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철이는 스무 살 청년이다.
금철이는 북한에서 최대 3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진 '고난의 행군' 때
부모가 죽자 중국으로 탈출해서 꽃제비가 되었다. 하도 못 먹은 탓에 신체 발육이
제대로 되지않아 10대 중반으로 보일 뿐이다.
금철이는 중국 선양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수퍼맨을 만났고, 수퍼맨의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수퍼맨과 성경 공부를 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금철이의 특별한 삶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 수퍼맨은 꽃제비 100여 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여서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북한'이라면 치를 떨었다. 다들 '고난의 행군' 때 부모가 굶어 죽었고,
일가친척도 대부분 굶어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들도 굶어 죽을 뻔했고, 게다가
모두 평민 계급이었기에 북한에서의 기억이라곤 '평양'에 기반을 둔 귀족 계급인
조선로동당원들에게 짐승처럼 유린당하고 수탈당한 것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꽃제비들은 북한이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지면서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 다들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 했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부가 넘쳐흐르는 한국에 간다는 건 북한이라는 지옥에서
영원히 해방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철이는 달랐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수퍼맨에 따르면 금철이는 복음을 받아들인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예수 복음을 전혀 모르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참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북한 사람들에게 김일성이 영생불멸하는 신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 지금처럼 김일성을 우상숭배하면 모두 지옥에 간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북한에 참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금철이는 수퍼맨과 중국 다롄의 한민둥산에서 기도를 하다가 하늘
문이 열리면서 하나님의 빛이 자신을 뒤덮고 다롄과 북한을 뒤덮는 환상을 봤다.
얼마 뒤 금철이는 수퍼맨의 결사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예수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수퍼맨은 금철이의 소식을 오랫동안 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때가 되니 여러 경로를 통해 금철이의 소식이 들려왔다. 수퍼맨의 예상대로
금철이는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체포되었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리고
북한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강도의 고문을 받은 뒤, 순교했다.
나는 수퍼맨이 보내준 금철이의 영상을 다시 한번 재생해본다.
금철이는 스무 살 남자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북한에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있다. 금철이의 얼굴 위로 북한선교를 자랑하는 하지만
북한의 김일성 우상숭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어떤 목사들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제발 한국 교회가 아주 오래된 죄에서 떠났으면 한다.
북한의 김일성 우상숭배를 '사랑'과 '평화'와 '선교'의 이름으로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그 거대하고 사악한 죄에서 말이다.
- 이지성 저, ‘1만 킬로미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