에 망신살 천살까지 쓰리콤보가 발동하여 융단폭격.
庚子년 甲申월 己丑일은 천간에서 甲己合, 토가 되지 못하고 甲의 기운만 흐릿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종일 공염불. 공부가 입출력이 안된다. 느리게 억지로 돌아가는 회로.
오롯이 더위 탓만은 아닌가보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버티다 더위에 녹다운 당했다.
방바닥에 껌처럼 붙어 가위 눌리듯 꼼짝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다다음주면 처서가 들어오니 비 그치자마자 시작된 벼락더위도 2주, 3주 시한부일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고문이 되지 않는다.
‘삶은 달걀’이라고 실물현실은 결국 리모콘을 찾아 누르고 있다.
가스불을 켜는 게 두려워 오늘은 전자렌지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냉동밥 데우기는 기본.
기름없이 계란프라이도 해보았다. 포크로 노른자를 몇 번 찌른 후 돌렸는데 그럼에도 흰자 노른자가 마구 튄다.
그렇게 계란은 요란하게 익었고 찜도 프라이도 아닌 어중뜬 계란 한 접시가 태어났다.
과정이 낯설뿐. 먹기엔 나쁘지 않았다.
통밀가루에 식소다 약간, 아마씨를 한 스푼 넣고 두유로 농도를 맞춰 전자렌지에 돌렸더니
제대로 부푼 찐빵이 탄생했다. 버터, 설탕, 우유 없이 만든 통밀빵. 그런대로 흡족했다.
서울에선 온갖 재료를 넣어 술빵도 만들어보았는데 막걸리 한 통 사서 한번 해봐야겠다.
빵을 끊지 못하니 유지와 당이 덜한 빵을 만들어 먹을 밖에.
남에게 권할 순 없는 수준이지만 빵에 대한 욕구는 충족이 된다.
잇몸 맛사지를 하며 보드라운 살이 돋아난 옛 어금니 자리를 느껴본다.
1일1식을 강박으로 할 때 굶는 것보다 힘든 것은
먹을 수 있는 시간에 뭐라도 더 위장에 쟁여두기 위해 더 식탐을 부리는 나의 모습이었다.
결론은 1일1폭식의 생활화.
일, 돈, 명예 그 모두 보다 포기가 안되는 건 식탐. 덕분에 치아를 잃는 과보를 받았나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뭘 넣어서 무슨 빵을 해먹을까 고민하는 나.
아무리 아프게 치른 경험이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습으로 되돌아간다.
인이 박힌 습이 그리 무섭다.
그래서 사람이고 그 어리석음이 나다. 인정!
첫댓글 지금 이 시간 통밀빵 맛이
무척 궁금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