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무엇을 줄까(11)
1.도반道伴
2.이 봄날에 석촌호수에
3.화해
4.詩의 맛
5.식목일에
6. 무엇을 줄까
7.춘설
8. 봄을 찾아서
9.봄소식
10. 낙원을 찾아서
ㅡㅡㅡㅡㅡ
1.도반道伴
꽃과 나비가 만나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봄
여름 뒤로하고
부부가
서로에게 익어가는
가을 길을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
~~~~
2.이 봄날에 석촌호수에
석촌호수에
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쭉쭉 뻗은 봄
탱탱한 봄
두근두근 봄
봄 봄 봄이
다 들어 내 놓고
연분홍으로 흐르고 있다
현란하다
나의 봄은
어디에 두고 왔는가
이 봄날에 석촌호수에
~~~~~
3.화해
잎은 봄에
꽃은 가을에
서로 만나지 못하고 핀 꽃무릇
아직도 풀지 못했어?
전생의 업 그리 두터운가
심장의 붉은 피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돌고 도는데
무엇이 그리 꼬여
얼굴을 돌리고 살아가고 있는가
녹여 내야지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
그 응어리 녹여 내고
우리 마주 보고 곱게 피자
~~~~~
4. 詩의 맛
냉이
그 질긴 삶이
우려 낸 냉잇국
그런
시(詩)라야 맛이 깊습니다
~~~~~
5.식목일에
사과나무 한 구루와
자목련 한 구루 모셔왔다
뜨락에 심었다
사과나무는 손주들 몫이요
자목련은 결혼 45주년 기념식수다
내가 지주대를 세우자
아내가 물을 주고 있다
~~~~~~
●6.무엇을 줄까
황혼 길에
같이 했던 친구들
하나 둘 다 떠나가고
이제는
병마病魔가
우리
같이 가자 하네
그리해야지
친구야
우리는 둘이 아니야
배고파?
무엇을 줄까
~~~~~~
7.춘설(春雪)
눈이 내리고 있다
정문골에 봄눈이 내리고 있다
온갓 허물 다 덮고
봄으로,
다시 봄으로 태어나자 한다
잘난척하는 촉새
남의 흉 잘 보는 찝새
탁란을 일삼는 뻐꾹새에게
늘 못마땅 해 하면서도
말이 없는 붉은머리 오목눈이
그러느니 하고
하얗게 마음 비우고
봄으로
우리 다시
봄으로 태어나자 한다
정문골에
봄눈이 내리고 있다
~~~~
8.봄을 찾아서
새벽 직업소개소 앞마당
모닥불이 겨울을 녹이고 있다
해는 중천으로 기어오르고
허기진 배속에는 라면이 끓고 있다
라면 하나에 사랑과
서러움이 끓는다
사업 실패로 거리를 떠도는 아비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있다
병석에 누워계신 아버지
고등학생 막내딸
친구 집 식당 주방에서 식기를 닦고 있는 아내
밤을 지새워 우는 칼바람은
이 무능한 아비가 봄을 찾는 까닭이다
내일도 이 아비는
라면을 끓일 것이다
봄을 찾아서
~~~
9.봄소식
남녘 땅
춘당매에
임의 소식 묻습니다
보고 파
보고파라
임의 얼굴 보고파라
임하,
놀러와 줘
내 눈동자 속으로
세상사
세상살이
너무 춥습니다
춘당매*
반갑다 한들
당신만 하오리까
임하,
놀러와 줘
내 눈동자 속으로
※남녘땅 고흥 삼불리 273 만년수네 집 우물가에 국내에서 제일 먼저 핀다는 매화.
~~~~~
10.낙원을 찾아서
경칩(驚蟄)이 지났다
아내 입속에서
갑자기 개구리 한 마리가 튀어나와 나를 덮친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구리는 폴짝폴짝 뛰어 밖으로 나간다
아내는 내게 다가와
놀랬느냐고 묻는다
조금 전 당신 속에서 뛰쳐나왔던 그 개구리는 어디로 갔느냐고 되묻자
지구를 탈출했다고 했다
나는 내 속에서 두꺼비 한 마리 꺼내 놓았다
두꺼비는 아내에게
두껍두껍 이른다
"우물 안 잘 살펴보라" 한다
낙원이 그곳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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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집 1부 목차
인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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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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