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 제기동 성당 김용철 변호사 4차 기자회견 때 현장에 있었던 기자입니다.
8가지 의혹과 함께 9번 항목은 연합뉴스, 조선일보, 데일리안을 고소하겠다고 김용철 변호사가 말하더군요.
이후 김 변호사가 질문하는 시간을 가지자며 질문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첫 질문에 회견장 앞 오른쪽에 의자위에 서있던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데일리안의 기사가 어떻게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 변호사 오른쪽에 앉아있던 김인국 신부(머리 꼽슬꼽슬하고 튀어보이는 캐릭)가 얼른 말을 받더군요.
"질문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두겠습니다. 다른질문?"
처음에는 정말 질문 중요도 때문에 나중에 답변을 하려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죠. ㅎㅎ
○… 이후 각 언론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사회를 맡았던 김인국 신부, 사제단에 호의적 기사를 많이 쓰는
오마이뉴스, 경향, 한겨레, 프레시안 기자들의 질문에는 '오~ 경향' '오~한겨레' 등의
감탄사까지 붙이시며 노골적으로 '반색' 하시데요. ㅎ
사실 팔이 안으로 굽는거야 누가 뭐랄수 있겠습니까만 다소 민망했습니다.
제가 속한 신문사는 지난 사제단의 2차 기자회견(11월5일) 다음날의 1면 톱이 '삼성전자 1조클럽 재탈환하나'라는 기사가 실렸던 신문입니다. ㅎ
그러니 대놓고 언론사별 감탄어를 달리 사용하시는 김 신부의 반응에 쉽게 질문을 하기가 어렵더군요.
○…아무튼 질문은 오고가고 질문이 끝나때 쯤에 데일리안의 기자가 한번 더 질문하더군요.
"기사가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번에도 김 신부는 해당 기자의 질문에 "자~ 다음질문?" 이라시며 무시하시더군효.
다음 질문이 두개 더 있은 후에 데일리안 기자가 다시 손을 들고 세번째 질문 했습니다.
사실 그 데일리안 신문 기자 이름은 모르지만 정말 얼굴 뜨끈뜨끈 했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름 자신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냐?'
그제서야 김용철 변호사 "그 문제는 법정서 논의할 일이지 기자회견에서 얘기하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습니다.
김 신부도 거들었습니다.
김인국 신부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안보이고 손가락만 보인다던 그 언론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고소했으니 법정서 보자'고 말했고 김 신부가 얄밉게 '추카드립니다'고 말씀.
현장 기자들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얼마나 쪽팔렸을까요.
(데일리안은 "김용철, 부인과 퇴폐 노래방 운영했다"는 기사를 처음으로 쓴 언론입니다. 삼성이 흘렸다는 얘기도 있고...)
○…26일 오후 4시 미사를 앞두고 김 신부를 만났습니다.
저는 데일리안 기자를 "너무 심하게 모욕주신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전 신부는 "더 부끄럽게 만들었어야 하죠" "이자리에는 왜 나온 겁니까?"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잠시 제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속한 신문사도 소위 우파, 친기업 마인드 회사지만 저는 사제단을 지지하고 김용철 변호사도 지지합니다.
오늘(26일)도 데스크가 가보라고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찾아왔으며 제 기사가 지면에 실리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인터넷에라도 띄워보려고 왔습니다"고 말했죠.
또 다른 예로 모언론사 기자들과 데스크가 '삼성-김용철 기사가 왜 이리 안나가냐'는 일선 기자들의 항의성 문제 제기로 데스크와 술자리에서 소주잔이 깨지는 등의 다툼이 있었다는 얘기도 함께 했습니다.
즉 기자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조직의 문제이며 일선 기자들에게 그렇게 무안을 주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신부님이 생각하는 '썩은 언론사'에도 정신 박힌 기자(저를 지칭~ ㅎㅎ)도 있다며 해당 기자를 무안주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김 신부도 "아... 그렇습니까.. 그런 뒷얘기는 몰랐었네요..."라고 답했습니다.
○… 그런데 저의 데일리안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바로 다음날 그 신문의 사설에서 산산이 부서졌죠.
'붉은 신부'들로부터 삼성을 보호하라. 27일자 데일리안의 사설입니다.
http://www.dailian.co.kr/news/n_view.html?id=91633&sc=naver
허걱!! 이게 정말 세상 대명 천지 마상에....
'붉은 신부' 따위의 글을 쓰는.....
정말 같은 기자로서 무한히 부끄럽네요.
저희회사도 그러지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아무튼 전 신부의 통찰, 즉 '저따위 언론사는 기자회견 나올 최소한의 자격도 없다'는 통찰을 지금은 '탁
견'이라 생각합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다~ 있네요.
이게 글입니까? 이 무슨 망발입니까!!
○… 당일 오후 4시 미사에 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참석했습니다.
전 신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부끄러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사람은 유일하게 얼굴이 빨개지는 동물이다. 이는 원죄의 결과로도 파악되지 않았던 양심의 영역이다. 영혼을 팔면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말씀하시대요.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습니다.
이상...
○…삼성의 불법, 탈법, 편법들은 모두 이건희씨가 기업을 '개인소유'로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들입니다.
'내꺼 아들한테 물려줘야지' 생각하니 에버랜드, 제일기획 전환사채 등등 불법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막아내려니 막강 법무팀이 필요했었던 것이겠지요.
또 '내꺼 우리마누라랑 동생이랑 쓰게해줘야지' 생각하니 베들레헴의 머시기니 행복한 미소 따위의 미술품을 비자금을 조성해 구입했었던 것이고요.
아들에게 기업을 온통으로 물려주려고 하는 '뜨끈한 부성애' 가 기업 경영에 반영되는 후진성은 2년만에 재용씨 재산이 16억원에서 250억원(정확치 않음)으로 늘어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겠지요.
('뜨끈한 부성애'에 생각이 닿으니 법정서 아들 때린놈 혼내켜주던 상황을 재연("제가 젊었을때 복싱을 좀 했거든요"라며 '훅'을 날리셨삼. ㅎㅎ)해 보이시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님이 떠오르네요. ㅎㅎ)
상장된 기업은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비상장 기업 역시 사회적 가치를 띄는 것은 물론이고요.
○… 저는 저의 '기업관'이 소위 재계가 말하는 '반기업 정서'가 아님을 확신합니다.
오히려 현재의 SK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당시 최태원 회장이 10개월 실형 유람을 떠났기 때문에
오늘날 처럼 착실한 지주회사 체제로, 그리고 탄탄한 투명 기업으로 거듭 났음을 기억합니다.
대한민국 1등기업이 오늘 겪는 아픔은 깨끗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임을 확신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 많은 수가 해외에서 만난 'SAMSUNG'이나 'LG' 로고를 보고 '으쓱'하는 마음 한번 쯤
은 가져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인도 여행 때 손으로 그려넣은 삼성 엘지 로고에 실소를 머금으며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었던 사람 가운데 한명입니다.
대한민국 그 누구도 삼성이 망하기를 기도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모두가 삼성을 사랑하고 모두가 엘지와 SK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그러나 부정하게 사무관을 매수하고 불법과 탈법, 편법의 비리를 저지른 기업을 단지 1등 기업이라고 좋아하지는 못할겁니다.
아마도 국민들이 대한민국 1등 기업에 바라는 것은 8000억 재산 헌납이 아닐 겁니다.
국민들이 어디 거집니까?
'법을 지킨 사람은 복을 받고 법을 어긴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초등생의 윤리가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보고 싶을 뿐입니다.
지켜주세요. 존경해드릴께요.
○… 이공간에 데일리안의 기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제가 쓴 글은 모두 팩트에 근거한 얘기이며
현직 게시판이라는 방의 성격상 이 정도논의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올립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면 내리겠습니다.
첫댓글 아놔... 감동......
데일리안의 사설과 최근 42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이명박 지지가... 같은 라인에서 해석이 되는 건 왜일까요. 것 참.
최근 읽어본 글 중에서 가장 큭큭큭 거리며 읽었습니다..에고..우리 사제단 신부님들 표정도 상상되구요..ㅋ.ㅋ 붉은 신부들이라니..거참..예술임다..ㅋ.ㅋ
정말 대단한 글이네요~~ㅋㅋㅋ 근데 읽고 나니 분노보다 웃음이 앞서네요~ 별 신경 안써도 될 수준의 글인듯~ㅋㅋㅋ
저는 삼성이 망하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로고를 본다고 해서 애국심이 생기거나 으쓱해지지도 않습니다만... 이러면 매국노인겁니까? 대표기업이라고 해서 꼭 사랑할 필요가 어디 있나요?
이건희가 기업을 개인 소유로 생각해서 비자금을 조성, 유용했다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법에 의해 적확한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 이상 나가서 기업 이미지 손상을 문제삼는다면 그 자체가 이미 삼성공화국 스피리트의 감화를 받으셨다는 증거 아닙니까?
저는 삼성이 잘 되기를 바라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삼성을 사랑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감안한다면, 삼성이 무너지는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도식적인 구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총수일가와 삼성이란 기업 자체는 어느 정도 구분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기회에 삼성 일가의 오만하고 부패한 '지배' 관행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 그것이 삼성이 더 잘 되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전체를 봐서도 그렇구요...
여튼, 삼성 일가에 대한 감정을 삼성이란 조직 자체로까지 이어붙여,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은 총수일가측이지만 그래도 약간은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듯 하네요..
추추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역시 핵심은 삼성이랑 삼성 일가의 지배구조를 구분한다는 면에 있다고 봅니다. 도의적이거나 당위적인 문제로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삼성일가의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깨끗한 사회적기업이 대접 받는 시대에 부도덕한 그룹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공격 받고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요? 외부(국제사회)에서 치부를 공격받는 것보다 내부(국내)적으로 '삼성의 죄'를 해결하는 편이 삼성이라는 그룹에 도움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1조클럽 재탈환하나'라는 말에서 누군지 알아챔. 니마 확 (인)으로 질러버리라니까.
이 글을 읽고 현직기자분의 현실인식이 이렇게까지 순진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제가 건방진 겁니까...
dasmann/ ㅡㅡ;; 현실인식이라는 말에 너무 순진하게 빠져드는 거 아니에요? 현실, 현실하는데 저는 그 현실이라는 게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분명 한가지 표정만 있는 건 아닐터인데, 현실론 운운하는 분들은 마치 그것이 굳은 표정 한 가지만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다른 표정을 읽으려고 하면 순진하다고 말하죠. 애초에 정해진 현실이란 게 있습니까? 현실은 바꿔나가는 것 아닌가요? 무엇이 좀더 나은 방향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이대로 그냥 가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바꾸려는 시도쯤은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윗글은 그 시도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言路/ 잔뜩 취한 상태에서 쓴 리플이다보니 큰 오해를 부른 듯하네요...제가 말씀드린 현실인식은... "저는 데일리안 기자를 '너무 심하게 모욕주신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더니...", "해당 기자를 무안주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와 같은 곳에서 드러난 '죽거나나쁘거나'님의 현실인식을 뜻합니다. 저는 애초부터 신부님 말씀처럼 - "더 부끄럽게 만들었어야 하죠"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글 쓰신 분께 / 그 분은 김인국 신부님입니다. 글을 보니 직접 만나기까지 하신듯 한데 혹여 실수를 하실까 노파심에 댓글을 답니다. 그 날의 기자회견에서 김 변호사의 왼쪽에 계셨던 분이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입니다. 말씀하신 곱슬머리의 "D"매체 기자에게 면박(?)을 주신 분은 김인국 신부님입니다.
핫. 지적 감사합니다. 고쳤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박수 보냅니다.