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학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AI 부정행위 사건은 단순히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개인의 성공 강박, 집단 내 동조 압력, 군중 심리의 확산 효과라는 세 가지 심리적 요인이 얽혀 있어 보입니다.
성공 강박: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
명문대 학생들이 느끼는 성적 압박은 단순한 부담을 넘어 ‘삶의 평가 기준’처럼 작용합니다.
첫째, 실패에 대한 왜곡된 두려움이 자리합니다.
성적 하나가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게 되면 작은 불안도 견디기 어려워지고,
“이번 시험에서만큼은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자리합니다.
둘째, 결과 중심 사고가 강화됩니다.
학습 과정에서의 정직함이나 윤리적 기준보다 A+라는 결과 자체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때는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는 방식의 자기합리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셋째, 자기 가치의 불안정성이 문제를 키웁니다.
성적이 곧 능력이라고 믿는 학생일수록,
AI를 통한 부정행위는 당장의 불안을 줄여주는 ‘빠른 해결책’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 단계는 부정행위를 고려하게 만드는 첫 문을 엽니다.
동조 심리: “다들 하는데, 나만 안 하면 손해지”
부정행위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집단적인 행동이 되는 데는 동조 심리가 큰 역할을 합니다.
먼저, 정보적 동조가 작동합니다.
친구 몇 명이 AI를 이용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면
그 방법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잘못된 확신이 생깁니다.
그다음에는 규범적 동조가 따라옵니다.
“나만 규칙을 지키면 뒤처질 것 같다”,
“혼자 정직하게 시험 보면 바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두려움이 학생들을 손쉽게 끌어당깁니다.
더 나아가 윤리적 기준의 하향 평준화도 일어납니다.
집단 안에서 부정행위가 점점 흔해지면 이 행동은 ‘잘못’이라기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령’처럼 여겨지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주변에서 참여 압력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 다 같이 하기로 했잖아”,
“너만 빠지면 오히려 위험해” 같은 말이 개인의 선택권을 더욱 좁힙니다.
이 과정에서 부정행위는 점차 집단의 규범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군중 심리: 개인의 판단이 사라지는 순간
마지막으로 부정행위가 ‘대규모 사건’이 되는 데는 군중 심리가 큰 역할을 합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몰개성화(Deindividuation)입니다.
비대면 시험의 익명성, 온라인 환경, 다수가 함께 움직인다는 분위기는 개인의 책임감을 흐리게 만듭니다. '수십 명이 하는데 나만 문제 되겠어?'라는 심리가 자리하죠.
또한, 다양한 감정이 집단적으로 전염됩니다.
불안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실제로 부정행위가 성공한 듯 보이면
'괜찮네?', '이 정도면 다들 할 만하지'라는 안도감이 퍼지고
행동은 빠르게 강화됩니다.
여기에 일부 학생의 선동적 역할까지 더해지면
집단의 판단력은 더욱 흐려집니다.
AI 활용법을 공유하거나 답안 작성 방식이 돌면
개개인의 이성적 판단보다 집단 분위기가 더 강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부정행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하나의 집단적 사건으로 폭발합니다.
분명 공정한 평가 제도를 망가뜨린 학생들의 잘못이 크지만,
현대의 성과 중심 문화, 강한 경쟁 구조, 온라인 환경이 결합된 결과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언제나 부정행위는 있었고, 그때마다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학생들이 부정행위의 유혹을 넘어서
공정한 평가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AI 시대에 적합한 평가 제도를 설계해 기술 악용의 여지를 줄여야 합니다.
둘째, 시험 직전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과 압박 속에서도 윤리적 기준을 되살릴 수 있도록 정서적 조율과 윤리 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시험 이후에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부정행위 충동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윤리적 판단력을 강화하는 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부정행위에 대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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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AI’로 고려대는 ‘오픈채팅방’으로···집단 부정행위에 “중간고사 전면 무효”
대학가에서 ‘온라인 시험 집단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데 이어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났다. 연세대와 고려대 모두 해당 수업의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했다. 10일 고려대에 따르면 약 1400명이 수강하는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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